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r's Letter

[음식과 사람 2019-9 P.17 발행인 칼럼]

 

외식인의 소리를 가려 들어주는 중앙회

 

(사)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제갈창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버리는 일, 오래 지니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일. 나이 들수록 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중 가장 어려운 일은 친구를 사귀는 일입니다. 살아갈수록 사랑이라는 말보다는 우정이라는 단어가 더 미덥습니다. 우정은 뜨겁다기보다는 더운 것, 그래서 금방 식어버리는 게 아니라 은근히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아무래도 그런 사람을 얻는 일 같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를 ‘지음(知音)’이라고 하죠. 자신의 거문고 소리에 담긴 뜻을 이해해준 친구를 잃고 난 뒤 이제 그 소리를 아는 이가 없다며 현을 끊어버린 중국 춘추시대의 어떤 우정 이야기입니다.

지음이란 말엔 ‘새나 짐승의 소리를 가려 듣는다’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지인들 중에서 나만의 소리를 가려서 들어주는 사람, 목소리만으로 눈물의 기미를 눈치 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지인은 많아도 ‘지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근로시간 축소 등을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공약사항)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중요 정책 사안으로 추진됐던 것으로, 중앙회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대적인 요청이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는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외식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한국외식업중앙회는 19대, 20대 국회 상임위원들뿐 아니라 이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도 긴밀하게 협의하며 대책을 강구해왔습니다.

또한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적용해 충격을 완화하고, 소상공인들의 체질 강화가 선결되고 난 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과 협의해 차선책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의제매입세액공제율 2년간 109분의 9로 인상 등의 안을 관철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음식값 상향과 외식시장의 구조조정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해내야 하는 시대적인 추세에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선택이 상황까지 바꿔주기는 쉽지 않지만, 선택을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합니다.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그 길에 외식업중앙회가 앞장서겠습니다. 우리 외식인의 소리를 가려 들어주는 ‘지음’ 같은 중앙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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