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에 적용된 4차 산업혁명 기술 현황

[음식과 사람 2017-10 P.34 R&D]

 

▲ 이미지 = Pixabay

4차 산업혁명 바람으로 외식산업 환경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공생하는 시대, 과연 우리 외식인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이 우리 외식산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발전될지, 미래 외식시장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짚어본다.

 

editor. 김영은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원

 

[4차 산업혁명으로 달라지는 환경]

• 자동화·무인화 바람(유통업, 호텔·레저산업 등)

• 업무량, 조직 구조 등 변화

• 홀 서비스, 조리, 경영에 영향(외식산업)

4차 산업혁명의 개념에 대해서는 <음식과 사람> 4월호에서 개괄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인공지능,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은 TV나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나 접할 뿐 우리의 삶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해나갈 다양한 기술과 놀라운 발전 속도, 실제 생활에 적용된 사례를 보면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미래 시대가 그리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독일이 차세대 글로벌 제조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의 기술을 중심으로 구상한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나노기술, 3D프린팅, 유전공학 등 서로 단절돼 있던 산업 분야 간 경계를 넘어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일어나는 기술 혁신의 패러다임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은 그 기원처럼 제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산업 환경과 구조 변화를 일으켰지만 최근 산업 간, 기술 간 융·복합으로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에도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유통업, 호텔·레저산업 같은 기존 인적자원 기반 서비스산업이 자동화·무인화되면서 업무량 및 조직 구조 등에서 산업 환경의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한 주요 서비스산업군 중 하나인 우리 외식산업 역시 홀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조리와 경영 분야에도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외식산업의 주요 관리 포인트를 기준으로 향후 적용 가능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이러한 혁신 기술을 도입한 리딩기업에 대해 알아보자.

▲ 이미지 = Pixabay

 

[외식산업에 적용 가능한 4차 산업혁명 기술]

• 예약 및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

• 사용자 위치 추적 기반 서비스

• 서비스와 조리를 담당하는 인공지능(AI) 로봇

• 음식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3D프린팅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의 특징은 빅데이터, 합성생물학,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개별 기술들이 융·복합돼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스마트 공장 등은 단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며, 우리 외식산업 분야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활용한 레스토랑 예약 및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위치 추적 기반 서비스 등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 로봇, 3D프린팅 등의 기술 역시 매장 서비스와 조리 프로세스 등 외식업체의 중점 관리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돼 외식산업의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아직까지도 까마득한 먼 미래의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멀게만 느껴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우리 외식산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발전될지에 대해 외식산업의 부가가치 발생을 기준으로 크게 두 단계로 나눠 살펴보자.

실제 부가가치가 발생되는 유형적 제품인 음식을 생산하는 ‘조리 단계’와,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부가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 단계’로 나누어, 현재 도입된 기술 현황과 앞으로 도입될 기술 전망까지 알아보고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달라질 외식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고자 한다.

 

[서비스 분야 미래 외식산업, 무엇이 달라지나?]

• 외식업은 인적 노동자원 기반 서비스가 중심

→ 최저시급 상승 등 비용 부담 증가

- 4차 산업혁명 영향

• 앱 주문·결제 시스템, 키오스크 등 무인 주문 시스템 → 서비스 인력 대체 → 비용 부담 감소

• 빅데이터 분석 → 소비자 기호 세분화, 마케팅에 적용 → 매출 상승, 비용 절감

• 고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 등장

• 무인화된 로봇 서비스로 커피 가격 낮춘 카페 등장

외식산업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외식산업의 부가가치는 유형의 제품(음식)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생산되지 않으며, 유형의 제품이 무형의 서비스와 어우러져 제공돼야만 비로소 부가가치가 생산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외식산업이 인적 노동자원 기반의 서비스가 중심이 되다 보니 매년 상승하는 최저시급,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관련 노무 분쟁 등으로 인적 서비스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App) 주문·결제 시스템 및 키오스크(Kiosk) 등의 셀프 시스템 기기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서비스 인력을 빠르게 대체함으로써 외식기업의 비용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BigMac ATM’이라는 이름의 무인 주문 시스템 키오스크를 도입해 시간당 15달러의 비정규직 근무자를 대체했고, 이를 통해 2016년에 전년 대비 매출이 26%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도미노피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즐겨 먹는 메뉴와 결제 등의 정보를 한번 입력해놓으면 주문 시 일일이 메뉴 선택과 결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제로 클릭 앱’을 개발해 전체 판매수익의 약 50%에 달하는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디지털 기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폰, 즉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돼 축적되는 즐겨 먹는 메뉴, 결제 정보 등의 다양한 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에 적용돼 기업의 매출 상승과 비용 절감의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앞서 제시한 사물인터넷 기반 기술은 모바일 앱, 키오스크 등을 통해 현재 외식산업에 빠르게 적용돼 익숙해진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내가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장면은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아직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대면 서비스용 인공지능 로봇 등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소 괴기스러울 수 있는 로봇 웨이트리스 ‘라비아’와 ‘제니’는 파키스탄의 한 프랜차이즈 피자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는 프로토타입(原型)의 서비스 로봇이다. 개발자인 오사마 자파리는 모든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가공해 제작했다. 그는 현재 고객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차세대 대화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 파키스탄의 한 프랜차이즈 피자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 웨이트리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Cafe X는 앞서 제시된 로봇 웨이트리스와 같은 휴머노이드형 인공지능 로봇이 아닌 기계팔과 주문 키오스크를 통해 커피를 주문하고 제공하는 형태의 새로운 커피 매장을 선보였다.

Cafe X는 매장 내 키오스크 및 앱을 통해 소비자 개개인이 선호하는 레시피대로 커피를 주문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무인화된 로봇 서비스로 고정적인 인건비를 낮춤으로써 4, 5달러의 커피 가격을 약 2.25달러에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CAFE X는 인공지능 로봇대신 기계팔과 주문 키오스크를 통해 커피를 주문하고 제공한다. 

 

[조리 분야 미래 외식산업, 무엇이 달라지나?]

• 단순 반복적인 원재료 손질, 조리 과정의 자동화

• 무인 조리로봇 등장=햄버거 조리로봇, 바텐더 로봇, 샐러드 메이커 로봇 등장

• 3D프린터로 초콜릿, 쿠키 등 음식 제작

외식산업 내에서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는 단연 조리 분야다. 기존 조리보조원이 했던 일들을 자동화기기를 도입해 단순 반복적인 원재료 손질과 전(前) 조리 과정을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기업을 위주로 자동화기기의 개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KFC, 피자헛 등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기업 얌(Yum) 브랜드의 최고경영자인 그렉 크리드는 2020년 중반까지 외식 프랜차이즈산업 내 패스트푸드 근로자들의 직무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화기, 날카로운 식기 등 가혹한 근무 환경, 전산화가 가능한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비해 점점 높아지는 인건비 및 노동 관련 분쟁 등으로 말미암아 자동화된 기기가 조리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조리 분야에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기술은 인공지능을 통한 무인 조리로봇과 3D프린터로 보인다.

2018년 1분기에 로스앤젤레스 칼리버거에서부터 도입될 예정인 주방 보조 로봇 ‘플리피’는 기계학습(ML) 및 컴퓨터 비전을 사용해 그릴에 있는 패티를 확인하고, 뒤집어야 할 패티를 센서로 추적하고, 패티를 뒤집은 뒤 빵 사이에 끼워 넣는 작업까지 수행하는 자동 햄버거 조리로봇이다. 이 로봇이 도입되면 하루 종일 뜨거운 그릴에서 햄버거 패티를 굽는 종사자들을 상당수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 주방보조 로봇 '플리피'

이 밖에도 자동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 로봇 ‘마크 셰이커’, 샐러드 메이커 로봇인 ‘프로봇 앤 샐리’ 등 조리 분야에서 좀 더 세분화된 자동화기기들이 속속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 자동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로봇 '마크 셰이커'

조리 분야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기술로 3D프린터를 들 수 있다. 3D프린터에 미리 입력된 레시피에 필요한 재료가 담긴 카트리지를 넣어서 초콜릿, 쿠키 등의 음식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3D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런던의 푸드잉크에서는 3D프린터로 식탁부터 음식까지 만들어 제공하며, 3D프린터로 제작되는 과정까지 소비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오감을 만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중국의 음식점에서 채소를 조리하는 로봇(왼쪽)과 음식을 나르는 로봇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외식업도 남의 일 아니다!]

• 향후 5~10년 인공지능 로봇 보편화될 전망

• 무인화된 매장과 자동화된 조리공간

→ 외식산업의 근본적인 산업 구조 및 환경에 큰 변화

• 인공지능 로봇의 인적자원 대체

→ 단기적인 실업률 상승

→ 장기적으로 근무 환경 개선

• 외식업 사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 급격한 변화에 관심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음식을 조리하고 사람들에게 서빙하는 시대.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마케팅 전문 컨설팅 그룹 가트너는 매년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신기술이 향후 몇 년 안에 범용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예측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5년에서 10년 사이 인공지능 로봇 관련 기술이 범용화될 것이며, 10년 이후에는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로봇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인화된 매장과 자동화된 조리공간은 외식산업의 근본적인 산업 구조와 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가깝게는 조리보조원이나 패스트푸드 조리원 등 단순 직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감소로 고용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레스토랑 및 숙박 부문의 직원 이직률은 2016년 기준 73%로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루 종일 뜨거운 그릴 앞에 서 있어야 하는 등 가혹한 근무 환경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로봇의 인적자원 대체가 단기적인 실업률 상승의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불안한 업무 환경 등의 위험한 직무를 대체함으로써 외식산업 내 인적자원의 근무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동시에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은 인적자원뿐 아니라 외식산업 전체의 산업 환경까지도 변화시킬 것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우리 외식사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성큼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조류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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