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8-4 P.72 Consulting]

 

지역경제를 뒷받침했던 대기업이 도산하거나 주요 산업이 침체기를 맞으면 지역경제가 동반 침체를 맞이하게 된다. 지역경제가 해당 산업에 의존도가 높고 종사자가 밀집해 있는 지역일수록 충격은 더 크다. 이 충격의 일차 피해는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다음으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 내 자영업자들이다. 식당들 역시 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거제시 옥포 ‘장수가’도 예외가 아니다. 경남 거제시는 조선업 불황으로 2017년 12월, 26년 만에 인구가 감소했다.

‘장수가’는 조선소와 인접해 사무실 직원이나 외지인들 출입이 빈번했으나 2016년부터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평소 <음식과 사람>을 열독하던 이순자 대표는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이곳 거제뿐만 아니라 조선소가 지역경제를 지탱해주는 울산, 통영, 군산 등지 소재 식당들도 사정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문제점]

하나, 인접 지역에 똑같은 아이템으로 2개 점포 운용

거제시 소재 조선소 불황이 매출 부진의 직간접 원인이자 근본 원인이다. 그렇다고 조선업 불황을 개별 식당이 해결하거나 타개할 수는 없다. 그 처방은 정부나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 맡기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이순자 대표는 반경 1km 이내에 ‘장수가’와 똑같은 아이템의 식당인 ‘장수굴국밥’도 운영하고 있다. 불황의 먹구름이 잔뜩 낀 동일 지역 내에서 아이템이 같은 식당을 2곳이나 운영하는 것은 소나기를 남들보다 두 배로 맞는 것과 같다. 비록 불황기가 아니어도 이런 식의 점포 운영은 자칫 기회 손실이 크다.

 

둘, 굴국밥 메뉴의 한계와 홍보 부족

굴국밥은 봄과 여름철 비수기가 너무 길다. 또한 식사 메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중독성도 약한 편이다. 게다가 국내 최대 굴 산지인 통영이 바로 이웃이다. 거제에서 굴로 만든 음식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고 희소성도 낮다. 점포나 메뉴 자체의 임팩트가 떨어지면 홍보를 강화해서 보강해야 한다. ‘장수가’는 밀면이나 냉면 등 신 메뉴 개시 후 홍보지를 배포했지만 효과는 미약했다.

 

[긍정 요소]

1. 1999년 10월 개점 이래 18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객들로부터 건강한 양질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굴국밥과 매생이굴국밥으로 지역에서 일정 수의 단골 고객층을 확보했다. 호의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거제도에서 ‘굴국밥’ 하면 ‘장수가’를 떠올릴 정도로 고객의 신뢰도가 높다.

3. 제면기 등을 갖춘 훌륭한 주방 시설도 아이템 전환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4. 남편이 건강 관계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가족 생계를 위해 외식업에 발을 들인 이 대표는 누구보다 정신력이 강하고 성격도 진취적이다. 또한 평소에 다른 식당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는 등 식당 시스템 개선에 관심과 의지가 강하다.

 

[이렇게 해봅시다]

- 규모 작은 1호점은 개선, 2호점(장수가)은 업종 전환 필요

2년 전부터 매출이 하향세로 돌아서자 이순자 대표는 제면 기술을 배워 냉면과 밀면을 사이드 메뉴로 보강하고 갈비찜, 골뱅이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출 추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김 기획자가 방문해보니 ‘장수가’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굴국밥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대표의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어서 단골손님들도 많이 확보했다.

그러나 1호점인 ‘장수굴국밥’과 2호점인 ‘장수가’가 한 상권 내에 위치했다. 1호점 격으로 규모가 작은 ‘장수굴국밥’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부분적인 개선 작업을, 2호점 격인 ‘장수가’는 전면적인 업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수굴국밥’은 기존 굴국밥집의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황태해장국, 굴물회 등의 메뉴를 도입해 매출 안정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황태해장국 국물인 황태 베이스는 향후 칼국수 메뉴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굴물회는 굴국밥 비수기인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굴밥 소스의 질도 업그레이드해 매출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편 김치, 깍두기 등 찬류의 질도 좀 더 높여야 한다.

▲ 이하 사진 외식경영 제공

 

[업종 전환 1안]

칼국수 전문점

- 소뼈 국물 베이스의 칼국수에 막국수(여름철 메뉴) 접목

업장 규모가 큰 ‘장수가’는 1호점과의 아이템 중복을 피하고 매출 향상 가능성이 높은 메뉴로 업종 전환을 해야 한다. 현재의 상권에서 고려할 수 있는 업종은 두 가지다. 칼국수 전문점과 돈가스·소바 전문점이다.

칼국수 전문점으로 전환할 경우, 소뼈 베이스 국물로 거제도에서 가장 상품력 높은 칼국수를 구현한다. 육수가 맛있고 면발에 특히 강점을 지닌 칼국수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칼국수를 비롯한 면 메뉴의 이해와 조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면 관련 심화 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굴국밥에 비해 칼국수는 계절을 덜 타지만 그래도 여름철에는 매출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막국수나 냉칼국수를 메뉴에 접목한다. 여기에 사이드 메뉴로 완자와 수육을 붙여 매출을 극대화한다. 겨울철에는 칼국수를 뒷받침해줄 메뉴로 만두를 투입한다. 칼국수는 메뉴 특성상 함께 먹는 반찬인 김치와 깍두기의 맛이 최상급이어야 한다. 김치, 깍두기와 만두 조리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 이미지 = PIXABAY

 

[업종 전환 2안]

돈가스·소바 전문점

- 관리 용이하고 매출 가능성 높아

칼국수 외에 또 하나의 선택지는 돈가스·소바 전문점이다. 돈가스는 유행을 타지 않는 스테디셀러 메뉴다. 또한 수익성이 아주 양호한 중대박 아이템이다. 주변에 수준급 돈가스 전문점이 없어 경쟁력 확보가 용이하다. 거제시에서 맛과 품질로 ‘넘버원 돈가스’를 구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국 사람은 아직도 해물로 만든 음식보다 육류 음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바닷가라고 해서 무조건 해산물 음식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돈가스와 함께 제대로 만든 소바를 메뉴로 도입하면 여름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돈가스와 소바는 지역과 연령 구분 없이 누구나 선호하는 메뉴다. 조선소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회식을 유치하기 위해 일본식 불고기인 스키야키를 저녁 메뉴로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조선소는 외지 출신 인력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곳이고, 거제시 옥포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은 지역이다. 김 기획자는 상권 내 주민뿐 아니라 이들의 입맛을 겨냥하기에는 돈가스와 소바가 최적의 메뉴라고 강조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돈가스·소바 전문점은 C급 상권 119㎡(36평) 매장에서도 여름철에 월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겨울철에도 월 6000만~7000만 원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요. 돈가스는 외식과 직장인 식사가 모두 가능한 메뉴입니다. 특히 평상시 가족 단위 외식 메뉴로 최적의 아이템이지요.”

김 기획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돈가스· 소바 전문점을 추천했다. 현재 이 대표가 혼자 두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어서 관리 범위가 넓은 만큼 시스템이 표준화·정형화된 식당을 도입하면 편의성이 높고 관리가 용이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김 기획자는 돈가스와 소바는 침체된 거제 지역에서 매출 향상을 견인할 아이템으로, 프랜차이즈는 3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메뉴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불황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거제에서 번영을 구가하는 가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조선소나 그 종사자들이 완전히 철수한 것도 아니지요. 칼국수 전문점이나 돈가스·소바 전문점으로 전환한 뒤 ‘거제도 맛집’, ‘거제 옥포 맛집’ 등의 키워드로 3개월 동안 홍보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현재 매출보다 50~400% 정도의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대표의 딸인 옥조영 씨가 모친의 대를 이어 ‘장수가’를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옥 씨는 성공적인 가업 승계를 위해 외식 경영인으로서 필요한 자질들을 열심히 습득하고 있다. 모친을 이어 향후 ‘거제도 하면 떠오르는 맛집’으로 자리 잡아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외식업체로 키우는 것이 옥 씨의 꿈이다.

▲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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