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포에 식당을 차렸으니 밑져야 본전? 밑지는 것은 본전이 아니라 엄연한 손실!

[음식과 사람 2018-5 P.46 Consulting]

 

부부는 자원 재활용 사업, 이른바 고물상을 하면서도 늘 외식업 창업을 꿈꿨다. 식당을 차려 큰돈을 벌 욕심보다 음식을 만들고 그걸 누군가에게 먹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다. 4년 전, 자원 재활용 사업을 정리하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겼다. 대지를 구입하고 2층 건물을 지었다. 위층에는 살림집을 들이고 아래층에 식당을 차렸다. 업종은 해물칼국수였다. 맛있게 칼국수를 끓이면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부부의 기대와는 달리 손님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왔다. 지금은 잠시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멈춘 상태다. 뭐가 잘못된 걸까?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문제점]

충분하지 않은 경영주의 외식업 지식과 경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꽃에 앉아 꿀을 먹는 우아한 나비가 부럽다고 당장 꿀을 먹고 살 수는 없는 법. 그러려면 나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나방쯤으로 자신을 변태시켜야 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평생 자원재생업에 종사했던 부부가 평소 꿈꿨던 ‘내 식당’을 마련했지만 너무 성급했다.

“생뚱맞게 무슨 식당이냐”며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한번 마음먹은 ‘내 식당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적성과 조리 수준도 점검해본 적이 없다. 접객과 식당 관리 경험도 없었다. 입지나 메뉴 구성 등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검증받지도 않았다. 수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식당은 맛만 있으면 잘될 것’이라는 자신들의 소박한 믿음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문을 연 것이다.

 

최악의 입지와 어울리지 않는 메뉴의 조합

식당은 경기 이천시의 한 읍 소재지 외곽에 위치했다. 한적한 농촌의 2차선 도로변이다. 도로의 교통량도 많지 않다. 몇 분이 지나야 겨우 차량 한 대가 지나간다. 게다가 식당이 도로에서 30m쯤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차에서는 식당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방문할 때에도 한 번에 찾지 못하고 식당을 지나쳤다. 가시성이 너무 떨어졌다. 이런 곳에 식당을 차린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이런 입지의 식당이라면 당연히 관여도가 무척 높은 메뉴여야 한다. 이천시뿐 아니라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와 먹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메뉴는 해물칼국수였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에 차려야 할 칼국수! 평범한 칼국수를 먹기 위해 이천 시내에서 승용차로 15분을 달려 이곳까지 올 사람이 있을까?

 

[긍정 요소]

1. 임차료에서 자유로워 차분하게 재기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

식당이 자가 건물이어서 부부는 점포 임차비용 압박에서 자유롭다. 자원 재활용 사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경제적 여건이 아주 절박한 상황도 아니다. 외식업을 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생계를 위협받지는 않는다. 치밀하고 차분하게 재기를 준비할 여건을 갖췄다.

2. 외식업에 대한 부부의 뜨거운 열망

성급하게 식당을 연 것은 외식업에 대한 부부의 열망을 드러낸다. 하루라도 빨리 ‘내 뛰어난 요리 솜씨를 손님들에게 발휘하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이 차가운 이성을 잠시 눌렀던 것이다. 이미 첫 번째 외식업 창업에서 쓴맛을 봤지만 부부의 외식업 사랑은 식지 않았다. 음식 조리를 즐기고 손님들이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게 행복하다고 여긴다. 물론 돈까지 벌면 더 좋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해봅시다]

현재 식당을 포기할 것인가, 업종 변경으로 새로 시작할 것인가

부부는 <음식과 사람>에서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의 조언들을 매회 꼼꼼히 챙겨봤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조언을 듣고 싶다면서 김 기획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을 찾은 김 기획자는 식당 입지로서 너무 부적합한 환경을 보고 할 말을 잠시 잊었다. 듣던 바와 같이 너무 외진 시골이었고, 100m 이내에 대형 양돈장에서 가끔 돈분 냄새가 봄바람에 실려왔다.

입지 외에 메뉴도 문제였다. 해물칼국수는 식재료인 해물 원가가 너무 높고 중독성이 없어서 매력적인 메뉴가 아니다. 풍부한 조리 기술과 식당 운영 경험을 보유한 사람도 성공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실제 부산의 유명 해물칼국수 전문점의 경우 지하철 역세권에 위치했는데 주인이 직접 조리하고 해물 식재료를 구매해온다. 그럼에도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데 아주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부부가 처음부터 해물칼국수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개점 시에는 닭칼국수로 출발했다. 전수비 300만 원을 내고 배운 닭칼국수였다. 그런데 6개월 만에 조류독감 사태가 발생했다. 간간이 찾아오던 손님들마저 발길을 끓었다. 너무 힘들어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지금의 해물칼국수였던 것. 메뉴를 바꿨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점심에는 간간이 손님이 오기도 했지만 저녁에는 전혀 없었다. 1억5000만 원의 손실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4년간을 버텨왔다.

▲ 이미지 = PIXABAY

 

[대안 1]

현 위치 포기하고 대박 식당서 경험 쌓기

김 기획자는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점포가 식당 입지로 부적합하므로 지금의 자리에서 재개점하는 걸 포기하는 경우. 또 하나는 비록 입지가 안 좋더라도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식당을 여는 것을 전제로 한 경우다.

먼저 지금의 식당을 폐쇄한다면 경남의 한 식당에서 일해볼 것을 권했다. 평소에도 손님이 적지 않은 관광지 식당인데 봄철 성수기로 접어들면 더 바빠질 것이다. 그런데 업주의 건강 상태가 여의치 않아 그 전에 다른 사람에게 영업권을 양도하길 원하고 있다. 일단 그곳에서 대박집의 식당 운용 체험을 쌓고 생활비도 충당하면서 뒷일을 도모해볼 것을 권했다.

 

[대안 2]

‘불고기+막국수+만두’로 현 위치에서 재기하기

만일 현 위치에서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이웃 양돈장에 협조를 구해 돈분 냄새를 줄일 대책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또 점포 입구에 가시성 높은 간판을 세우고,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꿔야 한다. 아울러 점포와 음식의 존재를 알리는 전략적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완료됐으면 ‘불고기+막국수+만두’ 콘셉트를 장착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만하다.

이천은 강원도 접경지역이어서 막국수의 잠재적 수요가 있는 고장이다. 이천에 막국숫집은 여럿 있지만 특별히 잘하는 집은 아직 없다. ‘이천에서 가장 맛있는 막국수’를 표방하고 실제 만들어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잠재 수요를 깨우면 상당한 폭발력이 예상된다. 막국수는 장비 투자비가 약 700만~800만 원 정도 들어간다. 제면기 구입비와 간판 교체비 등이다. 투자비가 들어가지만 승부는 가장 빠르다.

외곽 국도변을 지나가는 차량을 타깃으로 하는 불고기 전문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직화 불고기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손님, 기타 운전자의 식사에 적합한 메뉴다. 이것을 막국수와 묶고 겨울에는 만두를 접목하는 것이다.

원주에는 불고기에 막국수를 접목해 불과 4개월 만에 매출이 6배로 뛴 사례가 있다. 불고기+막국수+만두는 국도변에서 이미 검증된 아이템이다. 이천 시내의 유명 호텔 온천 손님들을 비롯한 여행객들에게 ‘이천에 갔다가 꼭 들러서 먹어볼 만한 식당’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다만 제약 요인도 있다. 불고기를 굽는 그릴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고, 이천의 호텔 온천욕실 입욕료가 다소 비싼 편이어서 생각만큼 손님이 많은 건 아니다. 불고기+막국수+만두 콘셉트는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든다. 만일 현재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면 비용이 덜 드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대안 3]

‘품질 개선 칼국수+만두+소바’로 현 위치에서 재기하기

칼국수 자체는 사실 나쁜 아이템은 아니다. 그러나 닭칼국수나 해물칼국수는 범용성이 떨어지고 초심자가 맛을 내기 어렵다. 재료 구입과 조리가 쉽고 누구 입에나 무난한 사골 육수 칼국수가 더 낫다. 외부 제품을 받아쓰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칼국수를 자가 생산하고 품질을 대폭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고기+막국수+만두’에 비해 폭발력은 덜하지만 비용 역시 덜 든다.

제면 교육부터 제대로 받아 칼국수 면발을 개선하고 육수는 사골 육수로 낸다. 여기에 질이 높은 만두를 접목한다. 칼국수 사골 육수를 충분히 내서 만둣국에도 활용한다. 품질이 월등한 칼국수에 만두,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소바를 접목하는 것이다. 즉, 칼국수+만두+소바를 주력으로 한 메뉴 콘셉트다.

소바는 가을부터 비수기에 들어가므로 충분한 홍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부부는 전에도 현수막을 내걸거나 월 60만 원에 블로그 마케팅을 실시했다. 하지만 몇 달씩 지속했지만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손님은 없었다. 좀 더 강력한 블로거들을 투입해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저녁에는 아예 손님이 오지 않았지만 부부는 문을 닫고 있을 수도 없었다. 궁리 끝에 술손님을 겨냥해 닭매운탕도 취급했다. 하지만 한적한 시골 외딴 식당으로 저녁에 닭매운탕을 먹으러 오는 사람도 역시 없었다. 김 기획자는 닭매운탕은 술안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도 닭매운탕은 취급하지 말 것을 추가로 당부했다.

김 기획자는 ‘내 점포에 식당을 차렸으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은 큰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밑지는 것은 본전이 아니라 엄연한 손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세가 안 나간다는 점이 함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빠져 의사 결정을 잘못하는 피상담자를 수도 없이 많이 봤습니다. 임차료가 없는 내 점포나 ‘무권리 점포’라고 해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덜컥 식당을 차려서는 낭패를 보게 됩니다.”

자가 건물을 소유한 초보 창업자 가운데 ‘월세는 내지 않으니 최소한 손해만 보지 않으면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기획자는 그럴 거면 처음부터 식당을 열지 말라고 한다. 경험이 일천한 창업자일수록 ‘저비용 점포’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 권리금이나 월세가 저렴한 점포의 업주들도 가끔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기획자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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