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8-2 P.44 Consulting]

 

 

‘내 사업’은 많은 월급쟁이들의 로망이다. 내 의지와 계획에 따라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고 그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한다. 경남 합천 ‘황태마을’ 정준섭 대표 부부도 그랬다. 두 사람은 음료회사 영업사원과 공공기관 영양사로 근무했다. 부부는 음료 대리점을 차리면서 내 사업의 꿈을 처음 실현했다.

지난해 봄, 좀 더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의 식당을 인수했다. 하지만 식당 경영은 녹록지 않았다. 경영 개선 의지는 강했지만 식당이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조언을 들을 만한 곳도, 교육을 받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음식과 사람>을 열독하던 중, 마침 본 코너에 소개된 합천 소재 식당 기사를 보고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consulting. 김현수 /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식당 개요]

위치 =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관광단지길 28-10

상권 특성 = 합천관광단지 내 위치, 대도시는 물론 합천군청 소재지에서도 먼 오지

업장 규모 = 93㎡(28평), 40석(좌식), 여름철에는 옥외 천막과 호숫가에 18테이블 추가 운용

주 메뉴 =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매운탕

 

[문제점]

비수기와 성수기의 극심한 매출액 차이

겨울철 평일 점심에는 겨우 세 팀을 받는 날도 있다. 그러나 여름철이 되면 상황은 정반대다. 내부의 좌석이 모자라 식당 앞에 쳐놓은 천막과 뒷마당의 호숫가 쪽에도 식탁을 설치하고 손님을 받는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액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다 보니 여름철에는 몸에 멍이 들고, 겨울철에는 마음에 멍이 든다.

 

평일과 주말 내방객 차이 커서 인력 운용에 어려움

비수기와 성수기의 내방객 차이뿐 아니라, 평일과 주말의 손님 수도 큰 차이가 났다. 특히 비수기엔 그 차이가 더 심했다. 인력을 상시적으로 고용해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상시 인력을 최소화해도 비수기 평일엔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상시 인력을 없애거나 줄일 수도 없다. 성수기에는 인력난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긍정 요소>

➊ 주방을 맡고 있는 안주인이 영양사 출신이어서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 현재의 찬류도 다른 식당들에 비해 맛이 뛰어나고 황태를 활용한 차별화가 돋보인다. 다른 찬류나 음식을 접목해 얼마든지 새로운 콘셉트의 상차림이 가능하다.

➋ 정준섭 대표 또한 음료회사 영업사원 출신이어서 외식업과 유통업에 두루 정통하다. 외식업과 유통업의 프로세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식당 경영에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➌ 15년간 꾸준히 찾아오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점도 긍정적이다. 비록 주인이 바뀌었지만 음식 맛의 기본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 현상이다. 내방 빈도수는 높지 않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의 존재는 식당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이렇게 해봅시다]

‘원 웨이 쓰리 잡’과 정리정돈 필요

1988년 조성한 합천호수 안쪽으로 반도처럼 들어간 지형 맨 끝에 식당이 자리 잡았다. 합천호의 경관을 조망하기에는 더없이 뛰어난 자리지만 식사를 하러 가기엔 너무 멀다. 관광차 왔다가 식사를 할 수 있어도 일부러 식사를 하러 가기엔 불편한 위치다. 이 때문에 관광철 성수기와 비수기, 휴일과 평일의 매출 차이가 너무 심하다. 냉면 전문점처럼 여름철 매출로 1년을 먹고사는 구조다. 이는 자연스럽게 낮은 인력 효율로 연결된다.

제한된 인력으로 바쁜 시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원 웨이 쓰리 잡(One Way Three Job)’과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평소 직원들에게 ‘원 웨이 쓰리 잡’을 교육시켜야 한다. 한 번 움직이면 세 가지 일을 처리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손님에게 음식을 주러 간 김에 옆의 빈 그릇을 치우고, 식탁을 닦으면서, 새로 온 손님의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를 습관화하면 좀 더 여유 있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도 동선과 노동량을 줄일 수 있어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식재료나 주방기구 등을 항상 일정한 곳에 두고 누구나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정리해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조리 순서대로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조리하는 시간보다 식재료나 조리도구 찾는 시간이 더 걸려서는 안 된다.


황태해장국을 전면에, 냉면과 완자는 사이드 메뉴로

합천군은 외식업종 가운데 고기 메뉴가 강세인 지역이다. 고깃집에 비하면 황태구이는 합천에서 나름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메뉴다. 황태는 생각보다 맛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황태마을’의 음식 맛과 수준은 높은 편이다. 특히 양념 맛은 전국 어느 황태구이 전문점보다 뛰어나다. 양질의 국내산 고춧가루를 사용해 상품력을 높인 점도 돋보인다. 매출 부진 원인이 음식의 문제는 아니다.

메뉴 구성은 손질할 필요가 있다. 비수기 평일에 먹힐 단품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보강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점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매출 기여도가 낮은 아귀찜은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황태구이(소)가 1만8000원이면 어차피 2인분 분량이므로 실제로 비싼 가격은 아니다. 1인분에 9000원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걸 합쳐놓으니 금액이 무거워졌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손님은 만 단위 숫자를 보면서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지방의 고객들은 더 그렇다. 평일에 근방 손님들이 이런 메뉴를 먹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는 단품인 1인분 메뉴를 개발해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일종의 ‘쪼개 팔기’ 전략이다. 7000~8000원 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 황태 전문점이므로 전문점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황태를 활용한 메뉴가 좋다. 아무래도 인근의 중·노년층이 주 고객이므로 그들이 선호하는 황태해장국을 추천하고 싶다. 황태해장국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주 메뉴인 황태구이를 먹고 나도 손님은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고기를 주 메뉴로 하지 않은 식당들의 공통점이다. 돼지고기 후지를 활용한 완자는 허기증을 느낄 고객에게 든든한 사이드 메뉴가 돼준다. 황태는 늘 먹는 음식이 아니다. 가성비도 낮다. 여기에 가성비 높고 식재료 원가가 낮은 완자를 접목하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완자는 사전 작업이 필요한 메뉴다. 평일 한가한 시간에 유휴 노동력을 동원해 고기를 갈고 완자를 만들어 초벌로 익혀두었다가 손님이 몰려올 때 판매한다. 상에 올릴 때 한 번 더 구워 뜨거운 상태로 내간다. 이 완자는 경기도 양평의 유명 냉면집 완자를 벤치마킹할 것을 추천한다.

완자와 함께 냉면을 황태와 묶으면 고객 흡인력이 한결 세진다. 냉면이 없는 황태 전문점과 냉면이 있는 황태 전문점은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냉면 제면기를 설치하고 자가 제면하면 좋겠지만 주방이 좁아 당장 설치하기 어렵다. 장기 과제로 미뤄두고, 일단 양질의 공장 냉면으로 시작해도 괜찮다. 올해 봄을 목표 시점으로 잡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홍보 강화, 장기적으로는 주방 리모델링을

도심에서 떨어진 격·오지 식당일수록 손님이 찾아갈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가 높은 방법은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비록 거리가 멀고 시간이 걸려도 찾아가서 먹고 싶게 해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홍보활동이다. 지금 수준의 황태구이 맛은 객관적으로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한 달에 2회 정도 블로그 포스팅이 필요하다. ‘합천맛집’ 키워드로 홍보하면 단기적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주방이 너무 좁아 공간 효율성과 작업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또 일하는 주방 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주방 위치가 홀과의 연계성이나 동선과 무관하게 자리 잡았다. 드나듦이 불편하고 홀, 내실, 주방의 동선이 혼란스럽게 엉켰다. 홀 서빙 인력의 피로도를 높이고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근본적으로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동선을 고려해 주방의 위치를 바꾸고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 건물을 인수하느라 자금 여력이 없다.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황태마을’은 얼핏 강원도 인제의 지명 같은 느낌이 든다. 특정 업소의 이름으로는 부적합하다. 식당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이 역시 간판과 인테리어 작업 등 부대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여서 시간을 두고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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