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 베트남 특집 ② 베트남 호찌민 상권의 한식당 성적표

[음식과 사람 2018-5 P.52 Local Analysis]

▲ 베트남 호치민 / 사진 = PIXABAY

2018년 1분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무려 7.38%를 기록했다. 올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7.1%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비교되는 수치다. 베트남에는 한국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4800개가 이미 진출해 있다. 최근 들어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업체들 사이에서도 베트남 시장 진출이 초미의 관심사다. 언제까지 이러한 바람이 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음식점들 성적표는 어떨까? 성공 사례도 있지만, 그다지 성과가 크지 않은 음식점들도 많다.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존 한식당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 베트남(호찌민 상권)에서 성공한 음식점과 실패한 음식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editor/ photo. 창업통 김상훈(외식컨설팅 전문가)

 

푸미흥 한인타운 상권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음식점?

• 맛찬들, 강남BBQ

[공통점]

1. 대로변 1층에 위치한 대형 점포, 고기와 식사 메뉴 다양,

2. 한국 교민뿐 아니라 베트남인들도 좋아하는 한국 음식점

푸미흥 한인타운 상권은 한국의 창업자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상권이다. 푸미흥은 호찌민 7군 외국인 상권으로, 호찌민 사람들에게는 신흥 부촌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이곳이 바로 한인타운 상권이다. 현재 푸미흥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만도 10만 명에 육박한다. 베트남 전체 한인 교민 수가 약 20만 명이니, 이 중 50%가 호찌민의 푸미흥 상권에 거주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10만 명이라는 숫자부터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푸미흥 거주 한인 10만 명은 우리나라 10만 명 도시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10만 명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수요층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50대 이하의 주재원 가족들이거나 30, 40대 수요층이다. 한인타운 상권의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가 바로 이 대목이다. 더욱이 한국 주재원들의 소비력은 현지인들보다 훨씬 왕성하다. 이 때문에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는 것은 베트남 진출 한국 창업자들의 첫 번째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푸미흥 한인타운 상권에서 많은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는 한식당 ‘강남BBQ’

그렇다면 현재 푸미흥 상권에서 가장 성업 중인 한식당은 어디일까? 푸미흥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맛찬들’과 ‘강남BBQ’가 압도적이다. 이 두 곳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한국 스타일의 돼지고기, 소고기 전문 고깃집이라는 점이다. 메뉴 측면에서 보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주로 팔면서 돼지갈비 같은 양념육과 생고기를 동시에 취급한다. 그리고 고기 메뉴 이외에 식사 메뉴도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푸미흥 상권 상급지 1층에 포진해 있는 대로변 대형 점포라는 것이다. 두 곳 모두 한국 교민층 수요도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도 좋아하는 한국 음식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사람과 베트남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한국 스타일 삼겹살, 생고기 등의 고기 메뉴와 전골류 등의 식사 메뉴를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한국 스타일의 식사 메뉴를 다양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 음식점은 한국 스타일 음식점의 교과서 같은 매장이라고 볼 수 있다.

▲ ‘맛찬들’ 전경

 

‘하누리’ 분식점이 호찌민 10대, 20대에게 인기 얻은 이유?

• 한국의 김밥천국 형식의 분식집을 맥도날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

• 불리한 상권 역이용-오토바이 발레파킹 서비스 제공

- 한국적인 콘텐츠와 메뉴, 착한 가격, 편의성으로 무장

▲ 하누리 분식점 전경

푸미흥 한인타운 상권이 아닌 로컬 지역에서 한식 아이템으로 성공한 음식점이 있었다. 그것도 베트남 호찌민의 10대, 20대를 공략한 한국 음식점이라는 소식에 귀가 번쩍했다. 호찌민에 사는 10, 20대 수요층에겐 이른바 ‘3군 맛집’으로 통하는 음식점이다. 상호는 ‘하누리(hanuri)’라고 이름 붙은 1, 2층 음식점이다.

▲ 주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손님들과 다양한 분식 메뉴를 함께 즐기고 있는 10대 손님들

하누리를 방문한 한국의 외식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도 상권 입지 경쟁력 측면에서 접근해본다면 1군 지역도 아닌 3군 지역의 중·하급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일방통행 도로변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누리가 호찌민의 젊은 신세대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이 음식점의 콘셉트는 심플하다. 한국 스타일 분식집 ‘김밥천국’을 맥도날드 식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음식점이다. 점포 외관엔 ‘코리안 패스트 푸드(Korean fast food)’라는 글자가 분명하게 적혀 있다. 메뉴판을 살펴보면 한국의 ‘김밥천국’처럼 얼핏 봐도 50~60가지의 다양한 분식 메뉴가 서비스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가격이 아주 착하다는 사실이다. 베트남 쌀국수처럼 메뉴당 가격이 대부분 2000~3000원이다. 베트남 신세대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이점으로 고객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 하누리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라볶이’와 ‘김밥’

그렇다면 입지적인 한계점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SNS) 마케팅과 함께 오토바이 상권이 주는 경쟁력이 그 한계를 보완해주고 있었다. 16세 이상의 아이들은 모두 오토바이를 타고 하누리에 방문한다. 오토바이는 지난 호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베트남 로컬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다.

이뿐만 아니다. 매장 1층과 2층엔 한국의 아이돌 사진과 서울 사진으로 가득하다. 최근엔 서울의 지하철 지도에 주요 관광지를 소개한 콘텐츠도 발견된다. 정리하자면 한국적인 메뉴에, 가격 경쟁력도 있고, 한국 냄새 물씬 풍기는 콘텐츠가 풍부하며, 맥도날드 스타일의 편의성까지 갖춘 것이 하누리 분식점의 성공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10, 20대 손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온다. 사진은 오토바이를 발레파킹하는 모습 / 하누리 벽면에 부착된 서울 청계천 사진

 

한국 음식점 운영으로 재미 보는 베트남 외식 전문기업들

• 골든게이트, 레드썬 등 베트남 외식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한식당들 ‘호황’

- 대형 외식기업이 놓치고 있는 틈새 공략해야

▲ 베트남 외식 전문기업인 ‘골든게이트’가 운영하는 ‘한국 바비큐관 고기하우스’ 앞에 줄 선 손님들. 작은 사진은 매장 앞에서 메뉴를 안내해주는 직원 모습

베트남에는 ‘맛찬들’, ‘강남BBQ’, ‘하누리’같이 성공한 한국인 음식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찌민 상권에서 한식 아이템으로 성공한 음식점들을 잘 들여다보면 한국인이 아닌 베트남 외식 전문기업인 ‘골든게이트’와 ‘레드썬’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한국 바비큐관 고기하우스’, ‘킹BBQ’ 같은 한식당들은 한결같이 쇼핑몰 상권마다 핵심 노른자위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로드숍(길거리 매장)에서도 한국적인 콘텐츠로 포장해서 대형 매장으로 출점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한식 입맛은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한식 매장 입맛에 길들여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 업체들은 상권 경쟁력은 물론 시설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 마케팅 경쟁력에서 한국인 창업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의 창업자들은 이들 업체가 놓치고 있는, 또는 할 수 없는 틈새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이것 또한 베트남 외식 상권을 공략하는 포인트다.

▲ 베트남 외식 전문기업인 ‘레드썬’이 운영하는 한식당 ‘킹BBQ' 앞에서 한복을 입고 안내하는 베트남 직원과 매장 내부
▲ 베트남의 식당들. 베트남 외식기업의 인테리어와 시설 경쟁력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푸미흥 상권에서 실패한 음식점들, 그 원인은?

• 현지화 전략 실패, 자본력 열세

• 상권 경쟁력, 시설 경쟁력, 콘텐츠 경쟁력 부재

- 섬세한 라이프스타일 공략과 꼼꼼한 디테일 전략 필요

다시 푸미흥 한인타운 상권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푸미흥 한인타운 상권은 한국의 창업자들이 첫발을 내딛는 상권이다. 한국 사람도 많고, 한국 음식점도 많다. 푸미흥 상권에는 현재 어림잡아 200곳 이상의 한국 음식점들이 영업하고 있다. 호황 음식점도 있지만 그닥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음식점들도 많다. 솔직히 호황 음식점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실패하는 음식점이 더 많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왜일까?

필자는 ‘현지화 전략의 실패’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음식점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식 맛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 음식점들은 주인장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우리 가게는 맛 좋은 한국 음식점’이라는 사실 한 가지만 앞세운다. 하지만 베트남 거주 한인들은 물론 베트남 현지 수요층들은 이미 베트남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한국적인 맛의 경쟁력만으로는 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상권 경쟁력과 시설 경쟁력도 문제다. 베트남 외식기업들의 시설이나 인테리어를 보면 수준이 상당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인 창업자들은 자본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대로변 상급지보다 골목 안쪽 중·하급지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 골목 안쪽 상권으로 들어갔다면 당연히 골목 안까지 손님들이 찾아들어올 만한 시설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 마케팅 경쟁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한식당에 한국 음식만 있는 걸로는 부족하다.

한국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 손님들은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한국을 마음껏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누리 분식점 실내 곳곳을 장식한 한국 관련 콘텐츠들은 좋은 성공 사례다. 하지만 최소한의 투자비용만 가지고 시작한 한식당들은 구매력을 촉발할 수 있는 이러한 ‘경쟁력’을 갖출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중요한 실패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 호찌민 푸미흥 상권은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하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중요한 교두보 상권이다. 한국 사람도 중요하지만, 베트남 현지인들의 눈높이 공략이 필요하다. 그들의 섬세한 라이프스타일 공략과 꼼꼼한 디테일 전략은 필수다. 호찌민 상권에서 한국 음식점으로 성공하려는 음식점 창업자들이라면 꼭 명심해야 할 포인트다.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음식 솜씨가 있으니 베트남에서 한식당이나 하나 차리면 인건비도 저렴하니 큰돈 안 들이고도 성공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베트남 외식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단연코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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