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7-8 P.72 Consulting ]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에 이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초심자가 창업에 성공하기란 더욱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첫 단계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패 요인들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전에서는 간단치 않다.

지난봄에 개점한 사누키우동 전문점 ‘잇쇼우’의 김익선(46) 대표는 이 같은 ‘모범답안’에 충실했다. 김 대표의 경우 조리법은 ‘아키라’ 민현택 대표에게서 직접 습득했고, 창업 실무는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의뢰했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컴퓨터와 결별하고 우동에 새 인생 걸어

김 대표는 원래 컴퓨터 전문가였다. 애플컴퓨터 수입업체에 입사해 16년간 근무했다. 퇴사한 뒤에도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려 2년간 전자책(e-book)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분야 아이템 특성상 워낙 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사업을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좀 더 오래 영위할 만한 사업을 찾다가 우동 전문점에 매력을 느꼈다.

우동 전문점에 직원으로 들어가 밑바닥부터 배우기로 결심했다. 서울의 우동집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뜻을 밝혔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가용 매체 등에 최대한 접근해 우동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울산 ‘아키라’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사누키우동 명인 민현택 대표가 쾌히 승낙해 2015년 2월부터 출근했다.

식구들을 서울에 두고 내려간 처지인 데다가 하루라도 빨리 내 점포를 갖고 싶어 가급적 수련기간을 짧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4계절을 최소한 두 번씩 경험해봐야 제면 방법을 온전히 알 것 같았다. 갑자기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해본 적 없는 육체노동을 시작하자 근육들이 깜짝 놀랐다. 몸무게가 97kg에서 1년 사이에 74kg으로 줄었다. 3개월 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Problem] 어렵게 멘토 만나 우동 조리법 배웠으나 창업까진 먼 길

‘아키라’ 민현택 대표는 김 대표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 자신이 비슷한 경험을 했던 터였다. 민 대표도 일찍이 일본 가가와현으로 건너가 고생해가면서 우동을 배웠다.

국내에 돌아와 창업을 한 후에도 2년간 빚이 늘어나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잘못된 입지 선정과 운영 미숙의 결과였다. 빼어난 조리 실력만 갖추면 성공할 줄 알았던 것이다. 김 대표에게는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다.

우선 ‘교과 과정’을 체계적으로 짰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2년 동안 배울 내용의 순서와 비중을 적절하게 안배했다. 처음 3개월은 홀 서빙을 시켰다. 서비스업의 기본기를 익히게 한 것이다. 3개월 뒤 주방에 들여보냈지만 바로 우동을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튀김 등 다른 사이드 메뉴 조리법부터 가르쳤다. 김 대표는 14개월이 지나서야 우동 반죽을 손에 묻힐 수 있었다. 마지막 4개월간은 주방 인력을 총지휘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했다.

민 대표는 2년간의 연수기간을 끝낸 김 대표에게 창업 시 김 기획자의 조언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그도 예전에 김 기획자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던 적이 있었다. 마침 평소 김 기획자의 블로그를 접해왔던 김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 기획자는 우선 김 대표에게 일본식 자가제면 우동의 특성과 창업 시 문제점을 설명했다. 훌륭한 음식이고 수준 높은 면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창업하려면 몇 가지 알아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인은 면식을 한 끼 식사보다 간식 정도로 인식한다. 우동 역시 포장마차 음식이나 해장의 이미지가 강하다. 따라서 다른 메뉴에 비해 중독성이나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므로 우동만 팔아서는 안 된다. 손님이 뭔가 먹었다는 포만감을 얻도록 다른 식사 메뉴와 묶어 세트 메뉴로 만들어야 한다. 업주 입장에서도 우동만 팔아서는 매출액과 수익성이 너무 낮다.

둘째, 일본식 자가제면 우동은 브랜드가 먹히는 아이템이다. 김 대표의 조리 실력은 분명히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수준 높은 우동을 구현해내도 브랜드 파워가 약하면 고객이 쳐다보지 않는다. 더욱이 고객을 상대로 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어렵고 기간이 오래 걸린다.

셋째, 이 아이템은 서민 상권에서는 힘들고 반드시 중산층 상권에 들어가야 한다. 일본에 여행이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사누키우동의 가치를 알고 먹으러 오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래도 중산층 상권에 많이 거주한다.

[Solution] 입지 선정, 네이밍, 콘텐츠 제작 등 전략적 창업 ‘착착’

2017년 3월부터 시작한 ‘잇쇼우’ 창업 작업도 위의 특성을 고려해 진행했다. 우선 서울 강남에 점포를 정했다. 비록 A급 상권은 아니지만 권리금이 없는 데다 1층 점포이고 주차 공간이 넉넉한 곳이다. 무엇보다 ‘서울 강남’이라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서울에 차츰 사누키우동집들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 강남에는 강력한 브랜드 전문점이 없다. 이는 장차 ‘잇쇼우’가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결코 작지 않은 프리미엄 요소다.

4월과 5월에 인테리어 작업과 식기, 자재, 설비 등의 세팅을 끝냈다. 동시에 업소의 혼이 담긴 옥호를 정했다. 옥호는 브랜드의 알파요 오메가다. 잇쇼우는 ‘목숨 걸고 열심히 하라’는 뜻의 일본어 ‘잇쇼우 겐메이(いっしょうけんめい, 一生懸命)’에서 따온 말이다.

이어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풍부한 콘텐츠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절대 필요하다. 업주인 김 대표가 사누키우동의 본고장인 일본 가가와현으로 우동 순례를 다녀왔다. 업주 자신이 본고장 음식의 정수를 제대로 이해하고 체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결과물인 사진과 방문기 등을 인테리어나 홍보에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는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제 사진을 밖에 P.O.P.로 작성한다기에 처음엔 반대했지요. 그런데 손님들이 이걸 보고 많이 오시더라고요. 역시 컨설팅 전문가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옥호 ‘잇쇼우’의 의미와 사진을 내건 것도 점포와 점주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메뉴 구성은 ‘아키라’ 스타일대로 우동, 돈가스, 소바의 3각 편대를 준용했다. 우동은 냉우동인 ‘붓가케 정식(1만2000원)’과 온우동인 ‘잇쇼우 정식(1만2000원)’ 두 가지 세트 메뉴로 짰다. 붓가케 정식은 붓가케우동에 새우·단호박 튀김과 쇠고기 덮밥, 그리고 샐러드로 구성했고, 잇쇼우 정식 역시 가케우동인 잇쇼우 우동(7000원)에 붓가케 정식과 붙임 메뉴는 똑같다.

우동 외에 김 대표는 돈가스 1만 원, 소바 8000원으로 가격 책정을 희망했다. 그러나 김 기획자는 오피스 상권이고 주 고객층이 직장인이라는 점을 들어 지금의 가격인 돈가스 9000원, 소바 7000원으로 책정하도록 권고했고 김 대표가 받아들였다.

드디어 지난 5월 16일 142.15㎡(43평) 62석 규모로 개점했다. 스승 격인 민 대표가 직접 오픈 과정을 지도해줬다. 사누키우동은 여름이 성수기여서 창업 시기를 봄에 맞추는 게 유리하다. 김 기획자는 이 점을 처음부터 염두에 뒀다. 사누키우동의 맛과 감성을 제대로 소구할 능력을 갖춘 블로거들을 앞세운 블로그 마케팅도 실시했다.

 

[After] 기대치 넘어선 성과에 2호점도 꿈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평일 점심에는 150만 원 정도, 저녁에는 50만~6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매출이 아직 100만 원 선에 그쳐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주말과 휴일 매출 증가세가 차츰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고무적이다.

김 대표는 컴퓨터에서 사누키우동으로 사업 아이템을 변경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2년여의 시간을 투자했지만 무턱대고 창업해 시행착오를 겪는 것보다 훨씬 빠른 길이었음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1호점을 탄탄히 다져 2호점을 낼 포부도 갖고 있다.

“민현택 대표와 김현수 기획자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민 대표님은 평소 ‘기술은 정성을 이길 수 없다’고 하셨지요. 또 ‘네가 편하면 손님은 맛있는 우동을 먹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분의 가르침을 명심해 3년 안에 2호점을 개점할 계획입니다. 창업 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기획자는 2년간의 수련생 생활을 묵묵히 이겨낸 김 대표의 성품과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외식업으로 성공하려면 자신만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겨울철에 대비해 우동나베나 스키야키 등 전골식 메뉴 개발도 남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안정화 기간을 1개월 정도에 끝냈습니다. 지금까지 기초체력을 다졌다면 이제부터는 스스로 자기 색깔을 내야 합니다. 시간 나는 대로 국내와 일본의 앞선 우동집들을 꾸준히 찾아가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내고 그 길로 걸어가야죠. 2호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박리다매 형태로 창업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사누키우동 단일 메뉴로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합니다. 물론 ‘잇쇼우’ 브랜드가 어느 정도 뜬 다음의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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