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 사람 2017-10 P.54 Local Analysis]

 

▲ 이미지 = Pixabay

오늘날 음식점 창업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했다. 70여만 개 음식점이 성과 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기존의 일반적 접근으로는 역부족이다. 식재료 원가와 부동산 임차료, 인건비 부담의 증가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가치소비’ 코드에 주목하는 것이다.

 

editor 김상훈 외식컨설팅 전문가

 

[가치소비에 열광하는 외식 소비자들이 몰려온다]

• 외식시장, 공급과잉으로 매출 부진

• 고정비(임차료,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 저하

→ 성과 창출의 돌파구로 ‘가치소비’ 코드에 주목하라

우리나라 70여만 개 음식점 중 프랜차이즈 가맹 음식점 비율은 22%에 달한다. 16만 개 음식점이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형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외식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한 장본인일 수 있다. 단기간 내 특정 브랜드, 특정 아이템이 공급시장에 갑자기 많이 생김으로써 해당 아이템의 수명까지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 창업시장에서 음식점 창업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했다. 관건은 기존에 영업하고 있는 70여만 개 음식점의 성과 창출 문제다. 시장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식재료 원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고정비용의 첫 번째인 부동산 임차료는 줄곧 치솟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외식업 경영자들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가치소비’ 코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의 세밀한 구매 코드를 읽어라]

• 나만의 맞춤형 가치소비 증가

• 똑같은 모양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경쟁력 하락

→ 이왕이면 다홍치마!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것엔 아낌없이 소비한다

가치소비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가치가 부여된다면 기꺼이, 또 과감히 소비하는 맞춤형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해 무조건 아끼는 알뜰소비와는 달리,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쟁이 치열한 음식점 시장일수록 가치소비 코드는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세밀한 구매 코드를 읽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 빈도는 갈수록 하락할 것이다.

한국 외식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한 다점포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모양새의 음식점이 100개, 200개를 넘어서 1000개 매장까지 생겨나면 해당 본사의 수익성은 높아지겠지만 그 브랜드 가맹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가치는 갈수록 하락할 수밖에 없다. 원 오브 뎀(One of them, 그중의 하나) 브랜드로 전락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매출도 하락한다. 우리 음식점만의 구매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다점포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가맹 음식점의 구매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소비자 공략하는 구매 가치를 찾아라]

• 손님의 취향까지 고려한 특별한 맞춤형 서비스가 구매 가치를 높인다

→ 남들과 다른 우리 음식점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는가?

서울 선릉역에는 오래된 막횟집이 있다. 필자의 단골 음식점 중 한 곳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도다리 세꼬시회의 상품성, 감칠맛 나는 곁들이찬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이 막횟집에는 신선한 통레몬과 각얼음이 늘 구비돼 있다.

허름한 횟집임에도 레몬과 얼음을 소주에 타 먹는 일부 고객들의 음주 습관을 고려해 꼬박꼬박 레몬과 얼음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일부 단골고객의 까칠한 취향을 공략한 막횟집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임에 분명하다. 단골고객 입장에서는 막회 한 접시를 먹더라도 고급 일식집에 간 듯 레몬과 얼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구매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반복 구매가 이어지는 것이다.

음식 상품력 갖추기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곁들이찬 하나에도 우리 집에서만 서비스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막연히 ‘음식을 맛있게 서비스한다’는 수사만으로는 갈 곳 많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길 수 없다. 이제는 똑같은 음식이라도 손님들의 취향까지 저격하는 맞춤형 음식 서비스가 구매 가치를 끌어올리는 시대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외식 소비자들의 가장 큰 소비 특성이다.

 

[1인 고객의 세심한 구매 코드를 만족시키는 시설과 분위기는?]

• 1인 테이블, 나홀로 좌석 배치

• 테이블마다 스마트폰 충전기, 전기 콘센트 구비

•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 네이버에 1인 고객 관련 음식점 콘텐츠 노출

→ ‘혼자 가기 편한 집’의 조건을 만족시켜라

최근 한국 외식시장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1인 소비의 급격한 증가다. 이코노미가 아닌 ‘1코노미’ 경제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1인 소비의 증가는 혼밥집, 혼술집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외식업 경영자 입장에서 1인 고객들의 구매 코드를 낱낱이 파헤칠 필요가 있다.

1인 고객들이 음식점을 찾는 구매 요건은 무엇일까? 혼밥집이건 혼술집이건 1인 고객들이 밥집과 술집을 찾을 때는 ‘혼자 가기 편한 집’을 찾는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혼자 가기 편한 집의 조건은 무엇일까? 시설 경쟁력 측면에서 1인 고객이 선호하는 편안한 음식점 조건을 알아야 한다.

1인 고객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멍하니 하늘만 보고 먹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함께하거나, 노트북을 켜고 식사를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이 때문에 테이블마다 스마트폰 충전기나 전기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면 ‘베리 굿’을 외칠 것이다. 또 나홀로 좌석과 다인석 사이에는 미관을 해치지 않는 소프트한 파티션이라도 세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배려도 중요하다.

1인 고객들은 음식점을 선택할 때 인터넷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따라서 1인 고객의 신규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네이버에 1인 고객 관련 음식점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프라인 측면에서 본다면 겉에서 보기에 혼자 먹기 편안해야 한다. 1인 테이블이나 나홀로 좌석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러한 디테일한 시설 경쟁력이 인터넷 입소문을 타고 신규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가치소비 테마들이다.

 

[가치소비의 영원한 코드, 인정(人情) 마케팅]

• 고객의 취향과 성향을 기억하는 세심한 배려가 마음을 움직인다

•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인정 마케팅으로 새로운 구매 가치 창출

 → 진정성 있게, 따뜻하게, 반갑게

한국의 외식 소비자들은 음식점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장님이 어떤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지도 관심을 갖는다. 상투적인 말투로 대하는지, 진정으로 나의 성향을 이해해주는지도 관심이 많다. 가치소비 측면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주인장이나 직원이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는 음식점을 선호한다.

선택의 폭이 넓은 한국 외식 소비자들의 마음은 백인백색이다. 그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두 번 이상 우리 음식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조금이라도 기억해주는 것이 예의다. 그 작은 것에 감사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오피스 상권에서 커피숍으로 성공한 사장님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단골손님들의 주문 취향을 열심히 외웠다고 했다. 그가 아메리카노 고객인지 라테 고객인지, 개별 손님들의 취향을 기억하고 미소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자신만의 고객 관리법에 대해 얘기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탄다. 더욱이 1인 고객들의 외로움은 누구보다 클 것이다. 이들의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인정 마케팅이 새로운 구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거창한 심리학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라도 진정성 있게, 따뜻하게,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장과 직원들의 표정 만들기부터 재점검해야 할 때다. 자식을 위해 버선발로 뛰어내려와 반갑게 맞아주시던 어머니 같은 인정 마케팅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다. 주인장의 인정 마케팅이야말로 최고의 가치소비 코드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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