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협회, 문체부에 ‘사용료 징수 신청서’ 제출… 관련 업계 반발

[음식과 사람 2018-4 P.34 Focus]

 

▲ 이미지 = Pixabay

지난 2월 22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승인 신청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신청서대로라면 업소 규모에 따라 월 1만 원부터 9만 원까지 음악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50㎡(약 15평) 미만 소규모 영업장에도 예외는 없다. ‘저작권’의 중요성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뜩이나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외식업소들에게는 이마저도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editor. 김지은

 

지난해 7월 개정된 저작권법 시행령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카페, 호프집, 헬스클럽 등에서 음악을 틀 경우 저작권자에게 월 4000~2만 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음저협이 제출한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커피숍, 비알코올 음료점, 생맥주 전문점, 기타 주점업에서는 영업허가 면적당 음악저작물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개정안의 적용 시점은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 개정 후 1년이 경과된 시점부터로 명시돼 있다. 단, 사용자의 부담과 시장 적응기간을 고려해 1등급(50m² 이하)의 경우 개정안 적용 시점으로부터 1년간은 사용료를 면제하고,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정계수를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영업허가 면적만으로 사용료 책정하는 건 문제 있어

- “개정안대로라면 작은 가게들은 아예 음악도 못 틀 것”

그러나 이는 외식업의 영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편의주의적인 법안이라는 것이 외식업계의 주장이다. 연매출과 과세표준 등 현실적인 징수 기준 없이 ‘영업허가 면적’만으로 사용료를 책정하는 방식은 거부감마저 일으킨다는 것. 영세·중소 소상공인들이 떠안기에는 사용료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SPC그룹과 CJ푸드빌, MP그룹(미스터피자), KFC 등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음원 서비스업체와 계약을 맺고 저작권법에 대비해왔다. 관련 법 자문부터 음악 선정까지 일체를 음원 서비스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국내에서도 미국 본사에서 자체 제작한 음원을 사용하되 국내에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만 별도 처리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라이브 주점 ‘인생은 아름다와라’를 운영하고 있는 김발렌티노 씨는 음저협의 개정안 제출 소식에 “개정안대로라면 작은 커피숍이나 주점 같은 곳에서는 아예 음악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임대료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의 사기를 꺾고 부담만 가중시키는 법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 개정안보다 5배 높은 저작권료, 관련 업계 일제히 반발

- “15평 매장 기준 월 4000원에서 2만 원을 내라고?”

음저협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문체부도 난감한 기색이다. 음저협의 요구는 지난해 5월 문체부가 입법 예고한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과도 배치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시 문체부는 “최근 들어 기술이 발전하고 이용 환경이 변하면서 음악, 영상 등이 폭넓게 공연됨에 따라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크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커피숍과 호프집, 헬스클럽 등에 대해서도 음원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규모 점포(면적 3000㎡ 이상) 중 기존에는 제외됐던 복합쇼핑몰과 대규모 점포를 추가하고 전통시장은 제외했다. 음악, 공연물이 오랫동안 시중에서 자유롭게 이용됐던 관행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50㎡ 미만 소규모 영업장은 사용료를 면제하고 최저 수준 저작권료(월 4000원부터)를 책정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한 터였다.

해당 안은 지난해 7월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커피숍, 비알코올 음료점, 생맥주 전문점, 기타 주점업 기준 100㎡ 이상 200㎡(30~60평) 미만 매장은 월정액 3000~4000원대 수준의 사용료를 내고, 50㎡(15평) 이하 소규모 매장은 면제하는 것으로 최종 의결돼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정안이 시행조차 되지 않은 시점에 당초 협의·결정된 15평 매장 기준 4000원보다 무려 5배나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음저협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문체부 측은 “현재 저작권심의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며 3월 안으로는 심의가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업계 의견을 조율해 징수 규정을 최종 승인·공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올해 8월로 예정된 시행 일정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업중앙회를 비롯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등 관련 업계와 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문체부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식당서 노래 부르면 불법… 유흥업소로 변경하고 저작권료도 내야

- 취재하다 보니… 이런 사연도

“가게를 오픈한 게 지난해 12월 초니까 넉 달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업태를 변경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처음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를 하고 영업을 시작했어요. 밴드가 와서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7080 라이브 주점인데,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을 해도 된다더라고요. 그런데 밴드가 공연을 하는 건 괜찮은데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는 건 불법이라네요. 그래서 단란주점으로 업태를 변경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지난주엔 한국단란주점중앙회에서 하는 위생교육도 받으러 갔다 왔죠. 솔직히 좀 억울하긴 하죠. 단란주점에서는 도우미나 종업원들이 술자리에 동석하는 것도 가능하다던데 우리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거든요. 단지 지금의 규정이 단란주점이 아니면 손님들은 노래를 못 부르게 돼 있다고 하니 종업원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세금은 단란주점에 준해서 낼 수밖에 없는 거죠. 거기다 관련 법 시행령이 개정돼 발효되면 저작권료까지 더 내야 한다니 요즘처럼 경기 안 좋을 때 시작한 장사라 더 속이 타들어가네요.”

서울 중랑구에서 라이브 주점 ‘작은음악회 7080’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섭 씨 부부는 “현행법상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음저협에서는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는 부분에 대한 저작권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쪽에서는 불법이라고 단속을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버젓이 사용료를 받아 챙기는 것은 이중 잣대로 상인들을 괴롭히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 씨 부부가 현재 영업장의 업태를 일반음식점에서 단란주점으로 변경하려는 것도 저작권법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 행위가 허용되는 업장은 ‘일반음식점’으로, 춤과 노래가 허용되는 업장은 ‘유흥업소’로 분류됩니다. 김 씨의 업소처럼 유흥 종사자(도우미 등)를 채용하지 않는다 해도 손님들이 식사와 술, 노래를 즐기는 공간으로 운영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유흥업소에 준하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여기에 음저협이 제시한 기준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업장에서 사용하는 음악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니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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