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지면으로 떠나는 벤치마킹 투어 마지막회

[음식과 사람 2018-2 P.62 Benchmarking Tour]

 

▲ 이미지 = Pixabay

외식업체 대표들은 늘 “어디 가서, 뭐 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식부터 경영 기법까지 배우고 싶은 것은 많다. ‘잘나가는’ 가게 주인은 시간, 경비가 넉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가게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각 지역별, 음식별로 ‘지면 벤치마킹 투어’를 진행해왔다. 사정상 못 가보는 분들이 ‘힌트’라도 얻기를 바란다.

 

editor / photo. 황광해

 

5년간 <음식과 사람>에 ‘음식점 스토리텔링’ 원고를 기고했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덕분이다. 무려 60번 가까이 쓴 원고들이 험난한 외식업 시장에서 악전고투하는 외식업체 경영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기를 진심으로 빈다.

많은 외식업체 대표들을 만난다. 여러 가지 질문이 있다. 그중 두어 가지 질문을 정리해본다. 대답하기 난처해서 얼버무렸던 이야기도 있다. 지면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역시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어떻게 하면 방송에 나가나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역시 대답도 가장 난처한 질문이다. “방송에 나가려면 돈을 얼마나 줘야 하나요?”라는 솔직한 질문(?)도 여러 번 들었다. 역시 대답하기 어렵다.

음식점의 ‘먹방 출연’도 슬프지만 ‘빈익빈 부익부’다. 방송에 나가고 싶은 이들도 많지만, 방송 출연 요청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넋두리하는 경우도 많다. 방송에 출연해본 사람들은 안다. 방송 촬영한답시고 하루 종일 애를 먹이는 경우도 있다. 아니 이틀, 사흘 카메라를 대기시키고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매일 손님을 맞아야 하는 가게 입장에서는 죽을 노릇이다. 그래서 방송 출연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는 이들도 많이 봤다.

협찬료를 내고 방송하라고 꼬드기는 경우도 많다. 아예 외식업체에서 협찬금을 내고 방송에 나가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방송 출연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엉뚱한 말을 한다.

“호랑이를 잡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호랑이를 잘 따라가서 호랑이를 쏴서 잡는 것이다. 목표를 따라가니 상당히 효율적이지만 단점도 있다. 위험하다. 호랑이에게 당하는 수도 있고, 호랑이를 따라다니는 순간들도 힘들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호랑이와 관계없이 숲을 가꾸는 것이다. 크고 작은 동물들이 모여들면 마지막에는 호랑이도 들어온다. 그때 호랑이를 쉽게 잡는 방법이다. 단점? 시간이 제법 걸린다. 호랑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호랑이가 올까, 오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방송국에서 스스로 찾아온다]

협찬금을 내는 경우와 방송 제작진이 스스로 찾아와서 방송에 출연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물론 협찬금은 없다.

협찬금을 내는 경우는 말린다. 경비도 문제지만, 방송 후의 출연 효과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익지 않은 과일을 억지로 따면 역시 맛이 별로다. 협찬금을 내고 방송을 하면 효과가 의심스럽다. 제작진의 방송 출연 제안을 받고 협찬금 없이 방송을 해도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오랫동안 방송 출연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고, 반짝하고는 며칠 만에 방문객 숫자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도 자주 봤다.

‘캐비어(Caviar) 올린 삼겹살’이 방송에 등장한 적이 있다. 역시 협찬금을 내고 방송한 경우다. 방송 제작진은 늘 시청률에 목을 맨다. 협찬금을 내니,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놈의 ‘아이템’이다. 기존의 메뉴와 음식으로는 도저히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제작진이 머리를 썼다. 삼겹살에 캐비어를 올리면 사람들이 환호할 것 같다.

캐비어가 철갑상어 알이 아니라도 좋다. 잉어, 숭어, 연어 등 다른 물고기의 알을 염색한 것이라도, 캐비어를 올린 삼겹살은 독특한 아이템이다. 오랫동안 캐비어를 내놓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우선 당일 시청률이 나와야 할 판이다.

결과적으로 캐비어 올린 삼겹살은 대패했다. 방송을 본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가게 운영은 힘들었다. 아무리 짝퉁 캐비어라 할지라도 가격대는 만만치 않다. 방송에만 나왔을 뿐 지속적으로 캐비어 올린 삼겹살을 내놓기는 힘들다. 소비자들이 “방송 보고 갔더니 역시 별로더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방송 출연 후 더 어려워진 경우도 잦다.

음식점의 주인공은 음식이다. 반짝 인기를 끄는 아이템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방송 아이템으로는 좋았지만 가게 운영 아이템으로는 절망적인 경우도 있다. 캐비어와 삼겹살? 어울리지 않는다. 반짝인다고 모두 보석은 아니다.

 

[우린 방송 안 해요!]

이런저런 방송에 얼굴을 내미니, 필자에게 방송 출연 노하우를 묻는 경우도 있다. 일단 아이템을 들어본다. 괜찮은 아이템이면 친분 있는 제작진에게 전하기도 한다. 사람의 시각은 비슷하다. 필자가 ‘괜찮다’라고 생각했던 아이템들은 방송 촬영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률도 괜찮았다.

방송 제작진이 “제발 시청률이 괜찮을 아이템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률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도 늘 눈에 띄는 아이템을 찾는다. 거꾸로 외식업체에서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 '우동일번가'의 우동

수원 권선구의 ‘우동일번가’. 외진 곳의 아주 자그마한 우동가게다. 기계로 면을 뽑는데 주인이 직접 반죽하고 숙성시킨 다음 우동을 만든다. 동네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고객도 많다. 벽면 한 귀퉁이에 큰 종이가 붙어 있다. ‘너무 바빠서 방송 출연도 자제하고 있지만 역시 바쁘니 당분간 포장은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방송 출연 거부’를 밝히는 업체들은 더러 보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방송 출연 자제를 써 붙인 경우는 드물다.

공교롭게도 또 우동 집 한 곳. 서울 합정동의 ‘교다이야’. 수타우동 전문점이다. 주인은 형제다. 동생에게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거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방문객이 적당한데 만약 방송 출연 후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면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결국 방송에는 출연하되 가게 내·외부와 음식 등은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 영등포구청역 부근에 있을때의 '교다이야' 모습(왼쪽). 20평이 되지 않는 가게로 방송 출연을 하지 않고도 늘 손님들이 줄을 섰다. 이곳을 거쳐 현재는 합정동으로 이사했다. 방송 출연으로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면 대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출연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

오래 가보지 못한 곳이 한 곳 있다. 하루 한두 시간만 영업을 한다. 서울 광희동의 ‘부부청대문’. 메뉴랄 것도 없다. 해장국 한 그릇이다. 2015년경에 1만7000원. 양지 등이 가득 들어간 한우해장국이다. 처음에는 오전에 문을 열더니 점차 늦춰졌다. 오후 3, 4시로 바뀌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오후 5시 넘어서 문을 열었다. 언제 문을 열든지 한두 시간이면 다 팔고 문을 닫는다. 대략 하루 40~50그릇 정도 파는 것 같다.

2015년경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의 부탁을 받고 주인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방송 출연 이야기를 하려는데 손님들이 극성이었다. “절대 안 된다. 지금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한데 방송에 내보내서 어쩌려고 하느냐, 방송하지 마라”는 터무니없는(?) 항의만 받았다. 방송 출연에 대해서 설명할 틈도 없었다. 결국 방송 출연은 없었던 일로(근황이 궁금해 전화를 해보니, 주인 할머니 중 한 분이 허리 수술로 영업을 중단한 지 거의 2년이 된다고 한다. 건강을 회복하면 내년쯤 다시 문을 열 계획이라고).

▲ 서울 광희동의 '부부청대문' 하루 한두 시간 가량만 문을 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먹기 힘들고 비싼 곳'으로 알려졌다. 손님들이 "지금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방송 나가면 안 된다"고 정보 노출을 쉬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예는 대부분 고정적인 고객이 있는 경우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더라도 매출이 좋은 집들이다.

역시 빈익빈 부익부다. 가게가 호황이면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 찾는다. 가게가 어려우면 방송 출연 제의도 없다. 방송 출연, 참 쉽고도 어렵다. 나간다고 만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바로 옆 가게가 방송 출연 후 손님이 줄을 선다면 외식업체 대표들 입장에서는 방송 출연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낭중지추(囊中之錐). 호주머니 안의 송곳. 송곳이 날카로우면 언젠가 호주머니를 뚫고 나온다. 음식점의 주인공은 음식이다. 좋은 메뉴, 차별화된 음식이라면 언젠가는 알려지기 마련이다. 새해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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