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7-10 P.50 Consulting]

 

‘이가네 숯불구이’ 추성민(46)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다. 현지 철강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이었다. 너무 오래 외국 생활을 한 터라 향수병이 도져 지난해 돌연 귀국했다. 귀국 직전까지 별다른 계획 없이 국내에 들어왔다. 차츰 모아둔 돈이 줄어들었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외식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부동산 업자의 말만 듣고 2016년에 지금의 고깃집을 인수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출액이 박스권에 갇혀 점차 고착화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진단과 대책을 의뢰했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문제점]

주차시설 미비 & 승용차 접근 어려움

고깃집 규모는 큰 편인데 주차시설이 없다. 갈빗집에 주차장이 없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돼지갈비는 가성비가 중요하지만 주차가 더 중요하다. 혼자보다 여럿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손님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갈비 먹으러 왔다가 주차가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다른 집으로 핸들을 돌린다. 더구나 식당에 이르는 골목길이 좁고 경사가 심한 데다 교통량이 많아 승용차 이용 고객 입장에서 큰 인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떻겠는가.

 

주 메뉴인 돼지갈비와 제육볶음 맛 제고 필요

교통과 주차 환경이 열악해도 고객이 와야 할 이유가 분명한 식당은 그래도 장사가 된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고 찾아왔는데 음식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재방문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의 돼지갈비와 제육볶음 맛은 손님의 재방문을 기대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점포 입지·공간·아이템의 부조화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복잡한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크고 길쭉한 형태의 점포는 당연히 접근성과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 인근 주민의 소비 여력이 미미하고 저녁이면 인적이 드문 지역이다. 이런 입지에 갈빗집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규모가 작았다면 그나마 고정비라도 덜 들어갔을 것이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입지와 공간에 돼지갈비를 파는 음식점이 들어선 것이다.

 

상권 내 소비 낮아 매출과 수익률 제자리

주말과 연말 특수를 빼면 매출액이 하루 100만 원을 넘기지 못한다. 전형적인 서민 상권이다. 매출액뿐 아니라 수익률도 낮다. 네 명이 와서 3인분을, 세 명이 와서 2인분을 시키는 손님이 많다. 그런 손님들일수록 최소한 두 번 이상 반찬 리필을 요청한다. 그렇다고 반찬의 질과 양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동네장사’인 만큼 덧거리(쓰키다시, 곁들이찬)를 넉넉히 내야 한다.

 

[이렇게 해봅시다]

저녁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지만 그나마 매출의 대부분은 저녁 손님이 올려준다. 점심에는 거의 손님이 없다. 오히려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이가네 숯불구이’보다 먼 거리에 있는 이웃 생선조림집과 삼겹살집은 점심 장사가 잘된다. 식사 메뉴 위주로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점포 주변은 낡은 주택가다. 그 주택가 뒤에 보험 관련 기관과 보험회사들이 포진했다. 이곳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골목으로 들어온다.

상권 특성과 점포의 환경을 고려해 김 기획자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지금의 갈빗집 형태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돈가스 전문점으로 업종 전환을 하는 것이다.

 

<방법 1>

기존 갈빗집을 유지할 경우

“갈비 질 높이고 직장인 공략할 메뉴로 개편해야”

■ 갈비 맛 개선 + 반찬 정리 + 메뉴 개편

지금의 갈빗집을 유지하려면 주 타깃을 저녁 직장인 손님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잠재적인 매출 규모나 수익 측면에서 동네 주민보다 직장인 위주의 회식 손님을 잡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갈비 맛부터 잡아줘야 한다. 지금의 갈비 양념 맛은 부족하다. 검증된 메뉴 개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 빠르다. ‘구리에서 양념 맛이 제일 좋은 갈빗집’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숯불 화력이 약한 것도 개선해야 한다. 고깃집은 일단 화력이 세야 한다.

반찬은 손님이 고기를 많이 먹게 유도하는 찬류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반찬 가짓수를 줄여 비용과 일거리를 줄여야 한다. 뭘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자잘한 반찬들보다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찬류 몇 가지로 간소화하는 것이다.

기존 찬류 중 하나인 ‘양념게장’은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고 원가도 높다. 밥집이 아닌 고깃집에서 굳이 내놓아야 할 이유가 없다. 상에서 퇴출시키면 당분간 고객의 불평을 들을 수 있다. 그래도 무시해야 한다. 존재 의미가 희박한 반찬을 대폭 줄이고 임팩트 있는 코다리찜을 손님 2인당 1마리씩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객의 추가 요청 분부터는 유료로 판매하면 된다.

갈비 양념의 맛을 높이고 반찬 정리가 끝났으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갈비 메뉴를 정리할 순서다. 지금의 ‘돼지갈비(1만3000원)’와 ‘돼지왕갈비(1만4000원)’는 하나로 통일하는 게 좋다. 그 대신 생갈비를 취급해서 직장인 회식을 유도한다. 생갈비는 원가가 비싸지만 직장인을 비롯해 외식 나온 가족이 선호하는 메뉴다. 다행히 현재 구리 시내에는 생갈비를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다.

 

 

■ 생갈비·전지구이 추가 + 점심 메뉴 개편 + 인테리어 변경

상권 내 주민들을 위한 메뉴로는 전지구이(소금구이)가 적당하다. 전지는 원육 가격이 싼 편이어서 수익성도 괜찮고 손님 입장에서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다. 고기 맛도 대체로 무난하다. 전지의 원육은 반드시 브랜드육을 사용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전지의 반은 구이로 팔고, 구이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나머지 부위는 찌개를 끓여 판매한다.

여기에 LA갈비를 접목하는 것이 좋다. LA갈비는 맛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이곳 상권에 적합한 메뉴다. 상권 특성상 돼지갈비 1만2000원, 생갈비 1만3000원, LA갈비 1만4000원 정도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적당하다.

평일 점심 메뉴로 전골식 불고기를 1인분 9000원에 제공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육절기를 갖춰야 한다. 또한 떡갈비도 이런 상권에서는 먹힌다. 소고기 국밥을 7000원 정도에 책정해 ‘떡갈비+소고기국밥(또는 돼지고기 전지 찌개)’ 형태로 묶어서 판매해도 좋다. 지금의 반찬 가짓수는 줄이고 떡갈비를 푸짐하게 퍼주는 콘셉트로 바꾸면 고객 호응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인테리어나 공간은 깔끔하고 청결하지만 고기 먹을 분위기는 아니다. 회식하기엔 좋지만 부담스러운 인테리어 콘셉트다. 차라리 지금의 신발 벗고 들어가 앉아서 먹는 방식을 버리고, 드럼통 테이블을 설치해 선술집 같은 분위기로 고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방법 2>

돈가스집으로 업종 전환할 경우

“높은 수익과 간편 시스템 기대할 만”

예전에는 고깃집이 상대적으로 운영하기 쉬웠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고깃집이 워낙 많이 생기기도 했고 이젠 사람들이 고기에 질린 느낌도 든다. 갈빗집으로 개선하면 지금보다는 매출이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주차장이 없어 한계가 명확하다. 비용은 좀 더 들겠지만 돈가스 전문점으로 전환하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 손님이 꾸준히 오고 수익률이 고기보다 높은 돈가스 전문점으로의 업종 전환을 추천한다.

■ 일본식 & 경양식 스타일로 돈가스 제공 + 전략적인 홍보 + 옥호 변경

주차장이 없고 좁은 골목 안의 넓은 점포여서 대체할 만한 아이템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돈가스 전문점이 무난하다. 돈가스는 일본식과 경양식 스타일 두 가지로 제공하고, 여기에 함박스테이크와 계절 음식인 돌냄비우동으로 메뉴를 짠다. 이 메뉴들은 인근 주민과 직장인 모두 부담 없이 선호하는 메뉴다. 원 플레이트 방식으로 제공하면 인력 소모가 적고 직원들 일하기도 편하다. 지금처럼 추가로 반찬을 갖다줄 필요도 없다.

음식과 메뉴 개선이 끝났으면 전략적인 홍보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남양주시만 해도 워낙 지역이 넓고 홍보에 관심 갖는 식당이 많은데 구리시의 경쟁 갈빗집들은 거의 홍보를 안 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구리시에서는 조금만 홍보를 해도 효과를 보기 유리하다. 홍보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효과가 있다. 온라인 홍보에서 ‘구리맛집’이나 ‘교문맛집’ 키워드를 잡아야 한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편이 아닌 지금의 점포 이름은 개선 작업 종료와 동시에 바꾸는 것이 좋다. 월 4000만 원 이상의 기대매출을 실현하려면 음식 개선, 업종 전환뿐 아니라 홍보는 물론 점포 이미지와 부합하는 옥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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