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음식과 사람 2017-9 P.57 Consulting]

▲ 이미지 = Pixabay

아욱은 저렴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의 식재료로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그런데 아욱국을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식당이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아욱국을 비롯해 재래식 된장으로 끓인 시래기국 등 된장국밥은 중·장년층에게는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는 음식이다. 식사뿐 아니라 해장 메뉴로도 손색없으며 가격도 부담이 없다. 맛있게 끓인 된장국밥이라면 찾아올 손님은 얼마든지 있다.

 

해장 개념의 ‘된장국’ 베이스 아욱국밥

얼마 전 전북 군산에서 아침 해장으로 아욱국을 먹었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일출옥’이라는 식당이었다. 이곳은 아욱국과 콩나물국 딱 두 가지 메뉴만 판매했다. 가격은 5000원으로 저렴한데 국물이 우리 같은 중년 세대에게 ‘딱’이다. 바로 전날 술을 제법 마셔서 숙취 기운이 남아 있는 동행인과 필자 모두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때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했다. 젊은 세대는 콩나물국을 주문했고 중·장년층은 된장 베이스의 아욱국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중·장년층은 된장에 대한 기본 니즈가 강렬하다. 우리 일행 세 명은 그 식당에 가기 직전에 다른 식당에서 이미 든든하게 식사를 했다. 하지만 구수하고 편안한 된장국이 나이 든 사람들 입에 맞았던 모양이다.

밥값 계산을 하면서 업주에게 된장에 대해 물었더니 직접 담근 메주로 만들었다고 했다. 아욱국은 군산의 이 식당과 함께 충남 보령의 모 식당이 나름 유명하다. 군산의 경우는 국밥이지만 보령은 백반 개념의 아욱국이다.

부산 광안리에서도 역시 된장 국물의 국밥을 먹은 적이 있다. 메뉴명이 ‘시락국’으로 부산·경남 일대에서 배추나 우거지를 넣고 끓인 국밥이다. 필자가 식사를 한 곳은 체인점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부산·경남 일대에 다수의 점포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시락국은 4000원으로 역시 가격이 저렴했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시락국 단일 메뉴로 한곳에서 7년째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 써 붙인 문구에서는 ‘콩된장’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했다. 유추하건대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콩일지라도) 100% 콩된장만을 사용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된장은 콩과 함께 밀을 함유한 공장제 된장 제품이다. 이 때문에 된장의 풍미가 깊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외국산 수입 콩일지라도 밀이 아닌 ‘100% 콩’으로 만들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경북 상주에는 시래기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이 식당도 시래기국밥 단일 메뉴만 판매한다. 그렇지만 공중파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다. 대구 앞산에도 시래기국밥으로 이름난 식당이 있다. 콩나물국밥과 시래기국밥 두 메뉴가 국밥의 기본이다. 역시 재래된장을 사용한다. 필자가 이 식당을 블로그에 포스팅했는데 그 내용을 기반으로 공중파 방송에 방영된 것을 후일 알았다.

 

토속적 메뉴명 붙이고, 시중 판매용 된장 사용해도 무난

전언한 식당들 모두 저렴한 가격에 된장국을 판매한다. 특별한 조리 기술보다는 집에서 끓이는 방식으로 된장국을 끓이면 소비자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워한다. 그렇지만 이런 가정용 된장국을 식당에서 먹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욱국과 시락국 모두 재래된장을 사용하지만 국물을 넉넉히 잡아 비교적 순한 된장 맛으로 제공한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재래된장 맛을 덜 좋아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한국인에게 소울 푸드 격인 된장은 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강점이 있다. 메뉴 이름은 ‘시래기국밥’, ‘아욱국’, ‘배추국밥’, ‘시락국밥’, ‘토장국’ 등 정감 있고 토속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계란 프라이나 생선구이 등을 별도의 단품으로 판매해도 무방하다.

재래된장은 콩된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최근 시판용으로 나온 된장 중 재래된장 맛과 흡사한 제품을 사용해도 괜찮다. 구수하고 편안한 맛의 된장국을 식당에서 판매한다면 중년층 이상 연령대의 고객들이 분명 단골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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