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 먹었던 구황식품에서 ‘우주식량’으로

[음식과 사람 2017-10 P.84 Food & Story]

 

▲ 이미지 = Pixabay

영양 성분이 풍부해 슈퍼푸드로 주목받는 고구마는 변비 해소, 항산화, 성인병 예방, 혈압 강하, 콜레스테롤 저하 등 좋은 효능도 무궁무진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우주 시대 식량 자원으로 선택할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하다. 온 국민의 영양 간식, 달콤한 고구마에 대해 알아보자.

 

editor. 김준희 김포대 호텔조리과 교수

 

배가 고파 먹었던 구황식품에서 ‘우주식량’으로

고구마는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구황작물이었다. 지금은 섬유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으며 국내 전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고구마위원회’의 코델 박사는 “하루에 고구마 한 개씩을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고구마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구마 100g에 비타민C 30㎎이 함유돼 있으며, 가열 조리에 의한 영양분의 손실도 적은 편이다. 고구마의 주성분은 탄수화물로서 대부분 전분이며 비타민A, B, C와 나이아신, 섬유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말린 고구마의 표면에 생기는 흰 가루는 주로 맥아당이다.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고구마 속보다 보라색 껍질에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속까지 보라색을 띠는 ‘자색고구마’에는 안토시아닌이 더 풍부하게 들어 있다.

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끈적끈적한 흰색 유액은 ‘야리핀’이라는 물질로, 식이섬유인 셀룰로오스가 많이 함유돼 있어 장운동을 향상시키고, 장내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의 번식을 촉진하는 작용 등이 종합적으로 일어나 변통이 좋아진다.

고구마 하나에 이렇게 좋은 성분이 많으니 배가 고파 밥 대신 먹었다는 말은 이제 까마득한 옛말이 되었다.

 

색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취향 따라 골라 먹는 다양한 ‘고구마’

고구마의 원산지는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와 남미 베네수엘라에 위치한 오리노코강 하구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적어도 2000년 이상 고구마가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는 15세기 말경 콜럼버스에 의해 스페인에 전파됐고, 미국에는 17세기에 전파됐다. 동양에는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 필리핀을 경유해 중국,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인 영조 39년(1763년) 당시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이 쓰시마섬에서 고구마를 보고 구황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씨고구마를 구해 부산진으로 보내온 것이 최초였다. 이듬해 조엄은 귀국길에 다시 씨고구마를 구해 동래 지방과 제주도에 심도록 했다.

과거 고구마는 밤고구마, 물고구마 정도로 구분했지만 요즘은 여러 종류의 고구마가 개발돼 맛과 영양이 다양하다. 속이 붉은 자주색을 띠고 있는 ‘자색고구마’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적포도의 10배나 더 많이 들어 있고, 수분이 많아 날로 먹기에도 좋다. 당도는 다른 고구마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밤고구마’는 육질이 단단해서 찌거나 구워도 물기가 적고 밤 맛이 난다. 모양은 둥글둥글하고 껍질은 살짝 연한 붉은색이다.

‘황금고구마’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를 교배한 것으로, 속은 호박고구마처럼 노란색인데 맛은 밤고구마처럼 팍팍하다. 보기엔 호박고구마와 비슷하지만 껍질이 빨간 것이 특징이다. 호박처럼 노란색을 띠고 있는 ‘호박고구마’는 익히면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당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맛이 달고, 수분이 많아 물렁물렁해서 다른 고구마에 비해 소화가 잘되는 편이다.

좋은 고구마를 고르려면 몇 가지 눈여겨볼 것이 있다. 우선 고구마 모양이 곱고 매끈하며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것이 좋다. 또 잔털이 많은 것은 육질에 섬유소가 많아 맛이 좋지 않다. 고구마 표면에 검은 반점이 없고, 표피색이 밝고 선명한 적자색을 띠는 것이 좋다.

간혹 고구마를 냉장고에 넣었다가 썩어서 버렸다는 얘기를 듣는데, 고구마는 냉장 보관하거나 보관 중 충격으로 상처를 입으면 썩기 쉽다. 고구마를 보관하기 좋은 온도는 12, 13℃ 정도이며, 흙을 털어 통풍이 잘되는 상자에 펼쳐 넣어두면 좋다. 너무 추운 곳에 두면 세포막이 파괴돼 힘이 없어지고 곰팡이가 쉽게 퍼지므로 절대 냉장고에 넣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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