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7-9 P.54 Consulting ]

 

부친이 인쇄업을 접고 2001년 경기 파주시 금촌에 감자탕집을 차렸다. 감자탕 맛이 좋아 3개 방송사가 소개를 할 정도였다. 식당은 불티나게 잘됐다. 높아진 브랜드 가치에 힘입어 한때는 경기 일원에 18곳의 가맹점과 직영점을 거느리기도 했다. 부친의 성공에 고무된 김호식(38) 대표는 몇 해 전 거금을 들여 지금의 자리에 샤브샤브집을 개업했다.

경의선 운정역에서 직선거리로 450m 떨어진 곳이다. 운정신도시의 중심 상권이 될 것을 기대하고 들어왔으나 도시 개발은 아직도 미진한 상태. 샤브샤브 식당 운영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4월부터 부친의 감자탕 브랜드로 업종을 전환했다.

인테리어 비용이 두 배로 들어갔는데 매출은 갈수록 하향 추세. 급기야 관리비라도 벌기 위해 김 대표는 심야 대리운전 기사로까지 나섰다. 옛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식당 운영 기조를 회복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consulting. 김현수 /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이 코너는 점포명과 업주 이름을 익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번 호에는 당사자의 동의하에 실명으로 처리했습니다.

 

[문제점]

① 점심 매출 부진과 여름·겨울철 매출 부진

식당은 운정신도시의 새 건물 2층에 위치한다. 주변에 아직 사무실이나 오피스텔 등의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다. 따라서 직장인 점심 수요가 거의 없다. 게다가 식당이 2층에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갈 때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적절한 사인 장치가 부족해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잠시 헷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로 들어온 식사 손님들은 1층에 자리 잡은 만둣집에서 대부분 흡수해간다.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여름과 겨울철에 덥거나 추워지면 외출이 뜸해져 재방문율이 낮아진다.

 

② “감자탕집이야? 주꾸미집이야?” 너무 많은 메뉴

옥호에서 보듯 감자탕 옆에 ‘&쭈꾸미삼겹살’이 추가로 붙었다. 감자탕 메뉴들 외에 주꾸미삼겹살까지 더 늘어난 것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20여 가지 메뉴들이 빼곡하다. 영업이 잘 안 된다고 해서 이 메뉴도 넣어보고 저 메뉴도 넣어보고 하다 보면 메뉴 가짓수만 자꾸 늘어난다. 나중에는 식당 정체성까지 모호해진다. 이쯤 되면 본래 전문으로 했던 음식에 대한 고객의 신뢰마저 떨어진다. 이는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금의 ‘로타리 잠실감자탕’이 그렇다.

 

③ “가게 이름이 한눈에 안 들어오네” 너무 긴 옥호

이 집 정식 옥호는 ‘로타리 잠실감자탕&쭈꾸미삼겹살’이다. 문제가 많은 옥호다. 너무 긴 데다, 서울 잠실이라는 특정 지명을 떠올리게 한다. 고객이 식당 이름을 외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에도 불편하다. 무엇보다 이름이 너무 길면 누리꾼들이 검색창에 검색하려다가 포기할 확률이 아주 높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긴 이름이 인터넷 손님들을 못 오게 막고 있다.

 

▲ 사진 = 외식경영

 

[긍정 요소]

① 가장 큰 장점은 주 메뉴인 뼈해장국 맛과 음식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등뼈 대신 목뼈를 사용해 고기 맛이 좋다. 육수를 끓일 때 뼈에 묻은 불순물을 닦아내고 거품을 말끔히 걷어내 국물 맛이 아주 시원하다. 우거지 역시 무척 구수하다.

② 콩비지감자탕에 넣는 콩비지는 파주 장단콩인 생콩을 불려 그대로 갈아 넣은 것이다. 그래서 건강 친화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 정도 수준이면 어디 내놔도 최상급이다.

③ 무엇보다 젊은 주인장이 낙천적인 성격이고, 점포 개선 의지가 매우 강해 희망이 보인다.

④ 주차장이 매우 넓은 것도 좋은 점이다.

 

[이렇게 해봅시다]

① ‘가격 낮추기’보다 ‘덤’ 을 주는 게 체감 만족도 더 높여줘

샤브샤브나 감자탕은 대체로 전성기가 지난 아이템이다. 특히 샤브샤브는 더욱 그렇다. 하필 김 대표는 사양 아이템을 연거푸 갈아탔다.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는 “좀 더 일찍 만났으면 말렸을 아이템들”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가 샤브샤브집을 개업할 때만 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부친의 성격이 유하고 너그러워 가맹점들에 제대로 권리 행사를 못 했다. 이 틈을 타 일부 가맹점은 비신사적 행위를 하거나 채무 불이행을 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봄, 김 대표 부친이 이순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일단 손님을 오게 하기 위해 김 대표는 가격 인하 전략을 김 기획자에게 문의했다. 즉, 점심시간인 오후 3시까지 식사 메뉴인 뼈해장국(7000원)을 5000원에 팔고 싶다고 했다. 김 기획자는 이에 반대했다.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그 비용으로 양을 푸짐하게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완자를 150g 정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사진 = 외식경영

 

② 고객 흡인력 높은 소고기국밥 추가하고, 비지찌개·시래기밥으로 겨울철 매출 잡고

주변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관공서나 학교, 사무실 등 흡입 요소가 없다. 그렇다고 교통의 요지나 역세권도 아니다. 이런 상권에서는 일부러 찾아와 먹고 가는 목적 구매 외에는 고객이 없다.

주 메뉴인 뼈해장국은 근처에 식당이 보이면 들어가서 먹지만 일부러 찾아가 먹는 메뉴는 아니다. 그나마 이곳 상권 특성상 젊은 층이 움직이는 상권이다. 따라서 젊은 고객층에게 어필할 메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김 기획자는 우선 돼지 베이스인 뼈해장국의 단점을 커버해줄 소고기국밥을 추천했다. 소고기국밥은 젊은 연령층도 선호하고 뼈해장국에 비해 고객 흡인력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9월 말 이후 가을과 겨울철에 대비해 비지찌개나 시래기밥을 추천했다. 두 메뉴 모두 여성들이 선호하는 음식이고, 웰빙 개념이 물씬 풍기는 음식이다. 가격은 7000원 정도로 책정하고 예쁜 그릇에 내어야 좀 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당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메뉴에서 주꾸미, 순두부뼈해장국, 선지해장국 등은 빼고 그 대신 된장 베이스의 토장해장국을 넣을 것도 조언했다. 이때 우거지를 쓰지 말고 깔끔한 맛이 나도록 얼갈이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또 지금 나오는 반찬인 배추 겉절이와 깍두기는 좀 더 개선할 것도 주문했다. 감자탕은 반찬이 많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으로서는 개운한 동치미 하나 정도 더 추가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③ 옥호는 바꿔야… 당장 어렵다면 글자라도 줄이자!

김 기획자는 ‘로타리 잠실감자탕&쭈꾸미삼겹살’이라는 옥호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너무 길 뿐 아니라 서울 잠실이라는 특정 지명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당초 김 대표 부친이 지은 ‘잠실’은 누에를 키우는 방이라는 의미로 붙인 것이었다.

또한 이름이 너무 길면 누리꾼들이 검색하려다가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고객이 식당 이름을 외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에도 불편하다. 여러 모로 식당 홍보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여러 가맹점들이 사용했던 이름이고 지금도 적지 않은 가맹점들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본점인 이곳이 지난해 새로 점포를 냈기 때문에 다른 가맹점보다 뒤늦게 생긴 또 하나의 후발 가맹점으로 오해받기 쉽다. 김 기획자는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당장 바꾸기가 어려우면 임시로 ‘로타리 잠실감자탕’ 정도로 줄여서 쓸 것을 권했다.

홍보 전략은 젊은 주부층을 상대로 ‘국물이 깔끔한 감자탕’과 ‘웰빙 감자탕’에 초점을 맞춰 건강하고 깔끔한 감자탕으로 소구할 것을 주문했다. 장기적으로는 ‘로타리 잠실감자탕’ 콘셉트가 통하는 일산이나 서울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김 기획자는 김 대표에게 대리운전은 그만두고 조금 어렵더라도 식당 개선에만 전념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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