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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허름해서 더욱 매력적인 일본의 ‘노포 식당’에서 배운다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 한국형 ‘노포 식당’을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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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1  15: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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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18-7 P.58 Local Analysis]

 

   
▲ 이하 사진 = PIXABAY

일본의 교토에 가면 즐비하게 늘어선 노포가 매력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붙잡는다. 전 세계에 걸쳐 100년 넘은 노포 가운데 80% 이상이 일본에 몰려 있다. 선조가 단순히 생업으로 시작한 하찮은 일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한눈팔지 않고 고집스레 대를 이어 발전시켜온 그들의 정신이 무섭기까지 하다. 영세한 작은 식당이 수백 년을 버텨온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는 일본에서와 같은 오래된 식당이 왜 드물까? 일본과 달리 노포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진단해보고, 한국형 노포 식당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editor. 창업통 김상훈(외식컨설팅 전문가)

 

100년 이상, 3대에 걸쳐 대를 잇는 일본의 오래된 식당

• 일본에서 ‘노포’로 불리기 위한 5가지 조건

일본 교토에서는 창업한 지 100년 된 가게도 노포(老鋪)가 아니다. 최소한 3대에 걸쳐 가업을 지켜온 가게에 ‘노포’라는 호칭이 주어진다고 한다. 오래된 가게에 가보면 노포임을 드러내는 어떤 수식어도 없다. 노포는 가게 주인이 스스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불러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노포의 다른 말은 ‘신용’이다. 주인과 손님 간의 한결같은 신뢰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노포 주인들은 가게를 크게 키우거나 돈을 많이 벌려고 하기보다는 오래 이어가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높다.

임경선 에세이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보면 일본 노포의 조건 5가지가 나온다.

첫째, 최소 3대에 걸친 가업 승계가 기본이다. 여기에 약간의 업태 변경은 있어도 동일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장사가 꾸준히 잘돼야 한다. 그러니까 경영 성과 지표도 유지돼야 한다. 셋째, 오랜 경영에서 얻은 자발적 단골손님들의 인간관계에 기초한 무형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 노포들이 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다. 넷째, 그 가게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제품이 있어야 한다.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 것도 노포의 특징 중 하나다. 다섯째 조건은 주인이 생산과 판매를 겸한 ‘장인이자 상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의 고생을 알기에 쉽게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것도 노포의 특징이다. 이것이 일본의 대를 잇는 가게, 노포의 조건이다.

   

 

우리는 왜 대를 잇는 오래된 식당이 귀할까?

• ‘노포’를 가로막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체부동(서촌 지역)에서 7년간 족발집을 운영했던 임차인과 건물주 간의 분쟁이 뉴스에 올랐다. 뉴스에 따르면 2009년 5월 서촌의 한 건물에 문을 연 식당 ‘궁중족발’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임차료 263만 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5월에 임대료를 293만 원으로 30만 원 인상했다. 그런데 2015년 12월에 건물주가 바뀌면서 새 건물주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를 1200만 원으로 인상했고, 2016년 4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 동안 세입자를 보호하기 때문에 7년이 지난 족발집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나가라는 건물주와 버티던 세입자는 2년이 넘는 소송과 강제집행으로 감정의 골이 커졌다. 결국 2017년 12회에 걸친 강제집행으로 족발집은 문을 닫고 말았다. 가게를 잃은 족발집 사장이 화를 못 이겨 급기야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러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7년 동안 이어진 성공 족발집 신화는 이렇게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는 5년간의 임대차 보호기간이 지나면 건물에서 나가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공약으로 내건 바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계약기간 문제는 현재 5년이 아닌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인 ‘차가차지법’의 계약기간은 무려 30년이다. 더욱이 30년이 지나도 얼마든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본의 임차 상인 입장에서는 평생 동안 가게를 운영하는 데 법적인 장애 요인은 거의 없는 셈이다. 임대인 역시 계약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임대료를 인상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건물에서 영업하는 임차 상인들에게 늘 고마움을 표시할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일본 임대차 시장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때문에 일본에서는 대를 잇는 가게, 장수 가게, 노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노포는 일본 외식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만들자! ‘대한민국 노포’의 자격

• 자신만의 음식 철학으로 20~30년 이상 올곧게 지켜온 음식점

오픈한 지 몇 달 안 되는 신출내기 사장부터 3년 경력, 5년 경력의 사장들까지 현장에서 다양한 음식점 사장님들을 만난다. 창업통은 한 상권에서 10년 이상 터를 잡고 있는 음식점 사장님을 만날 때면 손이라도 한번 잡고 싶은 마음이 든다. 10년 세월 동안 척박한 시장 환경을 딛고 한곳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꿋꿋이 지켜온 그들의 노력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10년을 넘어 20년 이상, 하물며 30년 넘게 한곳을 지킨 음식점 사장님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우러나온다. 일본에서는 100년 이상은 돼야만 노포 축에 들어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30년 이상만 돼도 ‘대한민국 노포’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무형문화재 제도가 있다. 연극이나 무용, 음악, 공예기술같이 형태가 없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무형문화재로 결정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흔들림 없이 지켜온 30년 이상 된 음식점들도 충분히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상권 현장에서 올곧게 지켜온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 중요한 것들을 알게 모르게 외면하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음식점을 들여다보면 안쓰러운 사연들이 많다. 사장의 뒤를 이어 자녀나 가족들이 가게를 물려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쓸쓸히 문을 닫는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우리의 음식문화가 단절되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음식문화재까지는 지정하지 않아도 좋다. 진정한 우리 음식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오래된 음식점 사장님들의 노고가 인정받고 존경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형 노포 식당을 육성·보존하려면?

• ‘음식점 후계자’ 양성, 오래된 음식점의 콘텐츠 기록 지원 시스템 등 필요

필자는 한국 스타일 노포 식당이 곳곳에서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오랜 기간 음식점을 경영하며 유지해왔다는 것은 사업성 측면에서도 검증된 아이템임을 방증한다. 이뿐만 아니라 오래된 음식점은 이미 그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 문화의 첨병이다. 문제는 오래된 음식점, 성공한 음식점이라 해도 대를 잇지 못하고 영업을 종료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이 음식점 사장님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무겁다.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 이 힘든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이리라.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계승·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노포 식당은 반드시 후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농어민 후계자는 있는데 왜 음식점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은 없을까?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자녀들 또는 가까운 사람을 통해 음식점이 지닌 고유의 전통과 가치를 이어나가는, 같은 자리에서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풍토가 자리 잡길 바란다. 후계자가 없으면 오랜 세월 축적된 그 음식점만의 고유한 맛과 가치는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오래된 음식점의 소소한 콘텐츠를 기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음식점의 운영 노하우가 경영자의 머릿속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음식점의 가치를 제대로 승계하기 위한 핵심 콘텐츠를 기록하는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 조리 매뉴얼, 운영 매뉴얼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한국 외식시장에서 꿋꿋하게 생존한 음식점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장수 음식점이 전통 있는 노포 식당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소중히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장수 음식점이 많아지도록 제도적 장치와 함께 노포 식당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업통] 김상훈(startceo.blog.me) 대표

김상훈은 22년간 외식컨설팅사 ‘스타트비즈니스’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창업통’ 운영자이자 창업 팟캐스트 방송 ‘창업, 이것이다’를 진행하고 있다. MBC ‘일밤-신동엽의 신장개업’을 컨설팅했고, 음식점 상권 분석 및 시장 조사, 점포 클리닉, 업종 변경, SNS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창업여행, 베트남 외식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저서로 <그래도 누군가는 대박가게를 만든다>, <못 벌어도 월 1000만 원 버는 음식점 만들기> 등이 있다. 02)50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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