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8월호

[음식과 사람 2017-8 P.84 Food & Story]

 

바다의 산삼 '전복'

 

▲ 이미지 = Pixabay

editor. 김동희 식문화개발연구원 원장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철, 살이 타기는커녕 허연 얼굴로 가방을 메고 나가는 입시생 딸아이의 모습이 안쓰럽다. 새벽에 나가 하루 종일 작은 책상에 붙어 앉아 공부를 하다가 늦은 밤 집에 와 겨우 한숨 붙이고 다음 날 새벽이면 거북이 등껍떼기 같은 가방을 메고 나가는 아이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음식이 없을까?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여름철 식재료로 닭고기나 장어 등 여러 음식이 있지만 고단백, 저지방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전복이 떠오른다. 마침 친정아버지께서도 수술 후 회복기에 계시니 전복을 넉넉히 사서 딸아이에게는 고소한 전복구이를, 친정아버지께는 부드럽고 고소한 전복죽과 짭쪼롬한 전복장을 만들어드리며 삼복더위를 잘 이겨내시라 해야겠다. 예전에는 전복이 비쌌지만 전복 양식에 성공한 후로 일반 서민들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게 돼 참 다행이다.

 

진시황이 사랑한 전복… 몸은 가볍게, 눈은 밝게!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는 전복은 오래전부터 귀한 식재료로 사용돼왔다. 전복의 효능에 대해서는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1596년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서술한 <본초강목>에는 전복이 눈을 밝게 만든다 하여 ‘석결명’이라 하고, <동의보감>에도 “장복(長服)하면 눈이 밝아진다”고 기록돼 있다.

1800년대 가정생활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는 전복이 “몸을 가볍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밖에도 <의림찬요>나 <음식보> 등에도 전복이 간장과 신장을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궁중의 연회를 기록한 의궤에도 전복을 이용한 음식이 여러 번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등장한다.

옛 문헌뿐 아니라 현대 영양학에서도 전복에는 단백질이 많아 몸의 기운을 북돋우며, 특히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체내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고 간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살찌기 쉬운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좋으며, 특히 회복기 환자나 노약자를 위한 건강식으로 전복죽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전복은 여름이 제철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복으로 복달임을 해서 기력을 보충하기도 한다.

 

다시마, 미역 먹고 사는 전복… 살 통통 오른 여름이 제철!

전복은 수심 5~50m의 해안 바위나 바닷속 암초 등에 붙어 서식한다. 다시마나 미역과 같은 해조류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내장에서 해초 냄새와 진한 맛이 난다. 내장의 색으로 암수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초록색이 암놈이고 노란색이 수놈이다. 산란기인 4, 5월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내장을 조리할 때 익혀 먹어야 한다. 산란기가 지나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여름철이 제철이다.

전복의 종류로는 참전복, 말전복, 까막전복 등이 있다. 이는 자연산과 양식산으로 나뉜다. 양식산은 수심 20m 정도의 근해에서 가두리 양식으로 생산되며, 주로 다시마와 미역을 먹이로 먹고 자란다.

양식산의 껍데기는 초록색을 띠는데 자연산에 비해 깨끗한 편이며 육질이 연하다. 자연산은 바다의 다양한 해조류가 부착해 껍데기가 붉은색을 띠고 다양한 부착성 패류들이 붙어 있다. 양식산의 80%가 전남 완도 부근에서 출하되는데,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해조류가 풍부하고 물살이 센 여울목에 양식장이 위치해 있어 살이 단단하고 맛 좋은 전복을 키워낸다.

전복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냉장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주로 말려서 먹었다. 1814년 흑산도에서 유배 중이던 정약전이 서술한 <자산어보>에는 전복을 ‘복어’라 칭하고 “그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생으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로 먹는 것이다”라고 했다. 별미로 전복 내장만을 모아 소금에 절여 젓갈을 만들어두었다가 먹을 때 양념해 먹기도 하는데 이를 ‘게우젓’이라고 한다. 제주의 전복죽과 게우젓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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