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외식산업 회고와 2018년 전망

[음식과 사람 2018-1 P.37 Cover Story ❶]

 

“연이은 악재로 성수기 없이 지나간 2017년”

“가성비 중시 소비 트렌드에 주목, 스마트한 소비자 공략해야”

 

▲ 이미지 = Pixabay

2017년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성장했다. 하지만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외식산업의 어려움은 2018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의 성향의 소비자가 인구구조의 변화와 가계부채 증가, 실질가계소득 감소 추세에 편승해 극단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소량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 소비 심리는 외식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판이 바뀌었다. 이전에 있었던 외식산업의 이유 없는 호황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좀 더 적극적인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세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자만이 생존한다.

 

editor/ 김문식 외식업 마케팅 전문가

 

 

2017년 대한민국 성적표

• 정치·사회적 이슈 많았지만 경기지표는 상승

• 내수 경기는 하강… 김영란법 영향 외식업 큰 타격

2017년은 1월 촛불시위, 2월 김정남 암살 사건, 3월 사드 전격 배치 및 대통령 탄핵, 4월 대통령 선거,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6월 적폐 청산 시동, 7월 살충제 계란 파동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8월 삼성 이재용 재판 등 정치 이슈, 9월 북한 수소탄 시험, 10월 정치적 혼돈,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및 포항 지진, 12월 금리 인상 등 수많은 이슈가 사회를 뒤흔든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2017년은 일 년 내내 외식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이 이슈들과 더불어 2017년은 외식업계가 2016년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은 해이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이슈에도 국내 경기지표들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우리 경제는 2015년, 2016년 연속 2.8%의 저성장을 기록했으나 201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3.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이 수치는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의 또 다른 지표 중 하나인 기업의 매출 및 영업이익 실적을 보더라도 2017년 3분기 상장기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8%나 늘었다. 증권시장도 활황세다.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500을 넘나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 기준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7222달러로 주요 20개국(G20) 중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GDP 상승은 실질 GDP 상승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 이미지 = Pixabay

경기지표 상승과 함께 위협요인도 증가

• 가계부채 비율 증가(93.8%)

• 실질가계소득 감소(월평균 486만→470만 원)

• 인구구조의 변화(생산가능인구 감소)

유의해야 할 사실은 상승하는 국내 경기지표와 더불어 세 가지 위협요인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다. 첫 번째가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이다. 국제결제은행의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8%로 2012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에 있고, 가계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을 2012년에 이미 추월한 상태다. 미국은 2004년을 기점으로 떨어져 80%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 실질가계소득의 감소이다. 우리 경제에 중요한 지수인 취업자 수는 2016년 2623만 명에서 2017년에는 2686만 명으로 늘었으나, 인구 증가로 실업률은 3.7%에서 3.8%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 원에서 470만 원으로 줄었다.

세 번째,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위연령이 2010년 37.9세에서 2030년 48.5세로 10세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 3598만 명에서 2016년 3704만 명까지 증가한 뒤 2050년에는 1000만 명 정도 감소한 270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김생민의 영수증’이 뜬 이유

• 연이은 악재로 성수기 없이 지나간 1년

• 실질가계소득 감소로 ‘소비 억제 트렌드’ 붐

→ 가성비 중시 소비 트렌드 형성

 

▲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화면 캡쳐

이와 같이 2017년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와 가계부채 비율 증가, 실질가계소득 감소,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3대 위협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표상으로는 아주 선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 추세는 내수시장에서는 하강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 실질가계소득 감소는 가계에서 꼭 필요한 생필품 비용과 교육비를 제외한 여타 비용을 줄여 소비생활을 억제하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배경이 됐다. 이 소비 억제 트렌드는 가성비를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하게 했고 에누리닷컴, 072할인항공권 등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가성비 중시 소비 트렌드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방추형 인구구조 피라미드에서 가장 많은 수를 점유하고 있는 30~50대 계층이 있다. 이 계층은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관습에 관대하며,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세대의 특징이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절약 중심의 소비 억제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내수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내수시장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백화점 등 유통업계 매출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17년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의 성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식업계도 이러한 내수시장 위축과 소비 침체의 영향을 최전선에서 받고 있다. 대기업이 하는 커피업체 일부, 배달 서비스 제품을 다루는 일부 외식업체를 제외하고 한식, 중식, 일식, 치킨, 분식, 김밥, 주점업 등 외식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 가격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외식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낮은 가격대의 외식업도 정도는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

외식산업 전반에 걸친 소비 침체의 영향뿐 아니라 살충제 계란 파동, 촛불시위 등 여러 정치·사회적 이슈가 외식 성수기 때 일어나 2017년은 성수기 없이 지나간 해가 되었다. 이러한 직접적인 매출 타격으로 일부 서울 중심 상권에서조차도 전년 대비 30% 이상의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12월의 금리 인상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연말 경기마저 식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2018년 새 패러다임에 맞춰 ‘도전’과 ‘변화’로 대처할 때

• 더욱 적극적인 소비자 중심 사고 필요

• 새로운 콘셉트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로 변화

→ 메뉴 특화, 특수계층 겨냥, 가상서비스 결합 등 힘써야

2018년에도 외식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려움은 2018년에 끝나지 않고 수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구조와 소비 심리의 변화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새로운 형태로 바뀐 소비 심리는 외식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이미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등 우리보다 먼저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외식업체 운영 형태, 식자재 조달 및 운영, 트렌드 변화에 따른 조리 형태, 기타 사회적인 지원 등 외식산업계 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우리 외식업계에서는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 성향으로 변해가는 현상, 인구구조에 따른 외식 형태 및 사회 구조의 변화 등 거센 변화의 흐름에 아직까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 테크놀로지를 장착하고 외식시장에 등장한 음식 배달 대행업체 '딜리버루'

과거에 누렸던 외식산업의 이유 없는 호황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식자재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협동조합 형태로 폭넓은 공동 구매를 시행하고, 좀 더 정확한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등 더욱 적극적인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대충대충 적당히 분석해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소비자는 스마트하게 변했고,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있으며, 작은 규모를 가진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일정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모더니즘의 집단주의 성향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개인주의 성향으로 바뀐 소비자들이 인구구조의 변화와 가계부채 증가, 실질가계소득 감소와 결합해 극단적인 가성비 중심의 소량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은 나홀로 가정을 겨냥한 메뉴 및 운영 시스템, 모바일 등을 이용한 ‘내식 같은 외식’에 대한 대처 방안, 특정 소비계층을 겨냥한 메뉴 개발, 인공지능과 연결된 매장 운영 시스템 개발 등의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준비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2018년엔 기존의 한식, 중식, 일식, 양식, 패밀리레스토랑같이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들은 2017년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배달업과 관련된 업종, 케이터링 업체, 일부 커피 브랜드는 과다한 경쟁으로 매출은 늘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특화된 메뉴를 출시하는 외식산업군(이질적 문화를 가진 국가의 메뉴 판매, 분자요리와 같은 새로운 메뉴 판매, 질소가스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제조 기술을 가진 아이스크림 업체 등), 특수계층을 겨냥한 외식산업군(공유경제, 공정무역 등과 결합된 형태), 가상서비스와 결합된 운영 형태(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운영과 마케팅)의 외식산업은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뀜에 따른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맞춰 모든 외식업체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다리면 안 된다. 이제는 변화할 때다. 마음속 깊이 나오는 열정으로 적극적인 변화에 도전할 때 외식업의 2018년은 봄에 피는 새싹과 같은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될 것이다.

 

 

[김문식] ㈜피앤에프 대표, 한양대 겸임교수

한국 맥도날드, 두산식품에서 기획 및 영업 관리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외식 전문 컨설팅 회사 ㈜피앤에프 대표로 정부, 공기업, 사기업 외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양대 생화학 학사, 경기대 대학원 외식산업 석사,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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