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7-12 P.50 Consulting]

 

▲ 짱닭 네이버 맛집 등록업체 사진

외식업 종사자 커뮤니티를 결성해 외식업 연구를 많이 했고 관련 지식을 충분히 쌓았다. 20년 동안 개선 노력도 부지런히 했다. 덕분에 공중파 방송 맛집 프로그램에 5회나 소개됐다. 그렇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경기 김포시 토종닭 전문점 ‘짱닭’ 대표 서숙아·장재일 부부 이야기다. 적자를 기록했거나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진 건 아니다. 다만 전력으로 질주했는데 결과가 늘 저조했다. 왜 그럴까?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는 ‘종목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consulting. 김현수 /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이 코너는 점포명과 업주 이름을 익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번 호는 당사자의 동의하에 실명으로 실었습니다.

 

[긍정 요소]

1. 장 대표가 세무사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업장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2. 진취적인 외식업 경영자들과 오래전부터 연구 모임을 결성하고 조직의 일꾼으로 봉사 중이다. 그들과 함께 꾸준히 외식업 관련 연구와 정보 공유, 토론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3. 방송에 다섯 번이나 소개될 만큼 음식 조리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하고 단골 고객도 일정하게 확보했다.

 

[문제점]

성장기 지난 토종닭이라는 메뉴의 한계

토종닭 전문점 ‘짱닭’은 토종닭으로 조리한 매운탕, 백숙, 옻닭과 옻오리가 주 메뉴다. 이제는 한물간 메뉴들이다. 신규 수요가 새로 창출되는 메뉴가 아니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에 한계가 있다. 토종닭 마니아라고 해도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다. 국도변이라면 아직 유효한 아이템이지만 고립된 상권에서는 어렵다. 그럼에도 업주는 업종 전환보다 이 메뉴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일단 지금 메뉴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상담을 실시했다.

 

어렵고 비싸고 복잡한 음식

들어가는 재료가 비싸고 가짓수가 많아 원가가 높다. 음식 조리법도 너무 복잡하다. 그럼에도 재료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무슨 맛인지 혼란스럽다.

 

입지가 고립된 탓에 점심 매출 부진

한강신도시에 포함됐다가 빠진 이곳은 본래 시골 자연취락지였다. 초창기에는 토종닭집과 목가적 마을 풍경이 어울렸다. 그러나 차츰 조립식으로 지은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섰다. 농촌 풍경 대신 난립한 공장들이 작은 공단을 형성했다. 마을은 항아리처럼 고립된 형태가 됐다. 큰길에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점심 매출이 부진하다. 인근 김포신도시 주부들은 한강을 건너 일산으로 가서 쇼핑과 식사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해봅시다]

전골로 단순화하고 1인분으로 쪼개 팔아야

핵심 메뉴는 웰빙시래기닭매운탕(5만 원, 4만 원)이다. 토종닭에 시래기와 함께 은이, 표고, 느타리, 백만가닥, 황금송이, 새송이 등 버섯만 해도 7, 8가지가 들어가는 거창한 음식이다. 큼직한 대파를 기둥처럼 세우고 각종 진귀한 버섯들을 탑처럼 쌓았다. 그 모습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김 기획자는 “방송용 음식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상업용 음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맛도 가격도 조리법도 너무 무겁다. 잘 만들어도 손님, 식당 주인, 조리사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이 메뉴를 계속 팔고 싶다면 심플하게 개선해야 한다. 회전율이 낮은 것도 문제다. 조리시간이 긴 데다 손님들 식사 시간이 두세 시간씩 걸린다. 방송에 나가자 손님이 구름처럼 몰려왔지만 하루 종일 50인분밖에 못 팔고 나머지 손님은 돌려보냈다.

“조리법과 맛을 좀 더 쉽고 간단명료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료 가짓수가 많아 무슨 맛인지 복잡합니다. 매운탕 국물이 시원하지 않고 무거워선 안 되지요. 비싼 재료와 남다른 정성을 들인 걸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김 기획자는 기존 웰빙시래기닭매운탕을 두 가지 콘셉트로 분리해 개선할 것을 제시했다. 하나는 전골 형태로 발전시키고 나머지 하나는 1인분 메뉴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지금의 매운탕은 닭볶음탕과 혼동하기 쉽다. 차라리 전골로 쉽게 차별화하고, 기존 매운탕은 1인분용으로 쪼개 1만 원씩에 파는 방법이다.

가격을 쪼개면 고객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 없이 주문하게 된다. 여럿이 와서 1인분씩 주문해도 매출액과 음식의 양은 결국 비슷하다. 설거지할 그릇이 좀 늘어나긴 해도 메뉴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때 메뉴 이름도 ‘닭매운탕’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재료와 조리법의 단순화다. 전골로 만들건 1인분으로 쪼개 팔건 비싼 버섯들을 다 넣지 말고 저렴하고 맛있는 버섯 몇 가지만 넣는 게 좋다. 원가도 낮추고 조리도 간편해지면서 맛의 정체성도 명확해진다.

 

주부층 선호하는 시래기밥 강화로 점심 메뉴 보강

김 기획자는 도약을 하려면 주부들이 선호하는 식사 메뉴를 강화해 점심에 70~80인분 정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안은 기존 곱돌꽃시래밥(6000원)을 개선하는 것과 새로운 메뉴를 도입하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곱돌꽃시래밥은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지녔다. 가격이 저렴하고 색상이 화려하다. 각종 신선 채소와 시래기를 넣어 건강 콘셉트를 강조한 것도 여심을 흔든다. 주부 고객에게 홍보하면 제대로 먹힐 메뉴다. 다만 지금의 버터 대신 들기름을 넣어야 더 잘 어울린다.

두 번째는 곱돌꽃시래밥 대신 압력밥솥에 시래기를 넣고 밥을 지은 시래기밥 형태로 판매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밥솥의 용량 때문에 ‘2인분 이상 주문 시’라고 메뉴판에 게재해야 한다. 시래기밥을 잘하는 경기 강화와 충남 홍성 소재 식당들을 먼저 벤치마킹하는 게 좋다. 시래기밥은 좋은 기름 맛이 관건이다. 들기름은 직접 채유해서 쓰는 게 좋다. 양념간장을 맛있게 만들고, 식기는 뜨거운 온기가 유지되도록 하며, 시래기를 푸짐하게 넣어줘야 효과가 있다. 괜찮은 반찬이 뒷받침되면 더 힘을 받는다. 곱돌꽃시래밥이나 시래기밥은 ‘시래기’ 키워드로 홍보하기가 좋다.

세 번째는 이북식 닭곰탕인 온반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온반은 본래 황해도 음식인데 닭을 취급하는 업소 이미지와도 부합하고 희소성이 높다. 강화와 김포는 미세하나마 황해도 음식문화권의 주변부다. 다만 현재 서너 가지 육수를 끓이고 있는데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면 주방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그밖에 만들기 쉽고 주부 등 여성 고객이 선호하는 메뉴인 소고기국수전골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부 메뉴 정리하고 메뉴판 손질 필요

공장 종사자들은 대체로 황태해장국보다 고기를 선호한다. 도심권 식당은 황태해장국이 좋지만 지방의 공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의 황태해장국은 메뉴에서 과감하게 빼는 게 좋다. 옻오리 역시 메뉴에서 빼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옻닭도 빼는 걸 권한다.

가뜩이나 무거운 메뉴들인데 점포 내·외부에 보양식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양식 이미지의 홍보물을 줄여야 한다. 매일 보양식을 먹는 사람은 없다. 보약이 아니라 밥을 파는 식당임을 알려야 한다.

현재의 메뉴판도 너무 복잡하다. 똑 떨어지고 보기 편하게 재배치해야 한다. 주 메뉴인 웰빙시래기닭매운탕을 메뉴판에 넣을 때 대자(5만 원)가 아닌 소자(4만 원)를 위로 올렸어야 했다. 이건 디테일하고 심리적인 문제다. 같은 메뉴판이어도 비싼 가격이 위에 올라가 있으면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부담을 느낀다.

 

건물 숨통 트게 하고 지역 내 홍보 강화해야

식당 출입구를 막아 답답한 느낌이 든다. 바람을 막기 위해 출입문 앞에 구조물을 사방으로 덧댄 것이다. 안에서도 갇힌 느낌이 든다. 홀 역시 사방으로 막혀 있고 한쪽 벽 아랫부분에만 작은 창을 냈다. 집이 서향 구조여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풍수 전문가들이 봤다면 들어오는 돈과 복과 사람을 막는다며 역정을 냈을 것이다. 풍수지리적 접근이 온당한지의 여부를 떠나, 손님들이 느끼기에 불편하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김 기획자는 메뉴 세팅을 끝내면 시래기밥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지역 내 홍보에 힘쓸 것을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토종닭에서 벗어나거나 점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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