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음식과 사람 2018-1 P.57 Consulting]

 

▲ 이미지 = Pixabay

경양식은 일본식 양식이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돼 한동안 인기를 모았다. 경제 성장과 함께 음식문화가 고급화·다양화하면서 경양식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자 저가 메뉴라는 점과 복고 트렌드에 힘입어 되살아나고 있다. 옛날처럼 우아한 경양식이 아니라 분식집 스타일의 경양식을 시도해볼 만하다. 함박, 돈가스, 비프가스, 생선가스 등의 메뉴는 지금도 생각 이상으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좁은 공간과 부부 중심 운영으로 비용 최소화

경기 고양시 행신동 C급 서민 상권에 ‘낙원돈까스’라는 식당이 있다.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를 파는 약 50㎡(15평) 미만의 작은 식당이다. 투자비는 대략 5000만 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테이블이 7개인 이 집은 주방도 협소하다. 부부 두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데 인근에서 제법 인기가 높다. 남자 주인은 서빙과 배달을 하고, 여자 주인은 주방에서 조리를 책임진다. 좁은 주방이지만 종업원 없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비용을 줄여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돈가스(7000원, 8000원), 함박스테이크(8000원), 정식(9000원)으로 메뉴를 구성했는데 식당 입장에서는 가격이 나쁘지 않다. 돈가스, 생선가스, 함박스테이크라는 경양식 음식은 나름의 차별성을 갖췄다. 특히 식재료 원가에 강점이 있어 수익성이 꽤 양호한 편이다. 돈가스는 원가도 좋고 고객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구매하는 메뉴다. 고연령층 고객들은 명태로 조리한 생선가스의 선호도가 높다.

얼마 전 필자와 외식업계 종사자 두 사람이 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함께 갔던 사람들의 음식 만족도는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돈가스와 생선가스는 튀김 상태가 양호했다.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가 탁월한 맛은 아니지만 편안한 맛으로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주거지와 상업지가 혼재된 상권인데 점심시간에 의외로 남성 고객이 많다. 별로 안 좋은 입지임에도 점심때는 2~4회전은 될 것 같았다. 만일 이 식당이 일반적인 한식당이었으면 무척 고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선호 부위 활용해 재료비 낮추고 ‘시즐감’ 높이고

서울 잠실 지하상가에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이 있다. 이 식당은 돼지고기를 사용한 함박스테이크와 파스타를 판매한다. 함박스테이크의 가격은 6500원이다. 달걀 프라이는 500원을 별도로 받고 있다. 음식 가격은 저렴하지만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양호한 편이다. 직원이 완전 개방한 주방에서 그릴에 함박스테이크를 ‘시즐감(지글지글 구워져 맛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느낌)’ 넘치게 조리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런 볼거리가 손님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지하의 다른 식당들에 비해 이 식당은 늘 손님이 붐빈다. 사이드 메뉴로 매콤한 파스타(7000원)를 판매한다. 다수의 손님들이 함박스테이크와 함께 별도로 파스타까지 주문해 객단가가 의외로 높다. 이 식당 주인은 함박스테이크의 패티를 사용한 식당을 두 곳 더 운영하는 장사 수완도 갖췄다.

시설 투자를 최소화한 분식집형 경양식 식당들이 전국적으로 드문드문 보인다. 필자의 정보로는 이 식당들의 영업이 대체로 안정된 편이다. 젊은 고객은 물론 중·노년 고객에게 경양식 메뉴가 추억의 음식이어서 재구매가 꾸준하다. 이 아이템의 특성은 편안한 풍미의 소스 개발과 돈가스, 생선가스를 튀길 때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아울러 기름진 맛을 최소화하는 것이 조리의 포인트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