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보증금 높이고 임대료 상한선 낮췄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은 그대로… 실효성 ‘의문’

[음식과 사람 2018-5 P.70 R&D]

▲ 이미지 = PIXABAY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상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2001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이후로도 분쟁 사례는 끊이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왔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정부는 2018년 1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번 호에서는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과 이것이 임차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ditor. 정혜지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원

 

상가임대차법 개정안, 1월부터 시행 중

• 국내 외식업체 82.5% 사업장 임차해 매장 운영

• 임대차 보증금 관련 소송 5793건(2016년 기준)

• 서울시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 매년 두 배씩 증가

2017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의 약 82.5%가 사업장을 임차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1) 그만큼 상가임대차 계약의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 또한 빈번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서 발행한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본안사건 중 ‘임대차 보증금’에 관련된 소송이 총 579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외식업체의 약 22.9%가 밀집해 있는 서울 소재 상가건물의 임대차 관련 분쟁을 처리하는 ‘서울시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에 지난해 한 해 동안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1만1713건으로, 이는 하루 평균 약 50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분쟁조정 신청 건수도 2015년 29건, 2016년 44건, 2017년 77건으로 매년 두 배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임대차 분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국회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에 이르렀으며, 올해 1월 26일부터 개정된 법안이 전면 시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기존의 분쟁 요소를 얼마나 해소했고, 임차인 보호라는 목적에 얼마나 더 부합되도록 개선됐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개정안 성과] 환산보증금↑ 임대료 상한선↓

1. 환산보증금 상향

- 환산보증금 수혜 범위 확대

- but 환산보증금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역 있어 ‘지역 간 차별’ 논란의 소지

→ 지역 세분화해 지역별·상권별로 차등 적용 필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전체 상가임대차 계약의 90% 이상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환산보증금의 ‘수혜 범위를 확대(기준금액 상향)’한 것이다. (표 1)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의 보증금 환산액을 합한 금액을 뜻하는 것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는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임차인에 대한 보호 범위를 구분하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소액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환산보증금 제도를 도입했으나 환산보증금 제도의 보호 범위에서 벗어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점차 늘어나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제정 이후 이번까지 세 차례 개정을 통해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왔다.

이번 개정안의 환산보증금 기준을 전국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에 적용해보았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매물 정보 2000개를 자체 집계해 환산보증금을 산출한 결과, 평균 3억4000만 원으로 나타나 언뜻 개정안의 환산보증금이 전체 사례를 수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 25개 구(區)별로 살펴보면 강남구(9억700만 원), 송파구(6억 8000만 원), 마포구(6억1200만 원) 등 특정 구의 경우 보호 대상이 극히 일부에 국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남구 소재 음식점의 약 절반가량은 환산보증금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함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지역 간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표 2)

이는 환산보증금 보호 금액 범위 안에 포함되는 임차인은 ‘총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한’, ‘우선변제권’, ‘월세 전환 시 산정률 제한’ 등의 완전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환산보증금 금액을 초과하는 임차인은 ‘총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와 ‘권리금 회수 기회의 보호’ 두 가지 조항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조항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산보증금 기준을 산정하는 데 있어 현재보다 지역을 세분화해 상세 지역별·상권별로 차등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2.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 9%→5%로 하향 조정

- 소비자물가 상승률(1~2%)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

- 인상률 상한선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 미지수

→ 상한선 준수를 위한 실질적 유인책 마련 모색돼야

둘째, 임대료의 과도한 인상을 방지하고자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선을 기존 9%에서 5%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대략 기존 상한선의 2분의 1 수준으로, 임대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또한 매년 1, 2% 안쪽에 그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춰본다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체감될 수 있다. 또한 인상률 상한선은 권고의 개념이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별도의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강제할 수는 없어 상한선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한선의 준수를 강제할 수 없다면 5년 이상 임대료 인상을 연 5% 이하로 유지한 임대인에게 최대 3000만 원까지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장기 안심 상가’ 사업 등 상한선 준수를 위한 실질적 유인책 마련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개정안에서 놓친 것]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은 ‘그대로’ 시행 중

• 외식업체, 현 사업장에서 2번 이상 임대차 계약 갱신 (2017년 기준)

•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지나면 보증금·임대료 인상폭 제한 없이 허용

•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안 되면 환산보증금·임대료 인상률은 무용지물

→ 계약갱신청구권 5년→10년으로 연장돼야

지금까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의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본 결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 확대(제2조 제1항)’와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 청구 한도 인하(제4조)’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어느 정도 괄목할 만한 진전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문제는 답보 상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실제 계약기간으로 봐도 무방하며, 임차인에게는 ‘환산보증금’이나 ‘임대료 인상률’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기존 5년) 연장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2017년 기준 외식업체의 사업장 임대계약 기간은 평균 2.6년, 현 사업장 영업기간은 평균 6.7년으로 조사돼 현 사업장에서 2번 이상 임대차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는 상당수 외식업체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내에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지나면 임대인은 임차인과 임대계약을 연장해야 할 의무가 없어지며, 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 폭은 제한 없이 허용된다. 임대인이 더 이상 갱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이 원하는 금액만큼 임대료 인상률을 부담하고 영업을 지속하거나 가게를 이전·폐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사업장 이전 시 인테리어 비용, 시설 이전 비용, 점포 중개 수수료 등으로 임차인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앞서의 환산보증금이나 임대료 인상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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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한국외식업중앙회에 접수된 법률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실제 ‘현 사업장 평균 영업기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맹점을 악용해 갱신청구권 행사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수준으로 임대료의 인상을 요구하거나,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지나자마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소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실제 현 사업장 평균 영업기간인 6.7년을 상회하는 기간으로 연장하는 것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정안에 대한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이전보다 많은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인 만큼 법 개정이 됐든 제도적 지원이 됐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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