<음식과 사람> 2017-7 P.57 Consulting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 이미지 = Pixabay

직업 특성상 일반인보다 훨씬 식당을 많이 방문하게 된다. 필자는 외식 컨설턴트이지만 한편으로는 소박한 입맛의 소유자인 일반 손님이기도 하다. 입맛이 무난한 편이지만 요즘 시중 식당 음식 가운데 대체로 불만스러운 게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바로 김치다.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김치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찌개로 국수로 효자 노릇 톡톡히 하는 김치

얼마 전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제주도에 다녀왔다. 제주 서귀포의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그 집 역시 김치 맛이 매우 아쉬웠다. 흑돼지 전지를 사용한 수육이나 냉밀면 육수 등의 맛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김치 맛이 너무 떨어졌던 것이다. 더욱이 수육을 먹을 때 양파와 마늘이 없어서 먹기가 조금 불편했다. 제주도의 다른 식당들도 대체로 마찬가지였다. 호텔 뷔페에서 먹은 김치 정도가 먹을 만한 수준이었다.

경기 고양시 ‘왕릉골김치찌개’는 비록 김치를 직접 담그지는 않지만 양질의 김치를 잘 선별해 저장고에서 제대로 숙성된 김치로 찌개를 끓여 제공하고 있다. 약 3개월 숙성시킨 김치가 찌개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이 집은 외곽 지역의 좋지 않은 상권에 자리 잡았지만 ‘숙성김치’라는 키워드로 공중파에도 나갔다. 김치찌개 단일 품목만 판매하지만 매출이 제법 높은 편이다.

경기 광명시 ‘호천생갈비’는 생갈비 전문점이지만 국물김치 맛이 늘 일정하다. 업주가 오너셰프로 국물김치를 직접 담그고 관리를 철저히 한다. 이 국물김치는 고기를 먹을 때 사이드 찬류로 내놓아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국물에 냉면 면발을 넣어서 김치말이냉면(식사 6000원, 후식 4000원)으로도 판매한다.

이 ‘김치말이냉면’ 혹은 ‘김치말이국수’는 돼지고기 생고기 구이 후식으로는 최적의 메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식당을 10여 차례 방문했는데 늘 국물김치 맛이 일정하다.

잘 담그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치 맛의 관건은 숙성 관리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식당이 취약하다. 고양시 ‘왕릉골김치찌개’는 업주가 음식에 대한 전문 지식보다는 김치 보관 상태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마인드로 일정하게 김치 맛을 잡고 있다.

 

손님은 김치가 맛있는 식당을 원한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호식품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식당의 90% 이상은 김치 맛이 평균 이하의 수준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인근에 꽤 괜찮은 두부 전문점이 있다. 이 식당은 손님 입장에서 음식 가격이나 두부 맛 등은 양호하지만 김치 맛이 늘 불만스럽다. 이 두부 집을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하는데, 만일 김치가 맛있었다면 방문 횟수는 두 배 이상 늘었을 것이다.

여러 해 전, 지금은 종편 방송 등에 자주 나와 유명해진 김치 명인 집에서 동치미를 먹은 적이 있다. 그 맛은 한마디로 예술 수준이었다. 시원하고 쨍한 동치미 국물에 속이 확 뚫렸다. 그런 동치미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다시는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동치미 역시 좋은 식재료 사용과 철저한 온도 관리가 비결이었다.

경기 용인시 수지의 한적한 지역에 오픈한 고깃집 ‘유진’은 원가가 비싸더라도 양질의 김치를 받아 손님에게 제공한다. 온라인에서는 ‘김치와 반찬이 맛있는 고깃집’으로 성장 중이다.

김치가 식당이 성공하는 데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전언한 것처럼 두붓집 김치가 맛있었다면 필자의 방문 횟수는 훨씬 늘었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 기회는 있다. 당신 식당의 김치는 안녕하신가?

 

잠깐!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이 코너를 보고 많은 분이 문의 전화를 하시는데, 전화 문의 전에 김현수 대표의 블로그 ‘식당밥일기(blog.naver.com/tabula9548)’를 숙독하길 권해드립니다. 여기에는 틈새 메뉴 소개를 비롯해 중소 식당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팁이 게재돼 있습니다. 전화 답변보다 풍부한 내용을 블로그에서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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