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뜨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한국 식당 ‘콜라보’

[음식과 사람 2018-3 P.38 World-wide]

 

 

세계 곳곳에서 한식을 세계인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일본에는 전통 한식에 대한 차별화된 비즈니스로 글로벌한 확장을 꾀하는 독특한 한식당이 있다. 한식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일본의 한식당 ‘콜라보’의 임화빈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의 15개 전문점의 일품 한식 요리를 제공하며 새로운 한식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콜라보를 만나본다.

 

editor. 조선옥 요리연구가(일본) photo. 조선옥음식연구원, 콜라보

 

소공동 뚝배기, 춘천 명물 닭갈비 일본에 있을까 없을까?

- 한국 유명 전문점의 일품요리만 엄선해 일본에 공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한식

최근 일본에서는 이전부터 몇 대째 살고 있는 재일동포를 ‘올드커머’로, 1980년대 이후 유학이나 사업차 일본으로 건너와 정착한 한국인들을 ‘뉴커머’로 구분해 부르곤 한다.

재일동포는 일본 사회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온갖 차별과 무시 속에서 저마다 살아남는 방법을 찾았다. 취직과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야키니쿠로 불리는 고깃집을 하거나, 뛰어난 체력과 끼를 살려 스포츠와 연예계에서 활동하거나, 파친코와 부동산 사업 등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재일동포에게 사업은 바로 생존의 문제였다.

하지만 재일동포 3세 이후 해외 유학 등으로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세대가 등장해 기존의 야키니쿠 위주와는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글로벌적 전개를 염두에 두고 폭넓은 분야로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구체적인 한 예로 지난해 1월 한식 세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한식당 ‘콜라보(KollaBo)’의 임화빈 대표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한국의 유명 음식점 15곳과 업무제휴를 해 다양한 일품 한식 요리만 엄선해 일본에 공급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콜라보(Collaboration)란 협동, 협력, 협조 등을 뜻하는 말이다. 한식당 콜라보는 간장게장(꽃게장)은 ‘서백자’, 순두부(순두부찌개)는 ‘소공동 뚝배기’, 닭갈비(닭고기 철판구이)는 ‘춘천 명물 닭갈비’ 하는 식으로 각 메뉴마다 본고장 한국의 전문점이 음식을 제공한다.

현재 15개 유명 전문점이 콜라보에 승선해 있다. 한식의 전통을 잇는 일품요리들을 한국 맛 그대로 일본에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한국 식당이다. 재일동포의 야키니쿠를 상징하는 불고기와 곱창의 경우는 50년 역사를 가진 오사카의 ‘숯불 불고기 코우라이야’와 제휴해 전통의 맛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요리 전문가로 활동 중인 필자도 콜라보와 손을 잡고 다양한 한국 전통 차와 떡을 제공하고 있다.

▲ '콜라보'는 한국의 유명 음식점들과 업무제휴를 통해 한국 맛 그대로 일본에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한국 식당이다.

한식 전통의 맛 재발견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파

- ‘한식 세계화’를 향한 재일동포 3세의 7전 8기 집념의 도전기

콜라보의 임화빈 대표는 오사카 출생의 재일동포 3세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녔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세계 최대 자금 운용회사인 ‘캐피털 그룹’에 취직해 10년간 아시아 전 지역의 투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력은 일본 대기업에서도 높이 평가받아 2000억 엔(한화 약 2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의 능력과 활약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야마다전기의 야마다 노보루 회장이 2009년 전자복합쇼핑몰 ‘라비원(LABI1)’ 일본 총본점을 오픈하면서 임 대표에게 레스토랑층의 점포를 운영해볼 것을 직접 제안했다. 임 대표는 “기존의 일본 내 한식당으로는 전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왕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으니 본고장 한국에서 20~50년 이상 사랑받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의 ‘진짜 맛’을 일본에 알리고 싶었다”며 평소 구상해둔 계획을 구체화해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 이토엔(伊藤園)의 굵직굵직한 일본 대기업의 협력을 얻어 ‘콜라보’ 제1호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출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건너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돌며 유명 식당을 찾아 업무제휴를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만든 맛의 비결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7전8기의 정신으로 몇 번이고 찾아가 협상을 거듭하며 ‘한식 세계화’의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그의 치밀한 계획과 과감한 실천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해 한두 곳과 계약이 이뤄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명가 15곳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15개 명가의 맛을 일본에 전하면서도 그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고집 덕분이다. 레시피(요리법) 제공을 비롯해 요리 자체를 한국에서 보내오는 ‘완제품 직수입’ 방식, 기본 식재료를 제공받아 일본산 식재료와 함께 각 점포에서 다시 조리하는 방식 등 요리에 따라 업무제휴 방식이 다양하다. 예를 들면 설렁탕의 경우는 깊이 우러나는 맛을 지키기 위해 ‘한촌 설렁탕’으로부터 농축 원액 국물을 직접 제공받아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이런 노력과 철저한 마케팅에 힘입어 콜라보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점포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도쿄 시내를 중심으로 착실하게 점포를 늘려 최근에는 오다이바와 가루라자카점 오픈에 이어 오사카까지 전국으로 진출해 올 1월 현재 23곳을 운영 중이다.

 

커피 하면 ‘스타벅스’ 하듯이 한식 하면 ‘콜라보’가 될 때까지!

- 전통의 재발견으로 글로벌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다

콜라보의 성공담을 듣고 주위에서 체인점을 하고 싶다는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임 대표는 직영점만 고집하고 있다. 지금도 각 점포를 돌며 홀 서빙, 주방 보조, 배달 등의 궂은일을 하며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임 대표는 전통과 역사를 지켜온 유명 식당의 고집과 맥이 통한다고 할까, 맛의 비법은 오직 그만이 알고 직접 관리하기에 문어발식 확장은 거절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 아래 착실하게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했을 때 좋은 결과는 당연히 따라오는 법이다. 그의 경영 철학은 ‘가족주의’이다. 한국요리의 본질이 엄마의 손맛이듯,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요리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장인정신에 뿌리를 둔 전통의 맛을 지키는 것은 임 대표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따라서 그는 한번 신뢰 관계가 형성된 인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종업원이든 거래처든 상관없이 무슨 일이 생기면 한밤중에라도 달려가는 ‘성실함’을 보인다. 이것이 콜라보의 맛을 만들고 지켜내는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 믿기에 전력을 다할 뿐이다.

치밀한 계획 아래 하루하루를 꼼꼼히 챙기는 임화빈 대표는 “세계의 맛이 모여 격전을 벌이는 곳이 바로 여기 도쿄이다. 즉, 세계 요리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하겠는데, 따라서 세계 최고의 수준인 이곳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바로 글로벌 시대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앞으로 커피 하면 ‘스타벅스’, 햄버거는 ‘맥도날드’이듯 한식 하면 ‘콜라보’를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 더욱 노력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콜라보의 성공 사례처럼 앞으로 한식의 세계화, 한국 식당이 관광 자원으로서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며, 그것은 우리 먹거리의 서구화 혹은 퓨전 요리의 개발과 같은 단발적인 것이 아닌 전통과 역사에 뿌리를 둔 사고의 전환에서 시작될 수 있다. 고집과 성실, 그리고 계획이 만났을 때 전통은 더욱 오래 숨을 쉬며 그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먹거리 문화의 저력은 바로 전통의 재발견에 있으며, 그 재발견은 시야를 확대하고 생각을 전환함으로써 가능하다.

지난 20년간 일본에서 한국요리를 알리는 데 노력한 임 대표는 중국요리와 일본요리 전문가 과정도 수료해 한일 양국을 오가며 요리를 통한 문화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제2의 콜라보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 현재 '콜라보'에서는 설렁탕, 간장게장, 순두부찌개, 닭갈비 등 15개 한국 유명 음식점의 대표 메뉴가 식탁에 오른다. 도쿄 시내를 중심으로 착실하게 점포를 늘려 전국에 23곳의 콜라보가 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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