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앤 스토리

[음식과 사람 2018-3 Food & Story]

 

감칠맛의 여왕 '모시조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한 모시조개는 찜으로도 먹고, 구워서도 먹고, 삶아 무쳐서도 먹고, 국물 요리나 젓갈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되는 효자 식재료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듯이 겨울을 난 모시조개에 냉이를 넣어 끓인 국은 맛이 가히 일품이다.

 

editor. 최은희 수원과학대 글로벌한식조리과 부교수 / 요리·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껍데기에 모시천의 결 무늬가 있어 ‘모시조개’

조개류는 수십 종에 달하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은 10여 종으로, 껍데기가 두 장인 모시조개, 홍합, 바지락, 피조개, 꼬막, 재첩, 키조개, 새조개, 개조개 등이 있다. 서울 풍속을 보면 단옷날에 새 모시조개를 사서 껍데기째 끓여서 탕을 만드는데 이를 와각탕(瓦殼湯)이라고 한다. 와각은 조개를 뜻하는 말인데, ‘와각와각’ 하는 소리가 난다고 붙은 이름이라 한다.

백합과에 속하는 모시조개는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 연안에 분포하며, 염분 농도가 낮은 갯벌이나 염전 저수지 등 수심이 얕은 곳에 산다. 껍데기에 모시천의 결 무늬가 있어 모시조개라고 불렀다. 검은색 둥근 모양에 가장자리만 흰색을 띠는 모시조개를 ‘가무락조개’ 또는 ‘가막조개’라고 하는데, 껍데기가 검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고 있다.

 

모시조개를 껍데기째 조리해야 하는 이유

조개류는 어패류 중에서도 선도가 가장 중요하다. 죽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조갯살이 굳어지면서 변질되기 쉬우므로 식중독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또한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져 맛이 없어진다. 모시조개는 가을부터 봄까지가 제철로 가장 맛있다.

입안이 델 것 같은 뜨거운 조개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것은 조개 국물의 감칠맛 때문이다. 모시조개의 감칠맛은 껍데기와 조갯살 사이에 있는 체액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껍데기째 조리하는 것이 더 맛있다. 특히 처음 삶은 국물은 버리지 말고 면보나 거즈를 이용해 걸러주어야 맑은 육수를 사용할 수 있다.

시원하게 끓인 맑은 모시조개 국물은 다양한 요리의 기본 국물로 활용할 수 있다. 특유의 단맛이 나는 모시조개 국물에 다시마를 넣으면 시원한 맛이 더 깊어진다. 모시조개 국물에 향신료인 팔각을 넣으면 베트남식 쌀국수를 만들 수 있고, 가다랑어포를 넣어 일본풍의 육수를 만들 수도 있다. 국물 요리뿐 아니라 소스로도 사용하면 요리에 감칠맛을 더한다.

 

타우린과 아미노산 풍부해 간 해독에 좋아

조개 국물의 독특한 맛, 시원한 맛은 단백질이 아닌 질소화합물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 핵산류, 호박산 등에 의한 것이다. 호박산은 조개류의 고유한 맛 성분으로 제철에 그 양이 최고가 된다. 또한 모시조개에는 비타민B12가 많이 들어 있어 신경질환이나 악성빈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조개 국물은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에게 좋고 간장 보호, 숙취 해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모시조개에는 단백질이 15%, 지질 3%, 탄수화물 3%가 들어 있으며 칼슘, 인, 철 등의 무기질이 많다. 물론 조개의 종류에 따라 성분이 조금씩 다르지만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고, 히스티딘과 라이신이 많으며, 타우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의 해독을 돕는다.

 

깔끔한 모시조개 국물 맛의 비결은 ‘해감’

조개류는 대부분 모래 속에 살면서 호흡을 하기 때문에 모래를 많이 머금는다. 요리를 할 때는 입안에 씹히는 이물질이 없도록 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깔끔한 국물 맛은 해감에서 결정된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낸 뒤 1, 2% 염도의 소금물에 담가 어둡게 해주면 해감이 되는데, 이때 소금물을 갈아주면 뻘이 잘 빠진다. 이것으로도 2% 부족했다면, 소금물에 철(가위나 수저 등)을 넣고 조개를 담그면 더 빨리 해감이 된다. 철은 바닷물(소금물)에서 산화하는데, 이 화학작용 중에 특유의 냄새가 조개 입의 개폐 작용을 활발하게 자극해 완벽하게 해감이 빠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해감한 조개는 냉장실에 넣어둔다. 장기 보관하려면 손질해서 물기를 빼고 지퍼백에 넣어 냉동한다. 국물을 내고 남은 조갯살은 꼬챙이로 살만 발라 1회분씩 나눠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얼음틀에 넣어 냉동하면 소량씩 해동해 사용할 수 있어 더욱 간편하다.

 

[Tip] 봉골레 파스타의 유래를 아시나요?

‘봉골레(Vongole)’는 조개를 뜻한다. 봉골레 파스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사는 어부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였는데, 스파게티 면을 삶은 뒤 치즈를 얹어 먹던 것에 지루함을 느끼던 어부들이 어느 날 갓 잡아온 신선한 조개를 넣어 요리를 시작했고, 그 후 현재의 봉골레 파스타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개와 영양 궁합이 좋은 대표적인 식재료가 비타민이 풍부한 토마토이다. 팬에 해감한 조개와 화이트 와인, 소금, 버터를 넣어 볶다가 조개가 익으면 토마토를 넣는다. 이렇게 함께 먹으면 맛과 영양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최은희 수원과학대 글로벌한식조리과 부교수, 조리외식학 박사]

세종호텔 한식조리부에서 15년간 근무했으며, 부주방장으로 퇴직한 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실무형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