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형 음식점 위기, 어떻게 탈출할까?

[음식과 사람 2017-8 P.54 Local Analysis]

▲ 이미지 = Pixabay

지금, 젊은이들은 큰 가게에 열광하지 않는다. 후미진 골목길 작은 가게를 훨씬 선호한다. 신세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부암동 골목길, 상수동, 연남동, 합정동 뒷골목, 경리단길과 해방촌 등이 골목상권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곳들이다.

이들 상권은 지금 대형 음식점보다 작은 음식점들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2017년 현재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길을 잃은 대형 음식점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ditor. 김상훈 외식컨설팅 전문가

 

큰 음식점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외식시장의 트렌드는 ‘대형화’와 ‘전문화’가 강세였다. 대형 음식점이 속속 출현하던 시기에 시장을 리드했던 아이템 중 하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대형 자본들은 앞다퉈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TGI프라이데이, 베니건스, 스카이락, 마르쉐,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빕스 등이 있었다.

대형화 열풍은 양식 아이템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기 한식당들도 곳곳에서 대형 매장을 선보였다. 100평이 넘는 대형 칼국수집이나 건물을 통째로 오픈한 대형 화로구이집, ‘◯◯수산’을 앞세운 대형 횟집, 아구찜·해물탕집도 1층과 2층 전체에 들어서는 등 대형 매장들이 주요 상권마다 출현했다.

2010년 이후에도 대형 매장들은 상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건물 탑층에 오픈했던 해물샤브샤브 열풍에 이어 2013년 이후엔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을 필두로 한식 뷔페가 시장에 출현했다. 대기업 브랜드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식 뷔페 매장 오픈에 열을 올렸다.

신세계의 ‘올반’, 이랜드의 ‘자연별곡’ 등 한식 뷔페는 시장에서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이끌었다. 작은 음식점들은 큰 음식점들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기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대형 매장 열풍은 부동산 시장 개발과 연동되면서 연일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소비자들은 대형 매장에 열광하지 않는다"

▶ 최근 소비 트렌드의 변화

- 1인 가구 급증

- 혼밥·혼술 문화 확산

- 골목 트렌드 부상

- 큰 가게보다 작은 가게 선호

- 유행 따르기보다 나만의 취향 선택

요즘 그 많던 대형 음식점들은 어떤 상태일까? 대부분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지 못한 채 맥이 빠진 모양새가 역력하다. 물론 지금까지 명맥을 잇는 대형 음식점들도 있다. 하지만 대형 매장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말 김영란법 시행은 기존에 남아 있던 대형 매장들의 존재감에 위기를 더하는 외적 요소로 작용했다.

요즘 대형 한식 뷔페 매장에 줄 서는 고객들의 풍경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오픈 초기와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 수십 년간 서울 강남 상권에서 영업해오던 유명한 일식당 중 문을 닫는 곳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2017년 현재 대형 음식점들은 그야말로 고군분투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 1년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한식뷔페 대기실 / 사진 = 한국외식신문DB

대형 음식점 위기의 이면에는 최근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한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1인 경제를 내세우는 이른바 ‘1코노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혼밥·혼술 문화가 급속히 퍼지고, 때마침 골목 트렌드도 부상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큰 가게에 열광하지 않는다. 후미진 골목길 작은 가게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서울 상권만 보더라도 요즘 뜨는 지역은 대부분 골목상권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부암동 골목길, 상수동, 연남동, 합정동 뒷골목, 경리단길과 해방촌도 골목상권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곳들이다. 이런 곳에는 주말과 평일 가리지 않고 신세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상권은 지금 대형 음식점보다 작은 음식점들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이래저래 대형 음식점은 길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시급히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 탈출법 1]

큰 음식점을 ‘작은 가게’로 나눠라

▶ 1, 2층 음식점의 경우

- 1, 2층을 각각 다른 테마 음식점으로 구성

- 별개의 음식점으로 완전히 분리

- 층별 출입구 따로, 간판도 따로

대형 음식점의 회생 방안 첫 번째는 공간 분할이다.

얼마 전 경기 일산의 유명 외식 상권에서 1, 2층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지 면적만도 수백 평에 달하는 2층 단독 건물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고 했다. 김영란법 이후 매출이 급감했고, 도무지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가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1, 2층으로 된 음식점의 공간 분할이 가장 좋은 대안이란 판단이 들었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대형 매장에 열광하지 않기 때문에 1층과 2층에 각각 다른 테마의 음식점이 들어가는 게 최선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작은 음식점을 내세우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구매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또한 대형 매장일수록 고객만족도 지수가 의외로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을 정상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큰 음식점을 작은 가게로 분할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층별 출입구를 따로 두고, 간판도 두 개를 따로 부착해야 한다. 즉 소비자가 볼 때 전혀 다른 두 개의 음식점으로 인식돼야 한다.

 

[위기 탈출법 2]

상호 보완되는 ‘아이템’을 선정하라

▶ 단층 음식점의 경우

-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상호 보완재 아이템 선정

- 매장 간 변별력 증대로 고객만족도 창출

- 명확한 공간 분할로 전혀 다른 매장으로 보이게

2개 층이 아닌 단일층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음식점도 마찬가지로 공간 분할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은 매장 규모와 매출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건은 두 개 매장의 아이템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보완 가능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의 업태를 달리할 것인지, 육해공 메뉴로 차별화할 것인지, 식사류와 주류 등 아이템의 차이를 둘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쪽엔 고급 고깃집을 운영하고 다른 한쪽엔 일식 아이템을 운영하는 방안, 또는 한쪽엔 고급 일식집을 운영하고 다른 한쪽엔 고기 포차를 운영하는 방안 등 상권 입지에 따라 적절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 분할을 할 경우 매장 간의 변별력 증대를 통한 고객만족도 창출이 중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공간 분할 후 완벽하게 다른 음식점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는 하나인데 간판만 두 개인 매장은 자칫 고객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명확한 분할을 통해 전혀 다른 매장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위기 탈출법 3]

나만의 ‘브랜드와 뉴스 가치’를 만들어라

▶ 고객의 눈길 머물게 할 나만의 필살기 필요

- 통통 튀는 간판 이름과 디자인→경쟁업소보다 눈에 띄게

- 대표 메뉴 사진 노출→충동구매 효과 노리기

- 메뉴 조리 과정 동영상 촬영→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노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 음식점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재투자 비용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간 분할을 통해 번듯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판을 달기도 쉽지 않다. 또 체인점 간판을 단다고 해서 고객들이 줄을 선다는 보장도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재오픈 아이템의 새로운 뉴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고객들도, 매장 앞을 지나는 고객들도 눈길을 머물게 할 만한 핵심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단 눈길이 닿는 그 순간 구매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뉴스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근 경쟁업소 대비 눈에 띄는 아이템 변별력, 가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외부 사인 경쟁력을 갖춤은 물론, 대표 메뉴 사진을 노출해 충동구매 효과를 일으키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음식 메뉴를 주방에서 정성스럽게 조리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노출하는 것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체인점 매장이 아닌 독립점 매장일지라도 소비자 시각에서 그럴듯한 브랜드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규 매장에 대한 통통 튀는 브랜드 네이밍과 상호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위기 탈출법 4]

작은 매장의 장점, ‘인정 마케팅’을 활용하라

▶ 작은 매장의 최대 강점 활용

- 손님과의 친밀도 강화→대접받는다는 느낌→고객만족도 배가

- 인정 마케팅과 디테일 서비스 겸비

- 이후 온·오프라인 마케팅으로 이어지게

공간 분할을 통해 매장을 분리했다면, 마지막 포인트는 정이 넘치는 인정(人情) 마케팅과 섬세한 서비스를 겸비한 후에 온·오프라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도 인정 마케팅이야말로 한류의 또 다른 축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대형 매장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고객들이 주인이나 매니저에게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매장 크기가 작아지면 주인과 매니저 입장에서는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모든 테이블의 손님들과 친밀도를 높이면서 만족도도 배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 이전의 큰 음식점을 이용했을 때보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손님들의 직함과 직책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도 인정 마케팅과 디테일 서비스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매장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큰 음식점에 열광하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 작은 음식점이 큰 음식점을 이기는 사례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잘 인지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자만이 언제 끝날지 모를 위기의 늪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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