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 베트남 특집 ① 한식당 진출을 위한 베트남 외식시장 탐구

[음식과 사람 2018-4 P.40 Local Analysis]

 

▲ 베트남 호치민 / 사진 = Pixabay

베트남은 한국과 많이 닮았다. 호찌민 떤선녓 공항에 내리면 처음 만나는 베트남 사람들의 표정부터 낯설지 않다. 태평양을 오른쪽에 둔 길쭉한 국토의 모습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북쪽에 수도 하노이가 있고, 남쪽의 가장 큰 도시 호찌민이 우리의 부산처럼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기준 하노이 인구는 721만 명, 호찌민은 814만 명에 달한다.

1992년 우리나라와 수교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과 주요 기업, 업체들이 4800여 개 진출해 있다. 베트남 거주 한국인도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 기업들의 투자는 많았지만, 음식점 경영자를 포함한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제 문을 열고 있다. 최근엔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등 한국 음식점들의 진출이 늘고 있는데, 충분한 성과를 내는 곳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는 곳도 있다. 베트남 외식시장은 과연 한국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약일까, 독일까?

 

editor 창업통 김상훈(외식컨설팅 전문가) photo 김상훈, shutterstock, 동아DB

 

“한국 사람, 한국 음식 너무 좋아요!”

- 한국 사랑에 빠진 베트남, 외식 창업자들에겐 선물 같은 기회의 땅

베트남의 가장 큰 도시 호찌민은 800만 명이 넘게 사는 거대 도시다. 도시의 가운데로 우리의 한강처럼 사이공강이 유유히 흐른다. 호찌민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1988년 서울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서울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1군 지역,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2군, 10만 명이 넘는 한인이 거주하는 7군 지역 푸미흥 한인타운 등 총 12군으로 나눠져 있다. 2020년이면 호찌민 시내에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고 곧 2, 3호선도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

미완성의 도시, 빠르게 변하는 도시 호찌민이 주는 매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외식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1억 명에 육박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 사람과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을 이토록 좋아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최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 진출은 한국인의 이미지를 급상승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한류 콘텐츠가 제대로 먹히는 나라, 한국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더없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5명 인건비 월 130만 원, 보증금과 권리금이 없는 나라

- 저임금에 부동산 투자비용 적지만, 월세는 따져봐야

창업통은 베트남 상권에서 외식업 시장을 살폈다. 한국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저렴한 인건비다. 베트남 음식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한 달 급여는 평균 20만~30만 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음식점 외부에 경비 인력까지 채용할 정도다. 한국에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물론 베트남에서도 인건비가 점차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직원 5명을 한 달 인건비 130만 원으로 채용 가능한 나라가 베트남 외식시장이다.

창업자 입장에서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보증증과 권리금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2개월 치 월세 비용을 보증금 형태로 선납한다. 점포 비용이 저렴한 이점은 있지만, 월 임차료는 한국 시장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그만큼 월 임차료는 저렴하지 않다. 월 임차료 대비 예상 수익성 판단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음식점 오픈 후 안정 궤도에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월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 닫는 음식점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신흥 부촌으로 알려진 푸미흥에 진출한 한국 식당들.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다

 

한국 사람과 베트남 사람, 누구를 상대로 장사할 것인가?

- 1534 신세대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디테일하게 파악하라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한인 거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13만 명이 호찌민시에 거주하고 있다. 호찌민 시내 7군 푸미흥 지역은 한인타운 상권이다. 한국 음식점들이 한글 간판을 달고 한국말로 영업하는 대표적인 상권이다. 호찌민시 푸미흥은 서울의 이태원 같은 동네라고 보면 된다. 호찌민 사람들에게 푸미흥은 신흥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학교도 있고, 한국의 소비력 왕성한 기업체 주재원들과 가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 처음 진출하는 한식당들의 첫 번째 공략 상권이기도 하다.

베트남 호찌민에서는 한국 사람만 잡아도 충분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베트남 진출을 꿈꾸는 한국 외식업 경영자들에겐 의미 있는 시장 환경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베트남 현지 수요층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푸미흥 지역뿐만 아니라 베트남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상권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베트남 인구 중 15세에서 34세까지의 젊은 수요층이 전체 인구의 35%에 달한다. 따라서 한국의 외식업 경영자라면 35세 미만의 베트남 신세대층을 공략할 수 있는 메뉴 전략, 출점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은 중·장년 세대와는 소비 패턴이 전혀 다르다. 대졸 초임이 30만 원 수준이지만 값비싼 스마트폰이 없는 신세대는 없다. 이들 베트남 신세대의 소비 파워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들의 디테일한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 신흥 부촌으로 알려진 푸미흥에 진출한 한국 식당들.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다

 

베트남 외식기업 & 4800만 대의 오토바이에 주목할 것

- 기회에는 위험도 동반되기 마련! 위험요인을 낱낱이 따져라

▲ 상권의 모양을 바꿀 정도로 거대한 오토바이 인구, 베트남의 오토바이 등록대수는 약 4800만 대에 달한다 / 사진 = Pixabay

어떤 나라, 어떤 상권, 어떤 동네에 가더라도 위험요인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베트남 외식상권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면 대형 자본을 앞세운 베트남 외식기업들의 움직임이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형 외식기업 중 2개 업체를 꼽자면 ‘골든게이트(Golden Gate)’와 ‘레드선(RED SUN)’이다. 이들 업체들은 베트남의 신흥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쇼핑몰마다 출점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골든게이트는 20개 브랜드에 150개 이상의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레드선 역시 11개 외식 브랜드를 앞세워 50개 대형 음식점을 운영 중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골든게이트와 레드선이 운영하는 음식점 아이템 중에는 한국음식도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식 아이템, 웨스턴 음식점도 운영한다.

하지만 한류 붐을 타고 베트남 외식기업들이 한글을 앞세우면서 대형 상권에 한국 스타일 음식점을 오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든게이트는 한국의 CJ그룹과 연간 100억 원대의 식재료 납품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한국의 외식 창업자 입장에서는 베트남 외식기업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대형 자본을 앞세운 그들의 행보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위협요인이라면 상권 자체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베트남 상권의 가장 큰 변수는 오토바이다. 오토바이 등록 대수는 현재 약 4800만 대에 달한다. 상권의 모양새도 오토바이 물결로 인해 달라진다. 이는 베트남 외식상권을 분석할 때 숨어 있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상권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사항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시장을 처음 조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도 오토바이 변수가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 골든게이트가 운영하는 고기하우스, 레드선이 운영하는 한식당 고기킹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한식으로 성공하기 위한 필살기

- 상권·라이프스타일·콘텐츠 분석, 여기에 인정 마케팅까지 더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상권의 기회요인은 크다. 베트남 상권은 지역별, 상권별로 컬러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한인타운 상권과 로컬 상권에 따른 출점 전략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로드숍과 쇼핑몰 상권과의 변수도 중요하고, 지역민과 관광지 상권 또한 출점 콘셉트가 달라야 한다. 1억 명 로컬 수요층을 공략한다면 베트남 사람들의 디테일한 라이프스타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베트남의 신세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한류 콘텐츠 마케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변수는 사람이다. 베트남 외식상권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후의 무기는 한국 사람들의 인정 마케팅이 될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한국 창업자들의 진정성 있는 서비스가 그들을 사로잡는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이것이 고객 관리와 직원 관리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여겨진다.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 창업자가 베트남 상권의 승자가 되기는 어렵다. 한국적인 맛과 스타일, 한국적인 가치와 철학을 베트남 사람들과 격의 없이 나눌 수 있는 경영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베트남 상권은 불황의 늪을 건너고 있는 70만 한국 외식업 경영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의 땅이 분명하다.

▲ 분식집 형식으로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식당과 한국 김밥천국을 맥도날드 버전으로 현지화한 '하누리'

 

“베트남에서 한두 달 만에 2억 날린 분도 있어요”

저는 10여 년 전부터 베트남의 외식 상권을 주목해왔습니다. 시장 조사를 하러 베트남에 갔을 그때만 해도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베트남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이제는 ‘좋은 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K-팝, K-드라마, K-푸드에 대한 사랑이 정말 뜨겁습니다. 최근에 박항서 축구 감독의 인기까지 더해져 ‘코리아’의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주변의 외식인들도 저에게 베트남 상권에 대한 문의를 부쩍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베트남에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분들도 여럿 만났지만, 한두 달 만에 2억 원을 날렸다는 분도 만났습니다. 최근 브로커들의 거짓 정보에 희생된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외식업 경영자들이 베트남 진출을 모색해볼 만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관심이 마구 높아질 때는 거짓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창업통이 직접 베트남에 가서 조사한 외식 상권 분석 결과를 총 3회에 걸쳐 가감 없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호에는 ‘베트남 호찌민 상권의 한국 식당 성공 & 실패 사례’, 3회째는 ‘베트남 한국 식당 진출 성공 꿀팁’이라는 주제로 베트남 진출 시 비자 문제, 세금 문제, 부동산 거래 문제, 매니저 채용 문제, 언어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봐드리겠습니다.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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