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7월호

[음식과 사람 2017-7 P.84 Food & Story]

 

▲ 이미지 = Pixabay

최근 홈쇼핑 채널에서 외국산 기능성 식재료가 봇물 터진 듯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넘쳐나는 외국산 식재료 때문에 국산 식재료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될 정도다. 이름도 모양도 맛도 생소한 외국산 식재료들을 어디서들 찾아오는지 자고 나면 새로운 식재료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통에 소비자들도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식재료의 홍수 속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 이젠 외국산 허브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기특한 토종 채소가 있다. 바로 ‘깻잎’이다.

 

editor. 강재희 백석문화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깻잎은 쌈채소?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깻잎은 들깨의 잎을 말하는데 독특한 향이 있어 주로 쌈채소 등으로 이용된다. 들깨 씨는 볶아서 기름을 짜서 사용하거나 가루 내어 양념이나 국수, 국 등에 다양하게 사용한다. 들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비료나 사료로 사용하고, 들깨를 털고 남은 줄기는 말려서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들기름은 페인트, 인쇄용 잉크, 공업유로도 이용된다. 최근 들기름이나 깻잎이 허브 대용으로 샐러드나 소스뿐만 아니라 파스타, 음료 등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들깨는 수임(水荏), 야임(野荏), 유마(油麻) 등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에는 통일신라시대 때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들깨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특유의 향 때문에 밭두렁에 심어놓으면 가축들이 밭에 들어가지 않아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깻잎은 하우스 재배 등 재배 방법이 발달해 연중 재배되지만, 노지 들깻잎은 꽃이 피기 전 6, 7월에 수확하며, 주로 경남 밀양과 김해, 대구, 충남 금산 등의 깻잎이 유명하다.

 

항산화 기능에 위암 세포 억제까지? 알수록 놀라운 깻잎의 효능

들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인도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에서도 재배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깻잎을 채소로 활용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장 즐겨 먹는 곳은 우리나라다. 깻잎은 김치와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식문화 유산이 아닌가 싶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들깨의 효능을 살펴보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고, 기(氣)를 내리게 하며, 기침과 갈증을 그치게 한다. 간을 윤택하게 하여 속을 보하고 정수를 메워준다. 또한 속을 고르게 하고 취기를 없애 상기해수(上氣咳嗽)를 치료하고 벌레 물린 데와 종기에도 찧어 붙인다”고 하였다.

그 밖에도 깻잎의 다양한 효능을 살펴보면, 기억력을 향상시켜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며 항염증,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로즈마리산(Rosmarinic Acid)이 허브 식물인 로즈마리보다 7배나 높다. 뇌 혈류를 촉진해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가바(GABA) 성분은 치커리나 상추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A와 C, K, 칼슘 등의 무기질과 철분이 시금치의 2배 이상 함유돼 있다. 엽록소도 풍부해 식욕 부진이나 설사, 변비 등의 위장 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깻잎 특유의 향으로 알려진 페릴라 알데히드나 리모넨, 페릴라 케톤 등과 같은 방향성 정유 성분은 고기와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어 입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파이톨(Phytol) 성분도 풍부해 체내 병원성 대장균 등을 없애 식중독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며, 깻잎을 생으로 꾸준히 섭취하면 위암 세포가 97% 억제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바질, 민트 대신 깻잎?… 깻잎의 변신은 무죄

깻잎의 식용 방법은 생으로 쌈을 싸서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깻잎과 함께 먹으면 생선의 비린 맛과 육류의 누린 맛,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도 깻잎을 된장이나 간장으로 장아찌를 만들거나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어린 깻잎 순은 살짝 데쳐서 들기름에 볶아 나물을 무치기도 하고, 전골이나 찌개에 넣어 생선이나 육류 특유의 향을 없애는 데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값비싼 바질이나 민트를 대신해 깻잎을 올리브유와 함께 갈아서 페스토를 만들어 소스로 활용하거나 프랜차이즈 치킨 소스로 활용하는 등 깻잎의 활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외국산 허브를 이용한 제품이 다양한 반면, 깻잎을 이용한 제품은 아직 손으로 꼽을 정도다.

깻잎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쌈채소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유의 제품으로만 판매할 것이 아니라 깻잎 분말, 깻잎 에센스, 깻잎 향초, 깻잎 소금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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