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7월호

[음식과 사람 2017-7 P.86 Food & Ingredient]

▲ 이미지 = Pixabay

맥주의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차가운 맥주 한잔은 무더위를 단숨에 제압하는 힘이 있다. 요즘처럼 후덥지근할 때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더위로부터 만족할 만한 안식을 제공한다. 풍부하고 부드러운 거품과 경쾌하게 톡 쏘는 탄산은 맥주의 상징이다. 캬~ 소리가 절로 나는 차가운 목넘김, 다양한 안주와 조화를 이루는 맥주를 맛보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과 같다.

 

editor 강보라

 

맥주 먹으면 살찌고 배 나온다?

- “살찐다?(×) 배 나온다?(×) 결석에는 맥주?(×) 치맥은 찰떡궁합?(×)”

맥주를 마시면 살이 찐다며 맥주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맥주를 마시면 살찐다는 이야기는 맥주 내에 살찌게 하는 특별한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맥주를 마시면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입맛을 돋우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또한 맥주는 다른 술에 비해 마시는 양이 많기 때문에 포만감으로 신체 활동이 줄어들게 되어 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소주나 위스키와 비교했을 때 맥주는 동일한 알코올 함량에 비해 많은 칼로리를 갖긴 하지만, 아랫배가 나오고 체중이 느는 것은 음주 시에 먹는 안주와 이와 곁들여 먹는 식사 때문이다.

맥주를 마실 때 식사를 줄이거나 안주의 양을 줄인다면 맥주 때문에 아랫배가 나오고 체중이 느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맥주도 다른 음식과 같다. 그러나 칼로리가 다른 음료수에 비해 많지 않아 맥주를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어쩐지 불공평하다.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맥주의 특성 때문에 가벼운 결석에는 맥주를 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물 대신 맥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오히려 결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일이다. 이뇨작용 후에는 탈수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수분 섭취를 위해 맥주를 마시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요로결석의 경우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하면 소변 중 칼슘과 인산염, 혈중 요산치가 증가해 결석의 발생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 이럴 때는 맥주보다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을 묽게 유지하고, 소변 횟수를 인위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치맥’도 찰떡궁합은 아니다.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인 치맥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궁합이다. 치킨은 지방이 많아 소화가 잘 안 되는 식품인데, 여기에 찬 맥주를 같이 마시면 소화 기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차가운 맥주는 우리 몸의 소화기관과 온도 차이가 커서 소화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치킨과 맥주는 최악의 조합이다. 맥주의 주원료인 홉에는 알파산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미각을 자극해 음식에 대한 욕구를 높여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한다. 따라서 다이어트 기간에 맥주를 마신다면 고칼로리 안주 대신 가벼운 샐러드나 건어물같이 저칼로리, 저지방 안주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맥주는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료다. 가까운 사람과 즐기는 한잔의 맥주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맥주를 안다는 것은 인생을 안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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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입이 아니라 목으로 마신다?

- 캬~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목넘김, 그 비밀은 온도와 거품

맥주의 맛은 온도와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보통 4~8℃, 봄가을에는 6~10℃ 정도로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만약 맥주가 시원하지 않고 미지근하면 거품이 너무 많고 쓴맛이 남기 쉽다. 지나치게 차가울 경우에는 거품이 잘 일지 않을 뿐 아니라 맛도 느끼기 어렵다.

맥주를 즐겨 마시는 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는 시원하고 짜릿한 목넘김 때문이다. 따라서 맥주를 마실 때는 소주나 위스키를 마실 때처럼 홀짝홀짝 마시는 게 아니라 목으로 맛을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거품이 부풀어 있는 컵을 들고 거품을 헤치듯 꿀꺽꿀꺽 들이켜는 것이 맥주 섭취의 정석이다. 깨끗하고 그윽한 맥주 고유의 향을 느끼면서 홉(Hop)의 쌉쌀한 맛을 음미하고 황금빛 맥주와 거품이 빚어내는 신선함과 청량감을 즐긴다면 맥주 맛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맥주의 외관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맥주의 거품이다. 거품은 맥주의 탄산가스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맥주의 산화를 억제하는 뚜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품의 형성과 지속성이 좋아야 한다. 거품이 생기는 이유는 맥주에 포화돼 있던 탄산가스가 뚜껑이 열려 컵에 따라지면서 압력이 감소하고, 컵의 벽에 부딪히면서 녹아 있던 탄산가스가 방출되며 표면에 거품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거품은 일정 시간 유지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적당한 단백질의 양에 의해 이뤄진다. 단백질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제품의 보관성을 나쁘게 하고, 적을 경우에는 거품 유지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적당량의 단백질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맥주는 싹틔운 보리의 전분(녹말)을 당으로 바꾼 다음, 홉을 첨가하고 맥주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음료이다. 맥주의 주재료는 싹튼 보리인 맥아(麥芽)이다. 영어로는 몰트(Malt)라고 부른다. 생보리 대신 맥아를 사용하는 이유는 보리로부터 전분을 쉽게 추출하기 위해서다.

가끔 맥주 라벨에 100% 몰트라고 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보리 외에 다른 곡류나 첨가물을 섞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연히 맥주는 보리만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제조회사에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보리 외에 쌀이나 옥수수를 첨가하기도 한다. 맥주 원료로 옥수수나 쌀을 사용하면 맥주의 맛이 묽어지고 몰트 특유의 맛이 약해진다. 당연히 좋은 맥주로 볼 수 없다.

반면 독일에서는 네 가지 재료(보리, 홉, 물, 효모)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맥주 순수령’에 따라 보리 외에는 다른 곡류를 첨가하지 않는다. 독일 맥주의 맛이 대체적으로 좋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맥아는 특유의 달콤한 맛을 줄 뿐 아니라 맥주의 색깔을 결정한다. 맥아의 색깔은 보리를 맥아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맥아를 어떻게 건조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리를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건조시키면 맥아의 색깔이 진해지고, 보리를 저온에서 말리면 맥아의 색깔이 엷어진다. 어떤 색깔의 맥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색깔이 달라진다.

향과 맛, 색깔, 탄산가스의 청량감과 거품 등이 맥주의 기본 특성이다. 좋은 맥주란 맛과 향이 뛰어나야 하고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 맥주는 좋은 원료와 우수한 양조기술을 갖췄을 때 만들어진다. 엄선된 맥아와 홉을 사용하고 음용수 기준보다 엄격한 양조용수에 우수한 특성을 가진 효모가 어우러졌을 때 우수한 품질의 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간혹 맥주 고유의 향이 아닌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있는데, 맥주의 이상한 냄새는 오염된 지하수의 정수 처리가 잘못됐거나 양조기술상 위생관리와 공정관리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이다. 이럴 경우에는 밥이 쉰 냄새라든가 하수 냄새를 풍긴다. 특정 향에 좌우되기보다 수많은 향 성분들이 알맞게 조화돼 맥주 맛과 잘 어우러져 나올 때 맥주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맥주 맛을 잘 아는 애주가들이 향을 먼저 음미하고 원샷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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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없이 흘러들어와 대중 속 깊이 뿌린 내린 맥주

- 일제강점기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국민주로, 이젠 하우스맥주까지

맥주는 전 세계 사람들이 물과 차(茶)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다. 대중적인 인기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인 고증에 의하면, 기원전 4000년경 수메르인들은 수확한 곡물을 햇빛에 바짝 말려 가루로 만든 다음 반죽을 해서 빵으로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수메르인들은 반죽이 어느 정도 부풀면 더 맛있는 빵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방치해둔 빵 반죽에서 달콤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맥주의 시초라는 것이 가장 근거 있는 학설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맥주가 들어온 것은 개항 직후라고 알려져 있다. 맥주는 한국 전통의 술은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적 개념의 맥주가 들어온 것은 개항 이후였다. 1867년 강화도조약을 맺은 이후 서울 등지에서 일본 맥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1876년 일본의 삿포로맥주가 처음으로 들어왔고 이후 에비스와 기린맥주 같은 일본 맥주가 잇따라 선을 보였다. 당시 맥주는 일부 부유층과 상류층의 술이었다.

1905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소비되는 맥주는 연간 1507ℓ에 불과했다. 이후 일제가 집에서 빚어 만드는 가양주를 금지하면서 맥주 소비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비싼 술이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점심값이 50전일 때 맥주 한 병에 75전이었기 때문에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술이었다. 맥주에 부과되던 30%의 세금도 높은 가격에 일조하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술로 달랬지만, 일제 강점을 탄식하며 마신 술이 식민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격이었다. 일본에 의해 보급된 탓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맥주는 제국주의의 수탈과 문화 충돌의 과정으로 다가왔다.

이후 1970년대 후반 들어 수출 100억 달러 달성과 중동 건설 경기 호황 등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맥주 소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소주에 이어 맥주가 또 하나의 국민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당시 맥주회사 영업부 직원들은 주문을 피해 몸을 숨기고, 대리점 직원들은 현금을 싸들고 맥주회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중주로 자리 잡았던 것에는 대량생산의 영향도 크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맥주 제조공정의 많은 과정이 사람 손으로 이뤄졌다. 당시에는 수백 명의 여직원들이 컨베이어 앞에 서서 병맥주 속에 이물질이 있는지 일일이 검사를 했다. 1985년 무렵까지도 수작업으로 맥주를 병에 주입하고는 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맥주 공정이 자동화되고 다양한 맥주들이 빠르게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맥주 대중화가 시작됐다.

여기에 세계의 맥주들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시장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개성 있는 하우스맥주들이 등장하며 맥주 다양화에 일조하고 있다. 뿌리 없이 시작됐다 해도 급격한 변화와 대중적인 지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것이 맥주이다. 맥주는 어쩌면 가장 획기적인 변화의 상징일지 모른다.

 

쌉쌀함 뒤에 감춰진 풍부한 영양과 약효

- 맥주는 필수 영양소의 보고이자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즐거운 약

서양에서는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고 불렀다. 빵 반죽이 썩으면서 발효돼 나온 맥주의 근원을 생각하면 이보다 적확한 표현도 없다. 이것은 맥주가 가진 영양분이 빵에 못지않아 기본 식품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대에는 맥주를 넣고 만든 ‘비어브레드(Beer Bread)’를 주요 양식으로 여길 정도였다.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금식기간에 맥주를 마시며 영양분을 보충하고 건강을 유지했다. 맥주의 대국인 독일에서는 맥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의학 대가들은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의 보고로 맥주를 받아들였다. 맥주에는 소화효소 기능을 촉진해 음식물의 흡수를 돕는 기능이 있다. 특히 맥주의 탄산가스는 위액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증진한다. 또한 홉은 담즙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도우며 이뇨 촉진 작용을 한다. 신경중추에 작용해 신경을 진정시키고, 수면을 촉진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처방 중에는 발진성 환자에게 발아시킨 맥아의 즙을 마시게 해 배뇨량을 증가시키는 치료법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맥주는 이뇨작용으로 체내의 노폐물 배설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주의 알코올 성분은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기 쉽고 흡수되기도 쉽다. 외국에서는 흑맥주에 달걀을 넣은 음료를 민간 감기약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맥주의 약효는 현대에서도 명성을 잃지 않았다. 최근에는 맥주가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체 내의 알루미늄이 노인의 치매 상태를 악화시키고 근육 경직, 언어 장애, 방향감각 장애 등을 일으키는데 보리에 들어 있는 실리콘 성분이 인체의 알루미늄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맥주는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즐거운 약이 될 수 있다. 스페인의 한 대학에서는 평균 나이 48세의 건강한 여성 1700명의 음주 습관을 조사하고 이들의 손가락 뼈 밀도를 초음파로 검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맥주를 규칙적으로 마시는 여성이 맥주를 안 마시는 여성보다 뼈 밀도가 좋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맥주가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이유는 규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규소는 뼈가 부서지는 것을 막고 새로운 뼈가 형성되는 것을 돕는다. 맥주에 들어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피토에스트로겐도 뼈 건강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탈리아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단 연구팀은 맥주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적당히만 마시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낮춰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맥주를 발효시키는 효모는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B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노화 방지와 탈모에 좋아 유명 화장품이나 영양제, 탈모약의 재료가 되고 있다. 특히 뇌에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해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 독일에서는 맥주공장에 사춘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맥주의 효모 성분이 피지의 과다 분비를 막아주고 여드름 개선을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맥주의 다양한 효과가 확인됐지만, 중요한 것은 음주량이다. 위에서 열거한 맥주의 여러 가지 효능을 체험하려면 적당량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맥주의 적당 섭취량은 하루 약 570cc였다. 알코올 성분이 5%인 맥주는 하루에 이 정도 양을 마실 경우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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