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영세 음식점 억울한 일 없도록 살펴야”

[음식과 사람 2017-9 P,44 Special Interview]

▲ 중앙회, ‘선량한 자영업자보호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 사진 = 정희수 기자

지난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의 후속 법안인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서영교 국회의원(서울 중랑갑)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의 통과 이후에도 홍보 미비 등으로 법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editor. 김지은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은 2015년 6월 서영교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 19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된 ‘청소년보호법’과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일컫는다.

해당 법안은 미성년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류와 담배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려고 만든 법이 엉뚱하게 선량한 자영업자들을 형사처벌하게 하고 범죄자로 만들어왔다는 지적에 따라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선량한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된 것들이다.

청소년의 강박 및 신분증 위조, 변조, 도용 등으로 주류나 담배 등을 판매한 경우에는 과징금과 영업정지기간 등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서영교 의원이 2013년 10월 동일한 취지로 대표 발의한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토대로 2년 동안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정부가 수용 가능한 안으로 재발의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할 경우 이유 불문하고 영업자들은 처벌 대상이 돼왔다. 신분증을 위·변조하는 등의 속임수를 사용하거나 강박 등의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예외는 없었다. 미성년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류와 담배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려고 만든 법이 엉뚱하게도 선량한 자영업자들을 처벌하고 범죄자로 만드는 데 악용돼온 것이다.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업주들은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등 작심하고 속이는 경우에도 음식점주만을 처벌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는 것이 서영교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발의된 후속 법안은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 통과로 자영업자들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할 길이 열린 것은 다행이지만 일선 공무원들이 개정된 법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 여전히 단속 위주의 행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건마저 행정처분을 하는 등 아직도 억울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무분별한 행정처분을 막고, 사법처분과 행정처분이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법안 발의의 목적이다. 다음은 서영교 의원과의 일문일답.

 

[19대 국회에서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발의한 배경은 무엇인가.]

기존의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은 청소년이 신분증의 위조 또는 변조, 타인의 신분증 제시 등으로 나이를 속이고 주류와 담배를 구매하거나, 강압적으로 업소에 출입한 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전취식을 해도 오히려 음식점주 등 판매업주만 처벌하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과거에는 청소년들에게 담배나 술을 팔고, 미성년자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나쁜 어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그런 나쁜 어른들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청소년보호법이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면서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나쁜 청소년들에 의해 선량한 어른들이 다치는 경우다. 혹은 경쟁업체나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업주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청소년들을 동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고 적발된 3339개 음식점 중 고의적인 음주 적발 건수가 2619건으로 7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가 이중처벌을 받게 되는 것도 문제다.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 등을 판매할 경우 고의성이 없더라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벌까지 받게 된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해 처음 단속되면 영업정지 2개월까지 받을 수 있는데 영세 음식점에 영업정지 2개월은 사실상 폐업 통지나 다름없다. 단순히 2개월간의 수입만 사라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세나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계속될뿐더러 업소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어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 일쑤다. 또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경찰이며 검찰에 불려다니느라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을 국회에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일명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19대 국회 막판에 ‘청소년보호법’은 통과됐고, ‘식품위생법’은 취지를 반영한 규칙을 개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홍보가 부족해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충분히 적용되지 못하는 점도 있다. 그래서 20대 국회 들어 다시 한 번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을 대표 발의하게 됐다.

 

[법안을 준비하면서 가슴 아픈 사연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대다수 업주들은 자신을 고의적으로 곤경에 빠뜨린 청소년들을 고발하지 않는다. ‘내 새끼도 그럴 수 있는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청소년들이 고의로 저지른 일 때문에 선량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는 도심 번화가의 대형 술집보다 동네 골목의 작은 호프집이나 음식점 등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규모가 큰 업소일수록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할뿐더러 청소년들이 우르르 몰려와 협박하거나 해도 대처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자그마한 백반집을 운영하던 분이 계셨다. 어른 세 명이 와서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를 시켰는데 중간에 젊은이 하나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어른들이 남기고 간 술을 이 젊은이가 마시고서는 자진해서 경찰에 고발을 했다. 이런 경우 백발백중 주변 경쟁업체의 소행이지만 동네에서 혼자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쫓아다니며 캐내기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노년에 퇴직금으로 작은 주점이나 음식점을 열었다가 어리숙하게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단골처럼 자주 드나들던 사람이 친구라며 사람들을 우르르 끌고 왔는데 알고 보니 그 단골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보호법이 악용되는 사례는 숱하게 많다. 영업 방해를 목적으로 경쟁업체에서 청소년들을 보내는 경우, 미성년자가 아닌 양 업주를 속여 술을 마시고 자진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 청소년들은 공문서 위·변조나 절도 등에 해당됨에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업주만 처벌을 받게 된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신분증을 검사할 때 일부 미성년자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뒤늦게 합류해 업주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점주들은 ‘내가 한 번만 더 꼼꼼히 신분증 검사를 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살펴보았다면’ 하고 자신을 탓했다. 60일의 영업정지기간이 6일로 줄어든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 법안이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 사진 = 서영교 의원실 제공

[청소년들은 보호 대상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청소년들도 잘못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청소년보호법이 ‘청소년을 처벌하지 않는다’로 결론이 나면 안 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또한 법이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것’이 돼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고도 억울하게 처벌까지 받게 되는 경우만은 막아야 한다고 본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 통과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지난 2016년 2월 청소년보호법이, 그리고 2016년 8월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각각 개정되면서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단속됐으나 청소년이 위·변조 또는 도용된 신분증을 사용해 업주가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돼 과징금이 면제된 건수가 28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됐으나 행정처분이 경감된 건수는 112건에 이르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되는 건수도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3992건)과 2015년(4074건)에 비해 2016년에는 3834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법률 개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단속 중심의 행정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이 통과됐음에도 충분히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경찰이나 일반 공무원들이 단속을 계속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보호법 위반의 경우 단속되는 건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 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 2014년 8348건, 2015년 9268건에서 2016년 9313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결국 아직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억울하게 영업정지 처분이나 과징금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 중랑구의 한 치킨집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단속된 사건이 있었다.

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통고받았지만 다행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을 충분히 했으나 청소년들이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한 것이 인정돼 무혐의 처분을 받고 영업정지도 취소됐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으로 구제받은 사례인 셈이다.

법률을 통해 국회에서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의 내용이 현장에 충분히 홍보될 필요가 있다. 사실 청소년보호법과 같은 법률은 일선 경찰들에게 동네 자영업자들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 권력이 되기도 해서, 개정된 법률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도록 하는 노력이 각별히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를 통해 무분별한 단속 중심의 행정을 하기보다는 영세한 음식점주 등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의 내용은 청소년의 신분증을 철저히 확인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 과징금을 면제하거나 영업정지를 경감하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오히려 청소년들을 상대로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 통과를 계기로 청소년들에게 위조·변조·도용된 신분증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가를 철저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청소년이 위·변조하거나 훔친 신분증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엄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두 배로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의 가짜 신분증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영세 자영업자와 외식업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 활동을 다양하게 해온 것으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영세 자영업자와 외식업 종사자들이야말로 우리 주변의 진짜 서민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27%에 이르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의 자영업 영속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가 무려 34.6%나 된다. 경제인구 27%, 그들에게 딸린 식솔들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인구가 자영업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자영업자들이 살길을 모색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우리 서민을 위하고, 우리 서민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나 자신도 영세 자영업자의 딸이자 누이동생이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며 우리 형제를 키우셨고, 지금도 오빠는 숯불갈빗집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처음 됐을 때부터 서민을 위한 활동,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서민의 딸이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는가.

갈빗집을 하는 오빠를 보고서 알았다. 음식점에는 손님이 바글바글해야 그나마 임대료며 유지비, 재료비, 인건비 등을 털고 최소한의 자기 인건비로 200만~300만 원 정도를 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마저도 안 되면 자기 인건비조차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초기비용으로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이며 프랜차이즈 업소의 경우 매달 나가는 가맹비가 만만치 않아 수입이 생겨도 적자와 다름없다. 넘쳐나는 경쟁업체에 대기업들까지 가세해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도 부는커녕 삶의 활력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현실인 셈이다.

 

[준비 중인 다른 법안, 특히 자영업자나 외식업 종사자들의 권익과 관련된 법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우선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최근 정부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카드수수료율은 여전히 0.8~1.96%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이 인식하는 적정 수수료율 0.5~1% 미만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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