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실태조사-제주지역을 중심으로

[음식과 사람 2018-6 P.58 R&D]

2015년 초 제주지역에 외국인 특례 고용에 해당하는 ‘통역판매사무원’ 제도가 허용됨에 따라 외식업소의 외국인 고용 범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외식업소들은 외국인 고용에 목말라한다. 고용허가제 문턱이 너무 높아 불법 외국인 고용이 불가피하다는 탄식도 들린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외식업체 외국인 근로자 고용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주지역 외식업소들의 실태조사를 통해 살펴본다.

 

editor. 지영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1. 음식점에서 고용 가능한 외국인 근로자 자격

- E-7(주방장 · 조리사, 음식 서비스 관련 관리자),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통역판매사무원(제주도만)

정부는 2003년 8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2004년 8월부터 일반고용허가제 (E-9)를 시행했다. 이는 1980년대 산업화 이후 3D 업종을 기피하는 추세에 따라 도입됐던 외국인 근로자 산업연수제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E-9 자격을 제외하고 외식업계에서 근로가 가능한 체류 자격은 <표 1>과 같다.

전문기술(E-1~7) 자격 중 특정활동에 해당하는 ‘E-7’은 주방장이나 조리사, 음식 서비스 관련 관리자가 그 대상이다. 방문취업(H-2)과 재외동포(F-4) 자격도 외식업체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외식업체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 자격은 체류기간 중에 법무부의 사전 허가 없이도 직장이나 업종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외식업계보다는 다른 업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2015년부터 제주지역에 한해 ‘제주특별자치시 통역판매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다.

 

2. 외국인 근로자 고용 조건

• 외국인 주방장 · 조리사

- 최소 사업장 면적, 부가세 기준액 이상, 내국인 근로자 고용 인원

• 통역판매사무원(제주시)

- 사업장 면적, 연 매출액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허용 인원 제한

➜ 외국인 근로자 고용 조건 까다로워

외식업체에서 고용 가능한 외국인 근로자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조리를 위한 인력과 매장 내 접객을 위한 인력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주의 조건은 어떻게 될까. 한식을 제외한 음식점에서 특정활동(E-7)에 해당하는 ‘외국인 주방장 · 조리사’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표 2>의 고용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먼저 해당 업종에 해당하는 최소 사업장 면적을 갖춰야 하며, 연간 납부하는 부가세가 기준액 이상이어야 한다. 또 현재 사업장에 근무하는 내국인 근로자의 최소 인원(중식당 3명, 일반 식당 2명)도 충족시켜야 한다. 외식업체에서 매장 내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음식 서비스 관련 관리자를 고용할 때도 ‘주방장 · 조리사’ 고용과 마찬가지로 사업장 고용 최소 요건이 별도로 존재한다.

제주지역만 가능한 ‘통역판매사무원’ 고용도 마찬가지다. <표 3>의 통역판매사무원 고용 요건을 보면 사업장 면적과 연 매출액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허용 인원이 제한돼 있다. 게다가 연 매출 1억 원 미만 사업자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결과적으로 고용허가제가 규정하는 외식업 관련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외식업 현장에서는 고용허가제의 문턱이 너무 높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그림의 떡’이라며 현실에 맞게 기준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범위가 확대된 제주도 역시 다르지 않다.

올 초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제주지역 39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제주지역 외국인 고용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봤다.

 

3. 불법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 이유 = 구인난 때문 & 합법 외국인 고용 자격이 안 돼서

• 고용허가제 자격 미달 업체, 불법 외국인 고용 2배 이상

제주지역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내국인 채용 인원은 평균 2.06명이며, 합법 외국인 고용 인원은 평균 0.5명, 불법 외국인 고용 인원은 평균 0.35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외국인 근로자 채용 계획도 합법 외국인(0.38명)을 불법 외국인(0.06명)보다 더 많이 채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표 4)

하지만 고용허가제의 고용 요건 중 사업장 면적에 따라 집단을 구분하면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제주지역 외식업계에 근무 가능한 ‘통역판매사무원’은 사업장 최소 면적이 100㎡ 이상, 연 매출액이 1억 원 이상일 때 채용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장 최소 면적’을 월평균 고용 현황에 적용하면 100㎡ 미만 사업장(채용 조건 부적격)은 불법 외국인 고용 수가 100㎡ 이상 사업장(채용조건 만족)보다 약 2배 이상 많게 나타났고, 불법 외국인 채용 계획도 3배나 높았다.

그리고 제주지역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불법 외국인 고용 여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사업장 면적에 따라 구분하지 않았을 때는 전체 390개 업체 중 불법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30.3%로 나타났지만, 사업장 최소 면적 100㎡ 미만 집단에서는 40.9%가 불법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고용허가제의 고용 기준을 만족하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의 불법 외국인 고용 현황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표 5)

다음으로 불법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집단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질문한 결과 ‘인력 채용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1.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합법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한 고용 조건에 해당하기 어렵기 때문’(10.2%)에 불법 외국인을 채용했다고 응답했다. 결론적으로 ‘불법 외국인 고용’은 제주지역 내 외식업 인력난 탓에 생겼으며, 고용허가제의 엄격한 고용 규정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표 6)

‘앞으로도 계속 불법 외국인을 채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도 고용허가제에서 규정하는 사업장 최소 면적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합법 외국인 고용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장(면적 100㎡ 이상)의 불법 외국인 채용 의사는 4.6%로 매우 적게 나타난 반면, 고용 조건이 안 되는 (100㎡ 미만) 사업주들은 25.8%가 불법 외국인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표 7)

또한 고용허가제의 ‘통역판매사무원’ 고용 조건에 대해 질문한 결과에 대해서는 사업장 최소 면적에 관계없이 모두 ‘까다롭다’고 응답했다. 결국 고용허가제의 고용 요건을 충족해 불법 외국인 채용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 사업주들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쉽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표 8)

제주지역 고용실태 조사 결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에 대한 외식업주들의 기대와 아쉬움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됐음에도 사업주들이 불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합법적으로는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앞으로 고용허가제의 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불법 외국인 고용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얘기다.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매우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외국 인력의 과다 유입을 관리하기 위한 기준과 조건이 존재하지만 노동시장의 상황에 따라 그 조건이 탄력적으로 조정됨으로써 산업 현장에서 매우 유용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고용허가제 또한 유연한 고용 기준의 적용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해법은?

• 고용허가제의 장점= 인력 부족 해소

• 고용허가제의 단점= 엄격한 고용 기준

• 고용허가제 조건 충족하는 외식업체 매우 제한적 (면적 32.58%, 연 매출액 53.7%만 총족)

• 제주지역 ‘통역판매사무원’ 도입, 인력난 경영난 해소에 긍정적 역할

but 엄격한 고용 기준으로 인력 수요 충족 안 돼

➜ 고용허가제 조건,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개선돼야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음식점업 및 주점업의 사업체 수는 약 67만 개, 종사자 수는 약 19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체 중 고용허가제가 제시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사업장 면적 기준’으로 32.58%, ‘연 매출액 기준’으로 5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고용허가제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표 9)

한편 제주지역 내 ‘통역판매사무원’의 특례 고용 규정의 도입 전후로 제주지역 내 외식업 사업장 경영 실적의 의미 있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표 10>은 ‘외식업체 1곳당 영업이익’과 ‘외식업 종사자 1인당 인건비’의 전년 대비 증감률을 비교한 표이다.

2015년 전국 외식업 종사자 1인당 인건비 증감률은 21.91%로, 제주지역을 포함한 나머지 4곳이 21~26%까지 비슷한 증감률을 보였지만 2016년에는 전국(-3.01%)을 제외하고 제주지역만이 외식업 종사자 1인당 인건비가 감소세(-4.54%)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제주지역 외식업체 1곳당 영업이익은 2015년에서 2016년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전국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은 2016년 대비 감소하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2015년 초 시행된 제주지역 내 ‘통역판매사무원’의 도입이 제주지역 외식업체의 인력난뿐만 아니라 경영난 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조사된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외식시장의 매출액 규모는 연균 9.05%씩 성장해온 것으로 나타났지만, 외식업 종사자 수는 연평균 3.22%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이것은 초과근무, 저임금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청년층이 선호하지 않는 단순업무여서 외식업 내 종사자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기 때문이며, 이런 고용 부족률을 해결하기 위해 외식업 사업주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충원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 고용허가제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고용허가제의 장점은 외식업 내 부족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충원해주는 것이고, 단점은 고용 기준이 너무 엄격해 외식업 사업주들이 원하는 인력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지역 실태조사’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할 수 없는 제주지역 외식업 사업주들의 답답한 상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제’ 등 외부 환경에 따라 급격히 요동치는 외식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고용허가제 또한 현장의 실정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외식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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