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 TALK

[음식과 사람 2018-2 P.73 Easy Talk]

 

평창 롱패딩 완판 신화 음식점이 눈여겨봐야 할 이유

 

editor. 박태균

 

장사를 잘하려면 해당 분야의 현재와 미래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 외식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8년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 가심비, 빅블러(Big Blur), 반(半)외식의 확산, 한식 단품의 진화 등을 꼽았다.

일반인에겐 약간 생소한 단어도 보인다. 가심비(價心比)는 한동안 유행어였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용어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식업계라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가심비를 높이려면 마음을 움직일 만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해 성공한 사례가 지난해 겨울 완판 인기를 누렸던 평창 롱패딩(롱 다운재킷)이다. 평창 롱패딩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낮아 일단 높은 가성비 점수를 얻었다. 패딩 충전재로 사용한 솜털이 오리나 거위의 털을 산 채로 뽑은 것이 아니라 죽은 거위의 털이라는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가심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착한 패딩’을 입고 있다는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이 가심비를 상승시킨 요인이다.

요즘은 다수의 식당 이용 고객이 외식을 통해 맛과 포만감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감 해소까지 바란다. 이런 고객의 욕구에 잘 부응하는 음식점이 가심비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다. 음식의 비주얼이나 플레이팅 기법, 점포 인테리어 등을 통해 차별화한 음식점이나 음식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란 말이다. 일부 골목상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옛것에 대한 향수가 고객의 가심비를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빅블러란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다.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등장하면서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러(Blur)’란 사전적으로 ‘흐릿해진다’는 의미다. 미국의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가 저서인 <블러 : 연결경제에서의 변화의 속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외식업계에서도 무인화, 자동화의 확산으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의 모바일 앱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영업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미 배달앱, 키오스크(무인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터치 스크린 방식 정보 단말기), 전자결제 수단 등을 기반으로 한 온·오프라인 서비스 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엔 1인 가구의 증가와 간편식의 발달로 외식과 내식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면서 ‘반(半)외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음식을 사 먹는 공간이 식당에만 한정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외식’이 올해의 외식 트렌드로 선정된 것은 한 끼를 먹더라도 고급스럽고 실속 있게 즐기려는 가치추구형 소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외식보다 내식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게 마련이다. ‘반외식 트렌드’가 확산되면 세트 메뉴, 반찬, 요리상품 등의 포장·배달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식 단품의 진화’는 한 가지 메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한식당의 인기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농식품부는 돼지국밥, 평양냉면, 콩나물국밥 등 지방 음식 전문점이 수도권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외식업은 한파가 유독 심했다. 전체 외식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3%포인트 감소했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는 속담처럼 외식업계도 올해 새로운 출발을 힘차게 내딛길 바란다.

 

[박태균]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 전문기자. 고려대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연구교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올해의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음식과 건강>, <먹으면 좋은 음식 먹어야 사는 음식>, <남의 살 탐하는 104가지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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