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8-1 P.36 Uncut News]

 

중국 용허센장의 ‘대통령 세트’ 중국 외교의 새 지평 되길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2월 14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현지 음식점(용허센장)에서 노영민 주중대사 내외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중국 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세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등 중국의 정치 지도자가 아닌 외국의 지도자가 중국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아침 식사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중국 방문 기간에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중국의 서민식당 용허센장(永和鮮漿)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 부부가 방중 이튿날인 12월 14일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함께 찾았던 식당 용허센장은 신메뉴로 ‘문재인 대통령 세트’를 내놓았다.

이 세트 메뉴는 문 대통령이 방문 당시 아침으로 먹었던 유타오(油條·기름에 튀긴 꽈배기)와 중국식 두유인 더우장(豆漿), 샤오롱바오(小籠包·만두), 훈툰(중국식 만둣국) 등으로 구성됐다.

중국 관영 인터넷 언론 ‘관차저왕’에 따르면 문 대통령 일행은 1996년 문을 연 이 식당에서 더우장 4그릇, 훈툰 4그릇, 유타오 2인분, 샤오롱바오 2접시를 시켜 68위안을 지불했다.

세트 가격은 35위안으로 우리 돈으로 약 5700원 수준이다. 각각 음식을 따로 시켰을 때보다 8위안가량 할인된 가격이다. 중국의 배달 앱인 ‘어러마’를 통해 이 세트를 식당과 가까운 지역에서 주문할 수 있다. 이 식당은 문 대통령 부부와 사장 쉬(徐)모 씨가 함께 찍은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용허센장에 방문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이 식사하는 사진까지 걸어놓고 문 대통령 세트를 홍보하고 있다.

이 식당은 한국인이 찾지 않던 곳이었으나 이후 한국인들도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인 쉬 씨는 관차저왕에 “당일 아침에야 오는 인사가 문 대통령이라는 걸 알았다. 주변 경비가 물샐틈없이 삼엄했다”고 말했다.

웨이보에는 누리꾼들이 식당을 직접 방문해 문 대통령 세트 메뉴를 먹는 인증샷과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문 대통령 부부가 친서민적인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먹었던 세트를 먹었는데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었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결과라는 평가다.

시진핑 주석과의 국빈만찬에서도 음식은 화제였다. 만찬 메뉴는 전채인 영빈냉채를 시작으로 조개 비둘기알국에 불도장(佛跳牆), 겨자 스테이크, 버섯을 곁들인 구기자잎쌈, 소금 은대구 구이 등이 나왔다. 중국산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이 곁들여졌으며, 후식으로 과일과 아이스크림, 차가 이어졌다.

메인 메뉴인 중국 보양식 불도장은 죽순, 해삼, 전복, 상어 지느러미, 상어 입술, 돼지 내장 등 3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든 중국의 대표 보양식이다. 그동안 불도장을 대접받은 외국 정상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환대를 받은 셈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언론과 국민의 관심 대상이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사회적 역할을 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음식 역시 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이 푸근하고 정다운 음식 이야기, 성공적인 정치와 외교를 통해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