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종로구 이근재 지회장 인터뷰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음식점을 비롯한 소상공인업계 위주로 많은 반발이 일었다. 특히 언론이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얘기할 때에는 ‘음식값 인상’이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음식값 인상의 원인은 식당 종업원의 인건비 상승보다는 식자재료 상승 등 외적요인 때문이라는 것이 외식업계의 하소연이다. 

지난 5일 시장경제신문이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이근재 종로구지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최저임금 인상으로 음식값이 올랐다고 얘기하는 곳이 많다.

- 음식값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대기업들이 임금인상에 대비해 조미료나 식용유 등 식자재 가격을 올려버렸다. 식당에 인력을 알선해주는 직업소개소에서도 인건비를 이미 인상했다. 게다가 건물주들도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음식값이 오르는 것은 가장 마지막 순서이다. 설탕이나 식용유 등 대기업들이 판매하는 식자재 가격이 오른 것은 언론의 취급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손님이라도 많이 오면 견딜만한데 손님도 오지 않는다. 인건비 부담때문이 아니라 외적요인 때문이다.

△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

- 현 시점의 내수경기나 국내경제를 보자. 수출은 반도체나 자동차 등이 선전하고 있다. 내수를 이끌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 건설업인데 건설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이 외국인들이다. 그들은 내수경기를 일으키지 못한다. 돈을 벌면 국내에서 써야 하는데 전부 자국으로 송금해버린다. 1988년에는 국내의 일자리 종류가 18,000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8~9천개 사이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사람들이 일을 못 하니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지난 해 대졸자 70만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자리는 30만개에 불과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내수경기를 이끌던 건설 노동자들도 전부 외국인으로 바뀌고 있으니 내수가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임금까지 올린다면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요즈음 자영업자들 중 은행에 저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대출관계로 은행은 가도 저축하러 은행가는 자영업자는 없는 실정이다.

△ 자영업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 수도 있을 것 같다.

- 요즘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게 되면 생존까지 어려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자영업을 찾고 있다. 앞으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외식업계도 일본처럼 라운드형으로 테이블을 만들어놓고 자판기에서 음식을 뽑아 먹는 형태로 변하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음식점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이유가 여러 가지 밑반찬 때문이다. 밑반찬이 부실하면 손님이 안 온다. 

우리나라도 일본형태의 문화로 바뀔 것이다. 중국은 식당에 가면 휴지까지 돈을 받는다. 우리나라만 음식점의 서비스가 과하다고 볼 수 있다. 호남지방의 음식점을 보자. 백반 한 가지에 수십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이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반찬문화 때문에 외식업계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혼자 장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식당수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결국 음식문화에 대한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

△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음식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반찬문화이다. 메인요리보다 반찬이 더 좋아야 장사가 잘 된다.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쌍둥이 횟집’은 횟집에서 서비스로 삼계탕까지 준다. 제주도내 매출 3위 식당이다. 밑반찬을 푸짐하게 차려줘야 손님들이 찾아온다. 전국의 식당들이 장사 잘 되는 집을 좇아가다 보니 장사잘 되는 집의 문화로 평준화돼버렸다. 

외식업자들은 트렌드를 따라다니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한다. 안동찜닭을 예로 들어보자. 한동안 안동 찜닭이 유행하자 신촌에만 안동찜닭 집이 200개가 넘게 생겼는데 다 망하고 한 곳만 남았다. 이게 우리 외식문화의 현주소다.

▲ 한국외식신문DB

△ 우리나라의 외식 문화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 50년대 음식문화 밀가루로 국수 만들어 팔던 문화였다. 돈 있는 사람들은 요정으로 갔다. 60년대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정식 문화가 형성됐다. 일반인들은 50원짜리 백반 먹던 시절이다. 70년대에는 통행금지 때문에 심야영업이 없었다. 자영업자들, 중소상인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서민들의 식당이 자리잡았다. 죽어라고 일만 하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일터근처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퇴근길에는 싸구려 대포집에서 간단하게 술을 먹고 애환을 풀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술 문화와 고기문화가 형성됐다. 싸고 배부른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다. 90년대부터 맛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0년 들어 글로벌 음식문화가 형성되면서 전 세계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 요즘은 ‘먹방’이 대세이다. 어떻게 보는가?

- 언론에 많은 음식점이 나온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집밥과 식당 밥을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업주들은 될 수 있으면 조미료를 덜 넣고 싶어한다. 방송에 잘 나오는 백종원씨가 얘기하는 음식에 대한 개념은 맛만 내면 된다는 개념이다. 백씨의 음식맛은 자연의 맛이 아니다. 

식당에서는 찌개 한 그릇을 내기 위해 육수를 낸다. 육수 내는 데만 각종 야채나 고기 등을 포함한 천연재료들이 보통 열가지 이상 들어가고 시간도 최하 2~3시간 이상 끓여내야 한다. 집에서는 그런 요리를 해 먹기 어렵다. 백씨가 말하는 음식맛의 개념은 맞춤옷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복의 개념이다. 맛만 좋으면 된다는 말에 국민들이 현혹되고 있다.

△ 음식이 무엇인가?

- 어머니의 손맛을 내는 식당이 장사가 잘 될 수 밖에 없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나도 초등학교때때 어머님이 해 주신 불고기에 대한 맛이 있기 때문에 불고기 잘 하는 식당을 찾으면 그 곳만 가게 된다. 어릴적에 맺힌 기억때문이다. 앞으로는 웰빙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식당이 성공할 것이다. 

피자나 햄버거는 퇴출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음식은 발효음식이고 건강식이다. 다국적 기업의 음식은 건강하지 않다. 방부제 때문에 음식이 썩지 않는다. 세균들도 못 먹어서 안 썩는 음식을 사람이 먹고 있다. 썩을 수 있는 음식이 건강한 음식이다. 인스탄트 식품은 배만 불린다. 인체에 얼마나 해롭겠는가. 우리 고유의 음식이 몸에 좋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편의점이나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 파는 음식들은 환경호르몬, 전자파, 방부제 등등 몸에 해로운 것 천지다. 그런 걸 먹고도 암에 안 걸리길 바라나?

△ 얼마 전 공정위가 노쇼(예약부도)에 대해 위약금을 물릴 수 있도록 개정안을 냈다.

- 본인도 노쇼근절 캠페인을 했지만 공정위의 개정안은 강제성이 없는 것이다. 강제성을 갖기 위해서 사회의 기본질서 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도권에서 힘을 써서 강제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쌍방간 성실하게 준수할 수 있는 예약문화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노쇼는 신용의 문제가 아니라 ‘갑질 문화'이다.

△ 자영업자들의 최대애환이 상가임대차 문제이다. 해결책은 없는가?

- 상가임대차의 가장 큰 문제는 건물주가 세입자를 ‘을’로 보는 것이다. 임대료 상승의 주범은 사실 악덕 부동산 중개업자들이다. 고생하면서 돈을 모아 건물주가 된 사람들은 절대 세입자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본인이 했던 고생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에게 상속받은 건물주들의 갑질은 하늘을 찌른다. 건물주들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다른 건물을 구입한다. 부동산임대업으로 먹고 산다. 게다가 임대료를 올려야 건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임대료를 올리려고 한다. 과거에는 임대료를 이중장부 써가며 탈세했다. 길목 좋은 곳의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고 임대료를 올려도 꼼짝 못 한다. 부동산 업자들이 임대료상승을 부추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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