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음식과 사람 2018-5 P.49 Consulting]

▲ 사진 = 플리커(https://www.flickr.com/photos/112024099@N03/17022062380)

만두는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식당에서 만두를 직접 빚는 곳은 별로 없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공짜로 따라 오는 허접한 공장 제품 군만두가 아닌 양질의 군만두는 중식당에서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지닌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중식당 만두를 다시 봐야 한다.

 

중식당 수제 만두는 사이드 메뉴 이상의 가치

일본에서도 군만두는 가볍게 여길 메뉴가 아니다. 1000개 이상 점포를 전개한 유명 중화식당 프랜차이즈는 교자를 앞세우는 전략으로 일본 서민층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야키교자(군만두)는 중식당과 라멘집에서 생맥주 안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는 만두로 유명한 중식당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한 만두 전문점은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선다. 중화 만두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잠재 니즈가 지금도 상당함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차이나타운 안에는 만두와 요리를 파는 또 다른 중식당이 있다. 그 집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짜장면과 짬뽕은 판매하지 않고 약 10가지 정도의 중화요리와 수제 만두를 판매하고 있다. 요리를 이것저것 만들 필요가 없어 주방 효율성이 높다. 그렇지만 요리 수준은 그저 평범한 편이다. 그럼에도 저녁에는 대체로 만석이다. 손님이 몰려드는 이유는 바로 만두에 있다. 그 집 만두가 고객을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이 식당에서 가볍게 만두를 주문하고 술을 마신다. 여기에 식사 메뉴나 요리 한 접시 등을 추가한다. 만두의 질은 괜찮은 수준이다. 수제 만두 1인분 가격은 7000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만일 이 중식당에서 만두가 없어진다면 매출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군만두를 다시 보자!

서울 을지로에 60~70년 내력의 화상(華商) 중식당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군만두가 시그니처 메뉴이고, 또 한 곳은 굴짬뽕이 시그니처 메뉴다. 입지는 굴짬뽕을 시그니처로 거느린 식당이 더 좋은데, 늘 손님으로 붐비는 건 군만두를 시그니처로 둔 식당이다. 이 집을 다녀간 손님들이 온라인에 후기를 많이 남긴다. 다른 메뉴들도 많은데 대부분 군만두로 도배한다. 그만큼 손님들에겐 군만두로 기억되는 중식당인 것이다.

얼마 전 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곳 음식 수준은 그저 무난한 정도다. 입지가 그다지 안 좋은 지역인데도 저녁이면 만석이다. 이 식당의 오랜 내력도 경쟁력이지만 손님을 끌어 모으는 핵심 역할은 군만두가 도맡고 있다. 군만두를 수제로 빚어 조리하는 차별성을 보유한 것이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젊은 여성 두 명이 짜장면과 짬뽕에 군만두 한 접시를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고연령층 고객들은 군만두에 안주가 될 만한 요리를 함께 주문해 소주를 마신다. 필자도 일행들과 군만두 두 접시에 안주를 하나 시켜서 소주를 마셨다.

양질의 중식당 만두는 저녁 주류 매출을 견인한다. 아울러 손님들이 식사 주문과 별도로 추가로 주문하는 사이드 메뉴다. 객단가를 올려주는 효자 상품인 것이다. 수도권 중식당에서 군만두를 직접 빚어 제공하는 점포는 드물다. 군만두를 시그니처 메뉴로 둔 식당은 군만두의 메뉴 효율성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군만두를 다시 보자! 군만두는 업주가 운용하기에 따라 천덕꾸러기 메뉴가 될 수도 있고, 전략 메뉴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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