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음식과 사람 2018-4 P.17 Publisher's Letter]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사)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제갈창균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한 대목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얘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서로에게 완전하게 전달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가 내 뜻과 달리 듣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이야기하고 다니게 되면, 말한 사람은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라며 억울해하고 본래 자기의 의도를 자꾸 밝히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꾸 밝히려 하면 상대는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엉뚱하게 전달한 사람이 되고, 그러면 상대방이 또 억울해집니다. 억울함을 느낀 그 사람은 또다시 자기의 정당함을 밝히려고 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꾸 원한이 쌓이게 됩니다.

내가 억울한 것을 밝히면 나한테는 좋지만 상대는 거꾸로 억울해지게 되므로, 나의 억울함을 밝히면 상대에겐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저 사람은 저렇게 들을 수도 있구나’를 인정하며 대화를 해보면 세상이 훨씬 살 만하게 변하는 걸 체험할 수 있습니다. 직원과 사장, 손님과 주인의 입장, 단체와 정부의 입장이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와 인정이 수반돼야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고, 우리가 목적하고자 하는 바를 무리 없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고사성어가 무척 마음에 와 닿는 시절인 것 같습니다. 봄바람에 오히려 옆구리가 시려오는 느낌입니다. 외식업 현실과 거리가 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자 친화적인 정부 정책, 매년 폭등하고 있는 식자재 비용과 인건비, 임대차 비용, 고질적인 구인난 등으로 외식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출이 반 토막 나는 실물경기 불황으로 폐업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게 외식업계의 현 좌표입니다. ‘외식산업이 호황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자조하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저는 중앙회장으로서 우리 눈앞에 놓인 비정상적인 상황을 타개하고자 현장에 있는 우리 직원들을 상대로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손수 확인하고, 직접 나서서 단체의 명운을 건 혁신 작업에 몸을 던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4년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기회의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특단의 조치들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우리 단체의 운명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단체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에 매진해서 역동적인 중앙회로 변신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믿어주고 밀어주고 함께하는 마음이 모아져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짧은 문장을 대하면서 저는 삶의 결기를 다시 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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