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컷 뉴스

[음식과 사람 2018-3 P.33 Uncut News]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시대, 소통과 배려가 답이다

 

▲ 이미지 = Pixabay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현대사회는 온 가족이 밥상 앞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식사를 하던 과거의 대가족 사회와 달리 핵가족 사회의 변화된 풍경을 보여준다. 함께 식사하지 않으며, 식탁에서도 대화가 없다. 어쩌다 함께 식사를 해도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느라 서로 이야기할 짬을 내기가 어렵다. 대화도 없고 정감도 없는 21세기의 현주소다.

혼밥도 대세다. 카페에 마주 앉은 연인들도 말없이 카톡으로 대화하고, 사랑해 ♥♥ 뿅뿅을 스마트폰으로 날리는 것이 요즘의 사랑법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활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세세한 감정 조절이나 배려, 입맞춤, 섹스마저도 로봇이 더 우위에 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가장의 역할과 가부장적인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했다. 가장인 아버지는 엄격한 표정으로 밥상 앞에서 가족들을 내려다봤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 가장 좋은 그릇과 음식을 놓아드렸다. 그러면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김, 조기, 계란 같은 맛있는 음식을 하사했고, 자녀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와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호흡 속에서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키웠다. 삼강오륜 등 전통 윤리교육은 이를 교육하는 도구였다. 엄한 가부장일수록 권위가 컸고, 자녀들은 복종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경제력이 취약한 부모는 자녀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외국어를 잘하고 스마트폰 등 첨단기기를 잘 만지는 자녀들에게 부탁할 일도 많다. 고령화 사회에서 자녀들과 소통하며 교감하지 않는다면, 부모들의 중년 이후 삶은 비참하고 고독할 것이다.

리더십 역시 과거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소통과 배려, 협력과 권한 위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상대를 속이기까지 하는 강력하고 간교한 통치술을 설파했지만, 이제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서로의 이익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공론장에서 토론과 협상, 합의를 통해 성과를 나누는 숙의민주주의가 대세가 됐다.

협상 전문가인 윌리엄 유리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논쟁하거나 거절하기보다는 상대의 입장을 인정해주고 게임의 틀을 바꿈으로써 성공적인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제는 권위주의적인 카리스마를 탈피해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라는 시집에서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 … /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해 질 무렵 /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정호승, ‘아버지의 나이’)라고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삶의 자각을 이야기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고통, 강압적인 상명하복의 시대를 이겨내야 했던 부모들이 이제 따뜻하게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모두 포용력과 소통력 가득한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누며 더 행복하고 기쁜 하루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다.

 

 

[김홍국] 국제정치학 박사 & MB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으로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기대에서 정치학과 언론학을 강의하고 있다. 정치평론가로 YTN과 연합뉴스TV 등 방송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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