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5-09 p.43 Law Info] 

원인불명의 화재로 임대차 점포가 소실된 경우 임차인이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화재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가 임차하여 경영하고 있는 음식점에서 야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누전 때문에 일어난 화재로 추정될 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건물주는 제가 운영하는 점포 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상 건물 손실에 대해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매일 점포 문을 닫기 전에 가전제품이나 조리기구의 스위치와 플러그를 점검했기에 만일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나 억울합니다. 오히려 제 입장에서는 남은 임대차 기간 동안 점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손실이 발생했고 이것을 건물주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경우 쌍방의 책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요?


임대차계약 관계에서 임대인(건물주)은 목적물을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 임차인(세입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고,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동안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여 목적물을 사용한 후 임대인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기간 중에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로 소실됐다면 임대인의 목적물 제공 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 의무가 모두 이행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손실을 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임차인의 임차물 반환 채무가 이행 불능 상태가 된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면 그것이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즉 대법원은 임차건물이 원인불명의 화재로 소실된 경우 임차인이 책임을 면하려면 그 임차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임대차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임차건물에 대한 1차적 관리·지배 권한이 임차인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나아가 비록 임차인이나 그 직원들이 영업을 마치고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조명 스위치 등을 점검한 후 출입문을 잠그고 귀가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임차인이 임차건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문의하신 사례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임대인이 건물 화재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더라도 임차인이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임대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가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함으로써 임대인에게 지급한 보험금 상당액을 임차인에게 다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따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임차인 자신의 명의로 건물 화재보험이나 건물 손실까지 담보하는 책임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 문형우 변호사(법무법인 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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