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2월호

[음식과 사람 2017-12 P.31 Easy Talk]

 

4차 산업혁명과 푸드테크

 

editor. 박태균

 

지난해 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 곁에 이미 바짝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알파고’ 쇼크는 4차 산업혁명이 거스르기 힘든 대세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이전에는 없던 신제품이나 새 기술을 창조해 우리의 생활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가리킨다. 빅데이터,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이 대표적인 새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의 주제도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외식업계라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태풍을 피해갈 순 없다. 외식업계 4차 산업혁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조미·소스의 모듈화, 키오스크(Kiosk,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단말기) 도입, 인공지능 챗봇(Chattbot) 등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2, 3년 내에 외식시장은 조미·소스가 모듈화돼 음식 조리 과정이 좀 더 간편해지고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식재료를 일일이 손질해 양념이나 소스를 만들어 조리하는 대신 이미 조리된 소스에 첨가물만 더해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모듈이 본격 사용되면 외식업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푸드테크’도 외식업계 4차 산업혁명의 한 사례다. 온디맨드는 수요자의 주문에 따른 서비스와 재화 등의 공급, 푸드테크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음식 관련 서비스를 뜻한다. 특히 온디맨드 방식 서비스는 음식 배달 분야에서 활발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화기를 들고 메뉴와 주소 등을 불러주고 직접 돈을 건네줘야 마무리됐던 음식 배달이 이제는 스마트폰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된다.

키오스크도 푸드테크 중 하나다. 요즘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 음식 주문용 키오스크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고객은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마칠 수 있다. 키오스크에선 메뉴 설명 외에 식재료의 원산지, 칼로리, 영양 정보,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키오스크는 현재 패스트푸드 업계,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메뉴의 다양화, 주문의 효율화, 인건비 절약 효과가 있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AI를 활용한 ‘챗봇(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 로봇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를 통해 메뉴의 주문은 물론 상담 서비스가 간편하고 재미있게 이뤄지고 있다.

아직 국내 외식업계의 4차 산업혁명은 배달, 검색 등 O2O(온·오프라인의 결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식업계의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로는 3D프린팅, 로봇 셰프가 주목받고 있다.

푸드 3D프린팅은 카트리지 안에 원료와 영양소, 감미료 등을 담고 프로그램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낸다. 현재도 재료를 혼합해 프로그램에 따라 간단한 케이크 등을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엔 도달해 있다. 푸드 3D프린팅이 활성화되면 조리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피자, 햄버거, 초밥 등을 만드는 로봇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복음’만은 아니다. 일자리 축소, 양극화 심화, 인간 소외 현상 등이 우려된다. 레스토랑, 커피 전문점 종업원과 배달직 등은 자동화에 따른 실직이 우려되는 고위험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손님 얼굴을 보면서 주문받고 음식을 제공하던 외식업체의 오랜 관행이 위협받을 수 있다. 고객과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주문, 메뉴 제공, 음식값 결제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 외식업계는 4차 산업혁명을 잘 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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