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지면으로 떠나는 벤치마킹 투어

[음식과 사람 2017-7 P.62 Benchmarking Tour]

 

외식업체 대표들은 늘 “어디 가서, 뭐 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식부터 경영 기법까지 배우고 싶은 것은 많다. ‘잘나가는’ 가게 주인은 시간, 경비가 넉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가게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각 지역별, 음식별로 ‘지면 벤치마킹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정상 못 가보는 분들이 ‘힌트’라도 얻기를 바란다.

 

editor / photo 황광해

 

지난 호 칼럼 주제는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 진로 결정, 가게의 상태를 늘 주의 깊게 바라보라는 내용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템, 방식을 찾아내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되짚어볼 일이다.

아이템의 적절성, 음식 가격, 가게를 지나가는 유동인구 계산, 고객 분석, 아이템의 흡인력과 소구력, 마케팅 방법, 가게 안팎의 문구까지 늘 의심하라는 이야기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특이한 방식으로 주목받는 몇몇 가게를 소개한다. 그대로 따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남의 장점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나만의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벤치마킹의 기본이다.

어설프게 보고 “저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하는 것보다 “어, 신기한데, 저건 이렇게 바꿔서 나도 해봐야지”라고 하는 이가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해내야 한다. 외식업체 운영에도 ‘콜럼버스의 달걀’은 자주 나타난다.

 

참 재미있는 돼지곰탕 전문점

‘옥동식’

▲ 옥동식 간판 / 이하 사진 황광해 제공

서울 출생이거나 서울 토박이들은 ‘물에 들어간 돼지고기’를 싫어한다. 돼지고기국은 없다. ‘삼겹살 천국’이지만 모두 불에 구운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물 묻은 돼지고기’를 피한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유일하게 물에 들어간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봤다. 수육도 마찬가지다. 찌는 경우도 있지만 삶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물기가 흥건하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서울 합정동 ‘옥동식’은 그런 면에서 특이하고 재미있는 집이다. 돼지곰탕이 주 메뉴이고 유일한 메뉴다. 하루 50그릇 한정 판매에서 100그릇으로 늘렸지만 대기 줄은 여전하다. 작은 식당 바깥에 긴 줄이 늘어선다. ‘옥동식’은 호텔 주방에서 근무하던 이가 독립해 자영업체를 낸 경우다. 젊은 층이 선호하지 않는 돼지곰탕으로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이 깔끔하고 깨끗하다. 시장통 싸구려 음식 느낌을 지닌 돼지국밥과 다른 형태다.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버크셔-K 품종을 내세우고 쌀도 잘 골라서 사용한다. 밥도 정성을 기울여 짓는다.

고명 고기는 기존의 돼지국밥과는 달리 얇고 넓적하게 썰어낸다. 깔끔한 느낌이 강하다. 토렴을 하지만 국물 색깔이 투명하다.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이름도 돼지국밥이 아닌 돼지곰탕이다. 살코기 중심의 깔끔함에 무게를 뒀다. 완전 오픈형 주방도 매력적이다.

생산비 대비 가격도 싸다. 합정동, 망원동 일대는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옥동식’은 골목 안에 있다. 이른바 A급 상권의 C급 지역이다. 임대료가 비교적 싸고 인건비를 최대한 줄였으니 식재료 비율을 얼마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느닷없는 돼지국밥과 평양냉면의 조합

‘광화문국밥’

누군가가 ‘광화문국밥’은 “알짜만 빼먹었다”고 표현했다. 한참 웃었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템 조합이다. ‘글 쓰는 요리사’로 유명한 박찬일 씨가 기획했다.

돼지국밥도 흔한 소재다. 냉면도 흔한 소재다. 둘 다 어느 정도 인기가 있고 직장인들의 선호 아이템이다. ‘돼지국밥+냉면’은 특이한 조합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흔한 소재 둘을 합쳐서 특이한 아이템을 만들었다. 돼지국밥도 모두 알고, 평양냉면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런데 이 둘을 합칠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돼지국밥은 이름만 ‘국밥’이지 ‘옥동식’의 ‘돼지곰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돼지국밥을 조금 비틀어서 돼지곰탕으로 만들었다. 이름은 여전히 돼지국밥이다. ‘돼지곰탕 같은 국밥’과 핫 아이템인 평양냉면을 묶었다.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이 낮 시간에 줄을 설 만하다. 하필이면 ‘옥동식’과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 두 집을 비교하는 인터넷 포스팅도 줄을 잇는다. 어느 집이 낫다, 못하다, 말들이 많지만 의미가 없다. 두 집 모두 수준급의 조리사가 기획하고 문을 연 집이다. 단점이 있다 해도 고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조리사들이다.

 

소금의 화려한 변신

‘별내 황소한마리육개장’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얼마간 ‘말’을 보탠 집이다. 주방을 책임지는 주인이 음식에 대한 내공이 깊었다. 별로 보탤 말도 없었다. 황소 고기를 사용해 육개장을 끓인다는 점이 특이한 집이다. 황소 고기를 사용하니 이를 이용한 바싹 불고기 스타일의 안주도 개발했다. 황소 고기 육개장에 송이버섯도 더했다.

문제는 육개장용 양념이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슴슴하다. 어차피 전통 조선간장을 사용하고 있으니 조선간장으로 간을 더하면 된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간이 약한 국물에 간장을 더하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은 이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설렁탕에서 시작된 ‘간은 소금으로’에 익숙하다. 그렇다고 설렁탕과 달리 육개장에 소금을 내놓기는 어렵다.

독에 간장을 담아두면 독 아랫면에 소금이 낀다. 이 소금을 구했다. 이른바 독소금이다. 독소금과 간수를 적절하게 제거한 천일염을 섞었다. 무쇠 솥에 두 종류의 소금을 담고 센 불로 볶았다. 지금도 이 검은 소금을 내놓는다.

손님들이 묻는다. “이건 무슨 소금인가요?”라고. 소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완성된다. 소금 하나에 기울인 주인의 열정을 보고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다.

 

막국수와 감자채전의 기막힌 조화

‘홍대 장원막국수’

막국수 전문점에서는 돼지고기 수육을 사이드 메뉴로 내놓는다. 서울 홍대 인근 ‘장원막국수’도 마찬가지다. 돼지고기 수육을 낸다. 문제는 막국수집의 점심 사이드 메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점심부터 돼지고기 수육을 먹는 이는 드물다.

‘장원막국수’는 이 부분을 감자채전으로 해결했다. 감자전은 흔하다. 문제는 인력 구조다. 감자전을 내놓으려 별도의 인력을 배치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을 감자 대신 감자채로 해결했다. 감자는 일일이 곱게 갈아야 한다.

감자채는 주문 후 바로 썰면 된다. 곱게 썰면 충분히 그럴 듯한 감자채전을 만들 수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감자를 강판에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뜻이다. 점심시간에도 적용할 만하다. 감자전 대신 감자채전으로. 간단하지만 따라 할 만한 아이템이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