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 사람 2017-12 P.28 Local Analysis]

 

▲ tvn 드라마 혼술남녀

며칠 전 한 중년의 음식점 사장님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10년 동안 일식집을 운영해왔는데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었고, 급기야 주방장도 내보내고 근근이 매장을 꾸려가고 있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요즘 유행한다는 혼술집, 혼밥집으로 매장 콘셉트를 바꾸려고 하는데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혼술집, 혼밥집 콘셉트가 과연 매출 부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editor. 김상훈 외식컨설팅 전문가

 

외식업계에 부는 혼술집, 혼밥집 열풍

• 1인 가구 520만 시대

• 2016년부터 혼술, 혼밥 키워드 급부상

•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혼술, 혼밥족을 위한 신규 외식 브랜드 론칭

요즘 상권에서는 1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아이템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나홀로’ 테마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말 무렵이다. 당시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13>이라는 책에서 처음 나홀로 고객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나홀로 고객을 위한 트렌드 이름은 ‘Alone with Lounging, 나홀로 라운징’ 트렌드였다. 당시 통계 데이터는 1인 가구가 480만 가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부터 1인 음식점을 비롯해 1인 미용실, 1인 피부관리숍 등의 출현을 예고했다. 급기야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Era of Aloners, 내멋대로 1코노미’라는 파격적인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 나홀로 고객이 새로운 시대의 파워 컨슈머로 자리매김한다는 얘기다. 나홀로 소비에 집중하는 개인주의 시대가 눈앞에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트렌드로 읽혀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무려 52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외식 창업시장에서도 혼술, 혼밥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혼술, 혼밥을 내세우는 신규 외식 브랜드가 생겨나는 추세다. 많이 생겨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찬찬히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 국내 외식시장에서 혼밥, 혼술 트렌드를 사업화하는 형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 MBC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1인 고객 공략 전술 1]

기존 공간에 1인 고객을 위한 시설을 추가한다

• 나홀로 칸막이 좌석, 다치노미(선술집) 형태의 좌석, 바 카운터 설치 등

• 넓은 테이블 폭과 편안한 입식 의자는 필수

• 파티션 설치로 독립적이고 아늑한 분위기 연출

첫째, 기존 음식점에서 1인 고객들을 위한 테이블이나 시설을 갖추는 방향이다. 필자를 찾아오신 일식집 사장님이 생각하는 그림일 수 있다. 일본의 요시노야, 마쓰야, 스키야 같은 덮밥집에서 볼 수 있는 나홀로 칸막이 좌석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 4인 테이블만 있던 식당에서 2인 테이블, 1인 테이블을 배치하는 곳도 많다. 바 카운터, 이른바 다치노미(선술집) 형태의 좌석을 신규로 설치하는 음식점들도 나타나고 있다. 바 카운터를 주방 입구에 설치하거나 재정비하는 경우도 있다.

1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바 카운터 공간을 신규 제작하거나 리뉴얼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충분한 테이블 폭과 편안한 입식 의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급 일식집의 바 카운터는 스페셜 고객이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1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바 카운터를 제작한다면 편안한 의자와 충분한 테이블 폭을 확보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자칫 불편한 1인 의자 때문에 외면받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면 바 카운터 뒤쪽으로 낮은 높이의 파티션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나홀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고객 공략 전술 2]

‘1인분 주문 가능’으로 메뉴판을 수정한다

• 어떤 메뉴라도 1인 메뉴 서비스할 수 있어야

• 나홀로 고객을 위한 1인 상차림 메뉴 개발 필수

둘째, 1인 고객을 위한 메뉴판 수정이다. 요즘 상권에 나가보면 ‘2인분 이상 가능’한 메뉴를 ‘1인분 주문 가능’이라고 고쳐 쓴 음식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놀부’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도 ‘1인 부대찌개’ 메뉴가 출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즉, 나홀로 고객들도 1인분 메뉴를 당당히 주문해 맘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메뉴 구성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광양불고기집을 혼자 방문했다가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씁쓸히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영광굴비 한정식집에서도 1인분 메뉴는 팔지 않는다고 해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이젠 어떤 메뉴라도 1인 메뉴를 서비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520만 1인 가구주들이 만들어내는 나홀로 구매 파워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외식업소 입장에서 보면 1인 고객 메뉴를 서비스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1인 메뉴는 불황 극복의 중요한 테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인 고객 공략 전술 3]

‘1인 전문 음식점’으로 승부한다

• 1인 음식점을 전면에 내세우면 1인 고객 몰려들까?

• 1인 고객에게 익명성, 나홀로 라이프 보장은 필수

셋째, ‘1인 전문 음식점’을 내는 것이다. 최근 1인 보쌈 전문점이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출현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의 의견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1인 고객, 나홀로 고객들의 식생활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1인 고객들이 영화를 보고(혼영족), 나홀로 여행을 가는 것(혼행족)과 나홀로 음식점에 가는 것은 소비 스타일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전면 간판에 ‘1인 음식점’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써 붙인다고 해서 1인 고객들이 줄을 서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1인 고객 입장에서 볼 때 혼자 1인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을 대외적으로 널리 자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바쁘게 일상생활을 하다가 혼자 밥 한 끼, 술 한잔 먹게 되는 것이지, 굳이 ‘1인 음식점’이라고 크게 써 붙인 음식점을 선호할까? 이들은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조용히 나홀로 라이프를 살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MBC 혼밥 다큐스페셜 캡쳐

 

디테일한 서비스가 불황 극복 성패를 좌우한다

• 테이블 곳곳에 충전기, 콘센트 배치

• 1인 고객존 적절히 배치

• 애프터서비스보다 비포서비스에 집중

• 미소 나누기, 말벗 서비스 등으로 1인 고객들의 만족도 배가

→ 자발적 SNS 마케팅으로 연결될 가능성 커

1인 고객의 수요 증가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중요한 불황 극복 코드가 될 수 있다. 외식업 경영자라면 1인 고객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도 그들에겐 스마트폰이 가장 가까운 친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테이블 곳곳에 충전기나 콘센트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 2인 이상 고객과 1인 고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1인 고객존’을 적절히 배치할 필요도 있다.

1인 손님이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내내 눈치를 보며 불편하게 밥을 먹는 풍경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아울러 나홀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홀 서비스와 관리에도 세심함이 필요하다. 애프터(after)서비스보다 비포(before)서비스를 일상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홀로 고객들과의 따뜻한 미소 나누기, 말벗 서비스 등은 1인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자발적인 SNS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말로만 1인 음식점을 내세울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디테일한 서비스에 집중해야 매출 상승은 물론 불황 극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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