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7-8 P. 45 Uncut News]

 

정치도 막걸리처럼, 서민 갈증 달래주길

 

▲ 이미지 = Pixabay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한국인은 술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전통 술인 막걸리는 소주와 함께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술이다. 탁주(濁酒),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라고도 불리는 막걸리는 쌀이나 밀에 누룩을 첨가해 발효시켜 만든다.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한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8% 정도다.

막걸리는 다른 술과 달리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트립토판, 페닐알라닌, 메티오닌, 비타민B군(비타민B1·B2·B6·나이아신·엽산)과 비타민C, 젖산, 주석산, 사과산, 구연산, 알코올, 알데히드 등이 함유돼 과히 ‘영양의 보고’라 할 만하다. 그래서 막걸리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몸집이 튼실하고 살이 찌기가 쉽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은 시 ‘막걸리’에서 “나는 술을 좋아하되/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막걸리는/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한 홉짜리 작은 잔으로/생각날 때만 마시니/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맥주는/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마누라는/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음식은/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다만 이것뿐인데/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막걸리는 술이 아니고/밥이나 마찬가지다./밥일 뿐만 아니라/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라고 막걸리를 예찬했다.

막걸리 만들기는 찹쌀, 보리, 밀 등을 시루에 찐 지에밥을 적당히 말려 누룩과 물을 섞는 데서 시작한다. 발효 후 청주를 떠내지 않고 걸러 짜낸다. 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오지그릇 위에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징그레를 걸고 올린 뒤 체에 거르면 뿌옇고 텁텁한 탁주가 되며, 여기에 용수를 박아 떠내면 맑은 술이 된다.

좋은 막걸리는 단맛, 신맛, 쓴맛, 떫은맛이 잘 어우러지고 감칠맛과 맑고 시원한 맛이 있어 농부나 노동자들의 갈증을 달래주곤 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태였던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쌀로 막걸리 만드는 걸 금지했다가 쌀 생산량이 늘었던 1971년부터 쌀막걸리를 다시 제조할 수 있게 허용했다.

한때 맥주와 소주에 밀려 쇠퇴했던 막걸리는 800여 개의 제조업체가 국세청에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막걸리 수출액은 한때 527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막걸리 예찬론을 펴면서 다시 한 번 소리 없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함민복 시인은 ‘막걸리’라는 시에서 “윗물이 맑은데/아랫물이 맑지 않다니/이건 아니지/이건 절대 아니라고/거꾸로 뒤집어보기도 하며/마구 흔들어 마시는/서민의 술/막걸리”라고 막걸리의 낭만과 즐거움을 표현했다.

막걸리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들은 어느새 정말로 행복해진다. 민주주의와 정치의 위기를 겪었던 대한민국, 민생의 어려움이 커지고 삶의 애환이 많은 이 시대,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과 함께 더 행복하고 기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홍국] 국제정치학 박사 & MB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으로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기대에서 정치학과 언론학을 강의하고 있다. 정치평론가로 YTN과 연합뉴스TV 등 방송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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