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외식업계에 미친 영향, 4곳 중 1곳 가격 올렸고 80%는 ‘올릴 예정’

[음식과 사람 2018-4 P.54 R&D]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된 지 세 달이 지났다. 외식업 경영자들도 최소 두 번 이상 급여를 지급했을 터.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업소 300곳에 물어봤다.

 

editor.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네 달째에 접어들었다. 발표 이전부터 각계각층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며 ‘기대’와 ‘우려’, ‘환호’와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던 ‘최저임금 16.4% 인상’이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산업 현장 곳곳에 본격 적용됐다. 앞서 필자는 2018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안)이 확정·고시되기 이전인 지난해 7월, 본지를 통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2017년 6470원, 매년 15.7%씩 인상)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를 미리 추정해보고,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발생할 외식업계의 피해를 예견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건 실제 인상률이 이보다 더(0.7%) 상향됐다는 점과, 이해관계자 각자가 동조하든 그렇지 않든 ‘최저임금 16.4% 인상’은 이제는 피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하 한외연)에서는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외식업계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봤다. 이번 조사는 2018년도 최저임금 적용 두 달을 넘긴 3월 초(3월 1~7일)에 전국의 외식업체 300개소를 대상으로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할 수 없는 15부를 제외한 최종 유효 표본은 285개소이다.

 

[최저임금 인상 두 달 후 설문조사]

외식업체 77.5% “경영 악화”

• 1~2월 월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년 대비 감소

• 외식업체 1곳당 종업원 수 약 1명 감소

• 1인당 인건비는 전년 대비 약 4% 증가

• 4곳 중 1곳 가격 인상 … 향후 인상 의향 업체는 80%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외식업계가 줄곧 제기해왔던 우려 대부분이 현실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응답 업체 4곳 중 3곳(77.5%)은 올해 들어 경영 상태가 악화(매우+다소)됐다고 응답했으며, 이후에도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80%를 넘었다. 이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단순히 경영상 부담의 수준을 넘어 심각한 경영상 위기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올 1~2월의 월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1%, 30.1%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 1, 2)

이에 따라 기존 종업원에 대한 감원 움직임도 포착됐다. 올해 외식업체 1곳당 종업원 수는 평균 2명으로 지난해 2.9명과 비교해 약 1명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감원을 피해 남아 있는 종업원들에게 올 1~2월에 지급된 1인당 인건비는 전년 대비 약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영업시간뿐 아니라 종업원 고용시간(월-16.2시간)을 단축함에 따라 인건비 증가분과 일부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된 항목들 중 기본급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상여금 등)을 지급하는 업체 역시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림 3)

매출의 감소(↘)는 인건비 증가(↗)와 맞물려 영업이익의 급감(↓)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p)은 매출(s)에서 영업비용(e)을 제한 금액(p=s-e)으로 보는데, 외식업체에서 영업비용은 인건비, 식재료비, 임차료 등 고정비용이 주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인건비 증가는 매출 감소의 직접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영업이익은 개념상 매출과 지출(영업비용)에 종속되는 반면, 매출과 지출 간의 관계는 상호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건비 증가가 종업원 감원 혹은 고용시간 단축을 야기해 매출 감소에 간접 원인으로 작용했을 여지는 충분하다. 외식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요리를 만드는 ‘조리’와 손님을 접대하는 ‘접객’이 주된 업무이며, ‘맛’과 ‘서비스’가 ‘가격’과 더불어 업소의 주요 경쟁력이자 고객 유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존의 숙련된 조리사나 접객원을 해고하거나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이를 값싼 비숙련 인력이나 사업주(및 그 가족)가 대체할 경우 ‘맛’과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의 감소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식업체의 매출은 보통 메뉴별 단가에 판매량을 곱한 값인 만큼 메뉴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 감소를 만회하는 방식도 고려했을 수 있겠지만, 조사 결과 현재까지 메뉴 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4곳 중 1곳 정도였다. 하지만 매출 및 영업이익의 감소 폭이 말해주듯 향후 메뉴 가격의 인상 의향은 거의 80%에 육박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 인건비는 물론 식재료비, 배달수수료 등 모든 비용이 인상됐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4)

 

봉급생활자는 웃고 자영업자는 울고?

• 1~2월 생활형편은 6개월 전과 비슷, 가계저축은 감소

• 봉급생활자·자영업자 간 생활형편, 가계저축 격차 최대치

• 외식업계 체감경기, 최근 1년 새 가장 낮은 수준

• 경기 전망 올 2월 70선마저 무너져

한외연의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 부처 및 관련 기관에서 조사·발표한 공식 통계자료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실시하는 ‘소비자 동향 조사’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를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외식사업주의 대다수가 자영업자임을 감안한다면 최근 외식업체가 처한 실정을 대략적으로 들여다보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분이 실제로 적용된 올해 1~2월의 ‘생활형편’은 6개월 전인 작년 7~8월에 비해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으며, ‘가계저축’의 경우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간의 차이에서 발견된다. 생활형편이나 가계저축에 있어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간의 격차는 올해 들어 더욱 심화돼 최근 8개월간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는 결국 최저임금 인상분은 수취(受取)의 주체에겐 수익 증가분으로, 지급(支給)의 주체에겐 손실 증가분으로 편입돼 양자 간에 상이한 입장과 상황을 초래하게 됨을 보여준다. (표 1)

이러한 외식업체의 어려움은 외식업만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음식점을 경영하는 소상공인의 올 1월 ‘체감경기’는 최근 1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월 들어 다소 반등했으나 이 역시 매우 낮은 수준임에는 변함없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 역시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올 2월에는 70선마저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5)

 

최저임금발(發) 대량 해고·해직 발생하나?

• 종사, 이직, 채용 등 외식업계 전 분야 고용 감소

• 이직자 수도 급격히 증가(24%), 상용직은 54.5%나 급증

• 비자발적 이직 비중 두 달 연속 과반 넘겨…대량 해고·해직 사태 우려

• 무인·자동화 기술과 기계(로봇) 등장도 고용 위기 가중

다음으로 외식업계의 고용 변화를 살펴보겠다. 그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반대하는 일각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아왔다. 임금이 오르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데(최저임금의 고용 효과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금껏 논쟁 중에 있으나,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인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데는 대체로 동조함) 고용노동부에서 매월 발표하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 전후 1개월(2017년 12월~2018년 1월)에 걸쳐 뚜렷한 고용 변화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적용 첫 달인 올해 1월의 종사, 이직, 채용 등 전 분야의 규모가 전달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매년 12월, 1월에는 연말 특수를 위한 고용의 일시적 증가와 원상 회복이 반복돼왔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설(2월 15~18일) 특수와 동계올림픽(2월 9~25일) 특수가 연이어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직(離職)에서 발견된다. 전체 이직자 수도 급격히 증가(24%)했지만 상용직의 경우 그 두 배를 훌쩍 넘어 54.5%나 급증했다. 이직 사유도 전체에서 비자발적 이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 달 연속 과반을 넘겨 최저임금발(發) 대량 해고·해직 사태가 우려된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성능은 월등히 향상된 반면 가격은 되레 저렴해진 무인·자동화 기술과 기계(로봇)가 속속 등장하며 외식업계의 고용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표 2)

 

모든 업종에 단일 최저임금 적용은 불합리

•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더욱 극심해진 경영난

• 외식업 영업이익률 고작 13.4%, 추가 비용 부담 여력 없어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개선 논의 예정

이상으로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적용 후 두 달을 거치며 국내 외식업계에 미친 영향을 여러 자료와 통계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여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후 외식업 경영자들은 인건비 등 영업비용의 폭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처해 있으며, 한 가족처럼 지내왔던 종업원마저 내보내야 할 만큼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거의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해온 직원들을 실업으로 내몰아야 하는 심정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외식업계는 지난해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의지를 밝힌 직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도 자체의 문제점 또한 꾸준히 지적해왔다. 협소한 산입 범위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업종·지역별로 업무 강도, 생계비 수준, 기업의 지불 여력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 모든 업종에 단일 최저임금을 대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외식업은 삼시 세끼 손님을 맞는 탓에 하루 총 근로시간이 긴 것이 사실이지만, 손님이 없거나 매끼 사이사이 휴게시간이 주어져왔으며, 조리 업무를 제외한다면 단순 정형화된 업무가 대부분이다. 또한 외식업은 영업이익률이 고작 13.4%에 그칠 만큼 열악해(통계청 ‘경제총조사’ 2015년 기준)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 여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정부는 외식업계의 간절한 호소와 신음을 그저 업계의 욕심이나 엄살로 치부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현재 외식업계가 직면한 시련은 한낱 꾀병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절박한 상황이다. 이는 피해자도, 목격자도, 전문가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과 증거마저 부정하고 부인한다면 이는 외식업계가 고사하든 말든 상관없이 마냥 눈과 귀를 닫겠다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3월 7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가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조만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예정인 만큼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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