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 경남 합천 ‘금관식당’

[음식과 사람 2017-11 P.44 Consulting]

▲ 산채 비빔밥 / 이미지 = Pixabay

전국 관광지 주변에는 적지 않은 식당들이 포진해 있다. 관광지는 일반적인 상권과는 다른 특수성이 존재한다. 특히 전통 사찰을 낀 등산로 입구에는 거의 예외 없이 토속 음식점이 밀집했다. 오히려 도심보다 식당 밀집도가 높은 곳도 있다. 산속 사하촌이라고 해서 산채비빔밥과 동동주만 팔아야 할까? 무조건 관광객만 타깃으로 해야 할까? 곰곰 따져볼 일이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횟집으로 자리 잡았으나 힘에 부치고 갈수록 매출 저하

대구에서 식당을 하던 민연옥(55) 씨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지금의 경남 합천군 가야면으로 들어왔다. 해인사 입구의 면소재지다. 첫 5년간은 갈빗집을 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2000년 4월 갈빗집보다 좀 더 돈이 될 만한 횟집으로 전업했다.

업종을 바꾸자 기대했던 대로 매출이 늘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고생도 늘었다. 횟집은 음식을 미리 준비해둘 수 없었다. 종일 한가하다가 손님이 오면 갑자기 일손이 부족해졌다. 그만큼 노동의 효율성이 낮았다. 회상 차림은 조리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노동 강도 또한 높아 점점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쳤다.

횟집의 주 고객층은 지역주민들이었다. 10년 정도 지나자 주민들이 노령화하면서 주머니가 얇아지자 매출도 줄어들었다. 식당의 고객 수와 매출이 동시에 줄었다. 그러던 차에 유행처럼 오리고기 붐이 일었다. 민 씨는 오리고기와 돌솥밥으로 주 메뉴를 바꿨다. 관광객들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Problem]

‘오리고기 전문점’은 횟집의 대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매출도, 손님 반응도 좋았다. 횟집에 비하면 오리고깃집 운영은 한결 수월했다. 그러나 오리고기는 유행에 민감한 메뉴였다. 금방 질렸는지 지역주민, 관광객 할 것 없이 차츰 고객 수가 줄었다. 젊은 손님들은 돌솥밥을 외면했다.

가야면은 도로 사정이 양호하고 대구와 인접한 지역이다. 평소 자주 오던 면사무소, 농협 직원들이 대구 소재 식당으로 빠져나갔다. 차츰 하향 추세의 매출액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재료비와 관리비, 그리고 인건비를 빼고 나면 민 대표 몫은 남지 않았던 것.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지만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어 허무했다.

그나마 자가 건물이어서 점포 임차료가 나가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민 대표는 평소 <음식과 사람>을 애독했다. ‘SOS 김현수가 간다’ 코너는 늘 눈여겨봐왔다. 2016년 가을, 나도 저기 소개된 사람들처럼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도움을 청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기획자가 상담차 가보니 식당의 도드라진 개성이나 장점은 없었다. 다만 업주의 자세는 아주 긍정적이었다. 외식 전문지를 정기 구독할 정도로 업장 개선에 적극적인 업주라고 판단했다. 점포가 자가 건물인 점도 긍정적이었다. 248㎡(75평), 테이블 29개에 2층에는 150석 규모의 연회실도 구비했다. 면소재지 식당으로는 대형 규모였다.

김 기획자에 따르면 주말에 관광지에 다녀가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식비 지출에 돈을 안 쓴다고 한다.

“금관식당이 위치한 곳은 해인사 인근의 면소재지로 외지에서 유입하는 관광객 숫자가 많은 특수한 상권이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라고 해서 돈을 펑펑 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대체로 한 끼에 1인당 1만 원대 전후라고 보면 됩니다. 메뉴나 음식 단가를 여기에 맞춰 설계해야 합니다.”

 

 

[Solution]

관광객·지역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로 바꾸고 외관 가시성 높여

주 메뉴였던 샤브샤브나 오리고기는 둘 다 한물 간, 꺾이는 메뉴들이었다. 김 기획자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찾는 돼지고기 메뉴를 메인으로 구성할 것을 권했다. 떡갈비와 흑돈양념구이 정식을 비롯해 막국수, 한우국밥, 한우 불고기 등을 기존 메뉴 대신 투입하기로 했다.

건물이 낡고 내부 시설도 오래돼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일단 공사를 먼저 하고 개선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평소 불편했던 홀과 주방 내부의 동선을 바꿨다. 또한 창문을 확장해 바깥 경치 조망 환경도 대폭 개선했다.

리모델링 작업이 끝난 2017년 2월 주 메뉴 전수교육부터 시작했다. 떡갈비, 막국수, 소고기전골, 국밥 등의 메뉴를 전문 조리사가 금관식당 조리실에서 민 대표에게 전수했다. 미비점은 향후 민 대표가 서울에 와서 배워가기도 해 조리법을 완벽하게 습득시켰다.

“떡갈비는 돼지고기 후지를 90% 사용해 원가가 저렴하고 수익성이 높습니다. 이 집 떡갈비 상품력이 본토 떡갈비에 비해 손색이 없어요. 막국수는 경북지방에서 활성화하기 어려운 메뉴였죠. 사실 조금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해인사를 찾는 외지 관광객을 보고 과감하게 채택했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해인사는 불교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교육생들이 연중 적잖이 다녀가는 곳이다. 이들이 삼삼오오 식사하러 오는 빈도수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식당 위치는 해인사로 들고 나는 관광객들이 탄 차량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따라서 이들이 달리는 차 안에서 식당의 존재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가시성 높은 사인물을 설치하는 게 중요하다. 김 기획자는 이 점에 착안해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현수막과 대형 펼침막을 건물 외벽에 부착했다. 운전 중인 관광객이 한눈에 식당 성격과 주 메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점포 내부는 새로운 메뉴 콘셉트에 어울리도록 인테리어 작업을 했다. 간판과 P.O.P.도 새로 제작해 설치했다. 달라진 모습에 손님들도 건물이 훤해졌다며 칭찬했다.

간판 교체와 홍보 작업에 앞서 옥호를 바꿨다. ‘금관 바다와 오리의 웰빙밥상’이라는 그전의 이름은 너무 길었다. 간단하게 ‘금관식당’으로 줄였다.

5월부터 파워 블로거에 의한 블로그 마케팅을 실시했다. 지방이어서 키워드 경쟁이 심하지 않아 ‘합천 맛집’이나 ‘해인사 맛집’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선점할 수 있었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합천에서 식사할 식당을 미리 검색하고 온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유효적절한 블로그 마케팅은 필수라고 김 기획자는 강조했다.

“예상 밖으로 막국수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합천에서는 아마 최초의 막국숫집이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이 점도 홍보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지요.”

 

 

[After]

힘은 덜 들고 매출은 늘고… 주말·휴일 매출 큰 폭 늘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본격적으로 메뉴 조리법 전수와 함께 일종의 연습게임 기간을 보냈다. 새로운 메뉴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조리 전수가 모두 완료되고 점포 콘셉트 틀이 완전하게 전환된 5월부터 매출이 크게 늘었다.

평일에는 일평균 100만 원, 주말과 휴일에는 거뜬히 300만 원을 넘겼다. 과거에는 평일과 주말의 매출액 차이가 별로 없었는데 주말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평일에는 지역주민이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려주고, 주말과 휴일에는 여기에 관광객이 가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지역주민이나 관광객 구분 없이 누구나 선호하는 메뉴군으로 기획했던 것이 주효했다. 매출액뿐 아니라 이익률도 훨씬 향상됐다. 민 대표는 주말마다 아르바이트생 2, 3명을 투입해 늘어난 고객에 대응하고 있다.

“막국수+떡갈비 세트 메뉴가 반응이 제일 좋습니다. 메뉴를 바꾸자 조리 오퍼레이션이 한결 간단해졌어요. 동일 매출액 대비 일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입니다. 매출은 크게 늘어났어도 직원을 추가 채용할 필요가 없는 점도 좋네요.”

열흘 동안 저녁 식사를 하고 간 미국인이 있었다. 떡갈비, 막국수 등 모든 메뉴를 골고루 다 맛봤다. 그는 식사 때마다 “딜리셔스(delicious)!”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모든 손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음식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민 대표는 말했다.

한편 김 기획자는 민 대표의 창의성과 열의를 높이 샀다. 가르쳐준 것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떡갈비를 그릴에서 초벌로 구운 뒤 연탄불에 한 번 더 구워 불맛을 내서 맛을 더욱 향상시켰다. 민 대표는 최근 상경해 겨울철 대비용 국수전골과 곰국시 메뉴 조리법을 전수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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