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스토리

[음식과 사람 2017-12 P.86 Food & Story]

 

▲ 이미지 = Pixabay

요즘은 꼬막 양식이 가능해지고 저장 기술이 발달해 사계절 즐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꼬막 맛을 보려면 찬 바람 부는 겨울이 제격이다. 살갗을 에는 강바람이 매서울수록, 갯벌에 빠지는 손발이 시릴수록 그 맛이 찰지고 고소하다는 꼬막 맛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자.

 

editor. 강재희 백석문화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임금님 수라상, 제사상에도 오른 귀한 음식

꼬막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지만, 갯벌에서 꼬막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치를 떨 만큼 추운 날일수록 맛이 더 좋다고 한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껍데기는 빨래판과 같이 작은 돌기가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고 검은빛을 띤다. 속살은 진한 주홍색을 띠며 붉은 피가 가득한 것이 특징인데 새꼬막, 피꼬막, 참꼬막 등이 있다.

줄무늬가 20여 개에 골이 깊고 두꺼우며 털이 없이 검은빛을 고루 띠는 것이 ‘참꼬막’으로 셋 중 가장 작다. 줄무늬가 30여 개이고 골이 얕고 좁으며 입 쪽에만 검은색의 털이 나 있는 것은 ‘새꼬막’으로 참꼬막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고 해서 개꼬막, 똥꼬막이라고도 불린다.

‘피꼬막’은 줄무늬가 40여 개로 참꼬막, 새꼬막에 비해 크기가 매우 크고, 전체가 거의 검은 털로 덮여 있으며, 가장 많은 양의 핏물을 가지고 있어 피조개라고도 한다. 꼬막 중 가장 고급으로 한때 수확량의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해 구경하기 어려웠으나 요즘에는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참꼬막은 꼬막 중에서 진짜라 하여 ‘참’을 붙인 것인데 새꼬막이 1, 2년 정도 자라면 상품이 되는 반면 참꼬막은 3~5년 정도 걸려야 크기가 3, 4cm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참꼬막은 새꼬막이나 피꼬막에 비해 귀하기도 하고 살이 쫄깃해 궁중 진상품으로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을 뿐만 아니라 조상님 제사상에도 올린다고 하여 제사꼬막이라고도 한다. 벌교 사람들은 이 참꼬막만을 진짜 꼬막으로 친다.

 

수백 년간 사랑받아온 조개… ‘고막’에서 ‘꼬막’이 되다!

꼬막은 사투리로 원래 표준어는 고막이었는데 지금은 ‘꼬막’이 표준어가 됐다. 꼬막은 ‘작은 집에 사는 조개’라 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꼬막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먹어온 조개류 중 하나로 현존하는 중국의 농서(農書) 중 가장 오래된 <제민요술>(1500년대)에 ‘적감(炙蚶)’이라 하여 꼬막구이가 기록돼 있다. 또한 조선시대 지리와 풍속을 기록한 <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의 장흥도, 해남현, 보성군, 흥양현의 토산물로 꼬막이 기록돼 있으며, 정약전의 어류학서인 <자산어보>(1814년)에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오징어 3배, 고등어 10배

한방에서 꼬막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어 오장을 통하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속을 따뜻하게 하여 음식을 소화시키고 양의 기운을 성하게 한다’고 했다. 특히 꼬막 껍데기를 식초에 담갔다가 갈아서 고약이나 환약을 만들어 복용하면 일체의 어혈, 담적, 냉기를 치료한다고 하여 꼬막이 음식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붉은색을 띠는데, 이는 헤모크로모겐이라는 색소 때문으로 붉은색이 선명할수록 신선한 꼬막이다. 특히 꼬막은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함유돼 있고, 지방이 1% 이하인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이 오징어의 3배, 고등어의 10배 함유돼 있어 숙취로 생기는 간의 피로를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간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베타인이 다량 들어 있어 동맥경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고, 아연이 풍부해 어린이 면역력을 강화하며,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다.

 

[Tip] 벌교 여인들에게 배우는 ‘꼬막’ 손질법

벌교 사람들에게 꼬막은 일상식일 뿐만 아니라 잔칫상, 제사상 할 것 없이 손님을 치르는 상차림에 어김없이 오르는 식재료다. 벌교 여자라면 꼬막 삶는 법 하나는 제대로 배워 시집을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 꼬막 해감하여 씻기

꼬막은 골이 깊어 손이나 손톱이 거칠어지기 쉬우므로 고무장갑을 끼고 손질하는 것이 좋다. 바락바락 비벼 씻은 다음 소금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 1시간 정도 두어 해감을 시킨 뒤 다시 비벼 씻어 사용한다. 꼬막 해감을 할 때 입을 꽉 다문 꼬막은 건져내는 것이 좋은데, 이는 개흙을 품었거나 죽은 꼬막일 가능성이 높다.

2. 꼬막 제대로 삶기

꼬막을 삶을 때는 끓어오르는 물에 꼬막을 넣고 한쪽 방향으로 젓되 입을 한두 개 정도 벌리거나 곧 벌어지려는 틈이 보이면 바로 건져야 한다. 너무 삶아 꼬막 입이 다 벌어지면 맛난 맛이 빠져 맛과 영양이 덜할 뿐만 아니라 꼬막 살이 질겨진다. 꼬막을 삶을 때 한쪽 방향으로 저어야 꼬막 살이 한쪽으로 붙어 좋다.

3. 꼬막 껍데기 까기

꼬막은 본래 껍데기째 그릇에 담아내는데, 요즘은 껍데기를 반만 벗겨 양념장을 올려 내거나 살만 발라내 먹기 편하게 상에 내는 경우가 많다. 껍데기를 벗길 땐 수저로 꼬막 뒤쪽 연결 부위의 파인 부분에 숟가락을 대고 비틀면 꼬막 껍데기가 벌어져 살을 발라내기 쉽다.

4. 꼬막 보관하기

꼬막은 신선한 채로 바로 조리하는 것이 좋지만 산지에서 많은 양을 구입한 경우, 망에 담아 바람이 통하는 베란다 등 어두운 곳에 두고 자주 흔들어주면 입을 닫아 수분이 덜 빠져 사나흘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오래 두고 먹고 싶다면 삶아서 살만 발라 꼬막 국물과 함께 1회 분량씩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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