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토크

[음식과 사람 2018-7 P.69 Easy Talk]

 

‘식용 꽃’으로 여름 매출 시원하게 올려보세요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보고 감상하는 꽃이 있는가 하면 먹는 꽃도 있다. 관상용으로 재배된 꽃은 수확 직전에 농약을 살포해 유통하는 경우가 있어 손님상에 올리기엔 불안하다. 식용을 목적으로 재배되는 꽃이 따로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유통되는 식용 꽃은 팬지, 한련화, 멜로, 베고니아 등 20여 종이다. 대개 4〜10월 사이에 생산·출하가 이뤄진다. 아직까지는 식용 꽃을 재배 · 판매하고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일부 쌈용 채소나 허브 재배 농가에서 식용 꽃을 길러 판매하고 있으나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주문 판매를 주로 한다.

더위 탓에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다. 이때 음식점에서도 다양한 식용 꽃을 이용해 손님의 입맛도 돋우고 실내 분위기도 높여보길 권하고 싶다.

신맛이 강한 베고니아는 육류 요리에 곁들이거나 샐러드 등에 넣으면 새콤한 맛이 손님 입안 가득히 퍼져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미각을 자극하는 한련화는 겨자 잎과 같이 매운맛이 난다. 주황, 노랑, 빨강 등 뚜렷한 색상도 돋보인다. 매운맛이 강해 생선을 요리할 때 이용하면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앨 수 있다.

청색, 분홍, 남보라, 흰색 등 다양한 색상과 귀여운 꽃 모양이 특징인 비올라는 향기로운 비빔밥 재료로 그만이다. 먹는 이의 눈, 코, 입을 모두 즐겁게 한다.

튤립은 단호박 무스에 첨가하면 맛이나 모양이 잘 어울린다. 튤립의 선명한 색상이 단호박의 노란 색상과 어우러져 후식이나 간식으로 적당하다.

멜로는 무궁화와 같은 히비스쿠스(Hibiscus) 속 식물이다. 여름철에 줄기를 따라 많은 꽃이 달리는 것이 특징인 보라색 꽃으로, 달콤한 맛과 향기가 느껴진다.

데이지는 초밥이나 샌드위치 재료로 잘 어울린다. 단맛이 나고 아삭거리는 씹는 맛이 특징이다.

날씨가 더운 날엔 귀여운 꽃을 넣은 얼음 큐빅을 준비해 음료로 제공해도 좋다. 얼음 큐빅이 녹으면서 음료수 안에서 펼쳐지는 풍부한 색깔의 꽃잎이 입맛은 물론 분위기도 살려준다.

인류가 꽃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고대시대로부터 동서양에 걸쳐 다양한 요리에 꽃을 이용해왔다. 서양에선 빅토리아 시대에 주로 케이크, 음료, 사탕 등 후식 제조에 꽃이 이용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국내엔 조선 후기 1809년에 저술된 <규합총서>에 진달래꽃, 참깨꽃, 들깨꽃을 이용한 조리법이 등장한다. 중국엔 식물의 꽃잎을 원료로 만든 각종 음식과 식품을 부르는 화찬이란 용어도 있다.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꽃을 이용한 요리가 확대됐다. 국내에선 1990년대 초 일부 친환경 농장을 중심으로 극소수 농가에서 먹는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먹는 꽃의 이용 형태는 비빔밥, 샐러드, 케이크, 쌈밥, 디저트 등의 재료로 쓰이는 것이다. 볶거나 찌거나 하는 등의 요리보다는 신선한 상태의 꽃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꽃의 특성상 열이 가해지면 색상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 미적 가치를 잃기 쉽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모든 꽃이 식용 꽃은 아니란 사실이다. 아무 꽃이나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 원래 모든 식물엔 독이 들어 있다. 초식동물이 식물을 함부로 먹어치우는 것을 막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독이 있는 줄 알면서도 가장 널리 먹고 있는 꽃이 진달래다. 꽃잎 한두 개를 먹는 정도론 큰 문제는 없다. 철쭉과 식물의 꽃술엔 독 성분이 있으므로 절대 먹어선 안 된다. 비슷한 모양의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른 것은 철쭉에 독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선조가 경험적으로 알아서다. 개꽃은 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봉선화, 베고니아도 독성이 있지만 샐러드로 약간씩 먹는 정도는 괜찮다.

올여름엔 식용 꽃을 음식의 고명으로 사용해 고객의 점수를 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태균]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 전문기자. 고려대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연구교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올해의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음식과 건강>, <먹으면 좋은 음식 먹어야 사는 음식>, <남의 살 탐하는 104가지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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