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정과 외식업계 반응 총정리

[음식과 사람 2017-7 P.26 Cover Story]

 

“종업원 내보내거나 문 닫거나”… 현실적인 정부 지원책 절실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벌써부터 내년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경기침체와 고용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주요 논의 과정과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그리고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소상공인과 외식업계의 반응을 살펴봤다.

 

editor. 김선호

 

<문 대통령 1만 원 공약과 함께 시작된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는 4월 6일 처음 열렸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들이 참여하지 않아 회의가 두 차례 무산됐다. 법적 심의기간인 6월 29일을 15일 남긴 6월 15일 3차 전원회의 때 근로자위원이 참석하면서 비로소 2018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과거와 분위기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고 당선됨에 따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소득 주도 성장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서 경제가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주요 후보 5명의 공통된 공약이었다. 다만 시행 목표 시기만 차이가 있었다. 문 대통령과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2020년까지가 목표였다.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려면 3년 동안 매년 15.7%씩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 사진 = 서울경제TV 캡쳐

[근로자위원 ‘1만 원’ 제시]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는 근로자위원들의 오랜 목표였다. 근로자위원들은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때부터 ‘2016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는 6월 2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1만 원을 ‘최초 제시안’으로 내놓았다. 3년 연속 1만 원을 최초 제시안으로 제안했으며, 이는 2017년(6470원)보다 54.6%를 인상하는 안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2016년 비혼·단신 근로자의 월평균 실질 생활비는 175만2898원이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으로 주 40시간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급은 134만5760원이다. 독신 1인 가구가 최저임금으로 평균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면 매월 40만7138원의 빚이 생긴다. 최저임금은 보건복지부가 복지 대상자를 선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인 중위 소득의 60%인 168만8669원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이 1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 ‘6625원’ 제시]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올해보다 2.4% 인상된 6625원을 최초 제시안으로 내놓았다. 매년 최저임금 ‘유지’ 혹은 ‘마이너스’를 주장해온 사용자위원들이 ‘인상’안을 내놓은 것은 200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의 강경한 최저임금 인상 방침이 사용자위원들의 최초 제시안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외식업 소상공인, 수익 악화 우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특히 외식업계는 안 그래도 어려운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크게 염려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요구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 이하 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하 한외연)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정부의 목표대로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상승할 경우 2019년부터 영업이익이 종업원 1인 인건비보다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는 2020년에는 영업이익 비중이 1.7%에 불과한데 인건비 비중은 20.7%에 달하게 된다.

▲ 지난 2일 열린 중앙회 제갈창균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최저임금 인상 관련 간담회 / 사진 = 김승일 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 정부도 알고 있다?

정부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고용이 줄어들거나 폐업이 늘어나면 정책의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나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카드수수료 인하, 최저임금 단속 처벌 유예 등이었다. 하지만 외식업 현장의 목소리는 정부의 대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중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외연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이 정부의 목표대로 매년 15.7% 인상될 경우 절반에 가까운 44%의 회원들이 ‘너무 높다’고 응답했다. ‘다소 높다’와 ‘높다’를 합치면 ‘높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많은 외식업 경영자들은 음식값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용자위원, 업종별 차등 적용 제안>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금액과 함께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가 큰 이슈였다. 사용자위원들은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 연령별 차등 적용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며 6월 27일 4차 전원회의 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많은 몇 개 업종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6월 29일 6차 전원회의 때는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음식점업, 택시업, 경비업 등 8개 업종을 차등 적용 업종으로 제안했다.

사용자위원들의 업종별 차등 적용안에 대해 근로자위원들은 업종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으로 맞섰다. 근로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보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정부에 건의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지불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근로자위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그 부분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반대했다.

공익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한 8개 업종을 차등 적용할 경우 대상자가 2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너무 숫자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법정 시한이 가까워졌다.

 

[업종별 차등 적용 무산… ‘전 업종 동일임금 적용’ 결정]

일정이 촉박한 가운데 7월 5일 8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가 표결에 부쳐졌다. 소상공인 사용자위원 5명이 표결에 반대해 퇴장한 뒤 진행된 표결에서 ‘전 업종 동일임금 적용(찬성 17명, 반대 4명, 기권 1명)’이 결정됐다.

표결에 앞서 위원장은 사용자위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고용노동부에 업종별 차등 적용안에 대한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의 제안을 검토할 위원회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 연구 용역을 진행하게 된다.

 

<정부의 의지가 관철된 최저임금 7530원>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은 여러 차례 격론 끝에 7월 12일 10차 전원회의에서 각각 1차 수정안을 내놓았다. 사용자위원이 3.1% 인상된 6670원을 제시했다. 근로자위원은 47.9%가 인상된 957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점점 임박해오자 7월 15일 11차 회의에서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은 격론 끝에 각각 7300원(12.8% 인상)과 7530원(16.4% 인상)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전체 위원들의 표결 결과 각각 12표와 15표를 얻어 근로자위원이 제시한 7530원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중재안 내놓지 않은 공익위원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는 막판까지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마찰을 일으키고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냈다. 불만을 가진 어느 한쪽이 퇴장하고 남은 쪽과 공익위원의 투표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지 않았다. 대신 양쪽 위원들에게 정부 안에 가까운 제안을 하도록 압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에 참석했던 한 사용자위원은 “그냥 퇴장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경우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더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를 흘리면서 사용자위원들에게 정부 안과 가까운 수준으로 결정할 것을 압박했다.

 

[소상공인 사용자위원 4명 사퇴]

소상공인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했던 한국소프트웨어판매협동조합의 김대준 위원장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목표대로 인상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며 “내년 최저임금이 8000원 대까지 오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마지막 날 사용자위원들에게 있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김대준 위원을 포함한 소상공인 사용자위원 4명은 7월 16일 “공익위원 측은 새 정부 공약과 정치 논리에 따라 이른바 ‘아바타’ 역할만 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4월까지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소상공인 지원 약속]

최저임금이 의도대로 결정되자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다음 날인 7월 16일 오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과거 인상률을 넘어서는 인건비 추가분 정부 직접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대기업과 불공정 거래 관행 해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 등을 논의했다. 또한 “통상적인 최저임금 인상분을 초과하는 추가 부담을 최소화”해서 “고용이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의 성공 여부는 업주들의 부담을 어떻게 해소시켜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달라”고 지시했다.

언론에서는 정부가 이번 인상률 16.4% 중 최근 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한 9% 정도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경우 내년 한 해 동안에만 3조 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도 없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외식업계 반응>

정부의 지원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는 예상을 뛰어넘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정부의 지원과 소득 주도 성장에 의한 매출 증대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신기루인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당장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남 영암군에서 ‘월출산산장’을 운영하는 김영범 대표는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되면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의 숫자를 줄이고 며느리 등 가족들을 동원해서 매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매장 테이블 규모를 줄이고 주변 음식점의 상황을 보면서 현재 7000원인 주력 메뉴 가격을 8000원으로 인상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외연의 서용희 선임연구원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 외식업계에서 임금인상률을 상당히 높게 체감하고 있다”며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해서 영업이익이 종업원 인건비보다 낮은 수준이 되면 폐업을 고려하는 곳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균형 발전을 위한 국민실천협의회’ 토론에 참석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는 중앙회 이근재 서울시협의회장 / 사진 = 김승일 기자

[실질적인 지원책 보여달라]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외식인들은 중앙회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폭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중앙회는 7월 13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추진은 외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감내하기 힘든 사안”이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체질 강화가 선결되고 나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단계적 임금 인상 추진”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또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나 일자리위원회 등을 통해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을 줄여줄 것을 호소해왔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의 바람과는 달리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결정됐다.

중앙회는 “종업원 월급보다 적은 수입을 올리면서 음식점을 계속 운영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많은 음식점들의 고용 감소와 폐업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인건비 추가 부분 지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설정 폐지, 간이과세자 과표 1억 원 인상 등으로 영세한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상공인들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대책을 믿고 변함없이 영업과 고용 유지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그 약속이 지켜질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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