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7-11 P.71 Uncut News]

 

‘촌철살인’ 음식 속담의 미학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요즘 고정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속담을 통해 정치권의 상황을 풀이하고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방송에 나가 사용할 속담을 찾다 보면 속담의 촌철살인, 비속성과 일상성, 임기응변의 편의성과 자기 합리화, 서민성과 냉소성에 푹 빠져들게 된다.

많이 쓰는 속담 중에 ‘두부 먹다 이 빠진다’는 속담이 있다. 방심하면 실수가 생기기 쉬우니 항상 조심하라는 경구인데, 때로는 뜻밖의 실수를 했다는 말로도 사용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과도 유사하다.

‘딸네 집에서 가져온 고추장’이라는 속담도 있다. 물건을 몹시 아껴두고 쓴다는 말로 시집간 딸의 시댁에서 어렵게 가져온 고추장이니, 딸을 시집보낸 부모 입장에서는 귀한 보물과 같은 고추장일 수밖에 없다. ‘떡 본 김에 굿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도 흔히 사용하는 속담이다. 우연히 운 좋은 기회에, 하려던 일을 해치운다는 말로 답답하게 애면글면하다가 속 시원하게 일이 풀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은 상대편의 속도 모르고 지레짐작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행동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 기다린다’는 속담은 아무런 노력도 안 하면서 좋은 결과 나오기만을 바라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하랴’는 속담은 여북하면 처가살이를 하겠느냐는 뜻과 함께 처가살이는 할 것이 못 됨을 이르는 말이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은 어른의 말을 잘 듣고 순종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는 속담은 너무 급히 서둘러 일을 하면 잘못하고 실패하게 된다는 뜻이며, ‘남 떡 먹는데 팥고물 떨어지는 걱정 한다’는 속담은 남의 일에 쓸데없이 간섭하고 걱정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다람쥐 밤 까먹듯’이라는 속담은 욕심스럽게 잘 먹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며, ‘물만밥이 목이 메다’는 속담은 밥을 물에 말아 먹어도 잘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슬픈 감정을 비유적으로 가리킨다.

교훈을 주거나 풍자를 하기 위해 비유의 방법으로 서술하는 간결한 관용어구로 정의되는 ‘속담’에는 세태와 문화가 녹아 있다. 속담 이외에도 금기담(禁忌談), 격언·잠언·경구·명언 같은 아포리즘, 수수께끼, 개그, 인사말, 줄임말 등 다양한 관용어구가 있지만, 쉽고 편하게 상황을 정의하고 평가하는 데는 속담이 제격이다.

속담은 특정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형성되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반 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속담이 일반 사례의 묘사로부터 만들어지지만, 그것 역시 반복되는 특수 사례라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근원적으로는 특정한 역사적 사례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속담 속에는 풍자와 해학, 절묘한 사례 적시와 현안에 대한 해법까지도 들어 있다. 불경기와 각종 규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삶도 속담처럼 풍요로운 풍자와 해학, 촌철살인의 해법을 통해 행복하게 펼쳐지길 소망한다.

 

[김홍국] 국제정치학 박사 & MB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으로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기대에서 정치학과 언론학을 강의하고 있다. 정치평론가로 YTN과 연합뉴스TV 등 방송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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