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실버 세대 인구 급증

[음식과 사람 2018-1 P.77 Easy Talk]

 

‘SS족’의 입맛에 주목하라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한국 사회가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7년 8월 말 현재 주민등록상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14.02%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도 2025년이나 2026년께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5년 기준 세계 51위인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은 2060년께 2위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시니어(Senior·50대 이상 중·장년층)ㆍ실버(Silver·65세 이상 노년층) 세대를 지칭하는 ‘SS족’이 경제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 식품시장 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고령친화식품의 시장 규모는 7903억 원으로, 2011년(5104억 원) 대비 54.8% 급증했다.

고령친화식품이 국내 전체 식품시장(2015년 출하액 기준 52조63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어서, 머지않아 1조 원대 시장으로 확대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선 고령친화식품과 비슷한 개념인 ‘개호식품(介護食品·Care Food)’의 2017년 시장 규모가 1조6000억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식업계도 고령사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노인 고객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이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노인이 되면 젊을 때보다 입이 짧아진다. 나이 들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입맛이 변하고 타액(침) 분비가 줄어들어서다. 미각, 시각, 후각도 둔해진다. 혀 윗면의 미뢰(味蕾·미각세포가 모인 맛봉오리)가 줄어들고 눈이 나빠져 후각세포가 퇴화되기 때문이다. 시력이 후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눈을 감고 음식을 먹으면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다. 질병, 치료약의 부작용, 운동 부족 등도 노인 고객의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입맛이 없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신체에 필요한 열량,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쉽다. 노인 고객의 식욕을 살려주려면 유자, 레몬, 생강, 산초 등 새콤한 향신료와 깨소금, 볶은 깨 등 구수한 맛의 양념을 조리에 적극 사용하는 것이 좋다.

쑥갓, 미나리 등 고유의 향을 지닌 채소도 입맛을 되살리는 데 유효하다. 계피 향, 겨자 향도 후각을 자극해 식욕을 높여준다. 고기, 채소(감자, 당근 등)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노인이 음식을 씹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도 식욕 증진에 도움이 된다.

시각적으로 다양한 색상의 음식을 차려 식욕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식재료의 다양한 색깔을 이용해 음식을 꾸미거나 음식에 고명 하나만 올려놓아도 손님상에 오른 음식을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이 달라진다.

요즘은 나트륨, 당류 섭취를 줄이는 데 신경 쓰는 노인 고객도 늘고 있다. 이런 고객을 위해선 소금, 간장 대신 식초, 레몬, 유자 등의 신맛을 적절히 이용해 입맛을 돋우는 것이 좋다. 쑥갓, 버섯, 파슬리 등 향이 강한 채소나 카레, 후추 등 향신료를 조리에 사용하거나 생채소를 초간장, 초고추장에 찍어 먹게 하는 것도 소금 섭취는 줄이면서 노인의 미각 변화에 잘 대처하는 방법이다.

고기 등 굽는 요리는 약간의 탄 맛을 내면 염분이 적어도 노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이때 석쇠 자국이 약간 날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오래 구우면 고기의 탄 부위에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성되므로 해롭다. 고령사회엔 노인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외식업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박태균]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 전문기자. 고려대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연구교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올해의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음식과 건강>, <먹으면 좋은 음식 먹어야 사는 음식>, <남의 살 탐하는 104가지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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