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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의 달인도 식당 경영은 쉽지 않다. 울산 삼산동 ‘섬섬옥수’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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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3  13: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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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사람 2018-7 P.70 Consulting]

 

   
▲ 이하 사진 외식경영 제공

선수 시절엔 무명이었는데 지도자로 변신한 후 선수들을 잘 조련해 명문 팀으로 육성해내는 축구 감독들을 종종 본다. 반대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끝내고 지도자로 데뷔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감독도 있다. 선수로 뛰는 것과 운동장 밖에서 전략을 짜고 선수를 지도하는 자질은 서로 다르다. 식당도 마찬가지. 식당 운영을 잘하는 것과 잘하도록 촉진하는 일은 별개다.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조리와 서비스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매출이 부진한 식당 경영자라면 안목과 통찰력이 부족한 경우일 것이다. 그럴 땐 자신에게 없는 자질을 지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들어가는 식당을 회생시키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얼떨결에 확보한 점포

   

사누키우동 전문점 ‘아키라’는 울산에서 족타 우동집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 민현택 대표의 우동 조리 솜씨가 워낙 뛰어나 그 맛에 반한 마니아들이 제법 많았다. 찾아오는 단골손님 가운데 인근 상가 건물 주인도 있었다.

하루는 그 손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우동집 주인장인 민 대표에게 면담을 청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봤더니 자신의 상가에 빈 점포가 하나 생겼으니 그곳에 입점해달라는 취지의 얘기였다.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있던 자리였는데 들어오려는 사람은 없고 공실 기간이 너무 길어져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민 사장이라면 실력도 출중하니 입점하면 충분히 점포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했다.

본점인 아키라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밖에 안 돼 처음에는 귀 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자가 제면 우동의 주방 일이 힘에 부쳤다. 노동 강도가 낮은 메뉴를 구성해 2호점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권리금이 없어 점포 임차비용 부담이 가벼운 점도 구미가 당겼다.

몇 번의 부탁을 더 받고 ‘단골손님’의 청을 수락했다. 얼마 뒤 민 대표는 울산고속버스터미널 인근 99㎡(30평)짜리 점포의 임대차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Problem]

‘돈가스+한식’ 잘못된 메뉴 조합에 갑작스러운 경쟁점 출현까지

구체적인 입점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예정에 없이 점포를 먼저 확보하자 마음이 바빴다. 새 점포에 돈가스와 백반(된장찌개)을 접목한 한상차림 콘셉트를 기획했다. 기존의 우동집보다 식당 운영에 힘이 덜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점포를 얻게 된 저간의 사정과 함께 자신의 구상을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알리고 조언을 요청했다. 사누키우동 전문점 ‘다케다야’와 아키라를 개점할 때 성공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받았던 사례가 있어서 그에게 점검차 문의를 한 것이었다.

김 기획자는 돈가스+된장 콘셉트는 언밸런스라며 반대했다. 상권 내 주요 고객인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콘셉트라는 것이었다. 김 기획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민 대표는 자신의 구상을 밀고 나갔다.

2016년 초봄, 돈가스에 청국장 된장찌개, 보쌈김치를 결합한 돈가스 전문점을 열었다. 메뉴 조합이 어색해서 그랬는지 고객 반응은 기대했던 것만큼 폭발적이지 않았다. 하루는 근처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다녀간 뒤 다시 왔다. 그들은 옷에서 청국장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세탁비를 요구했다. “돈가스집인 줄 알고 왔었는데 청국장이 웬말이냐”며. 꼼짝없이 1인당 10만 원씩 30만 원을 물어줬다.

이 일이 있은 후 김 기획자의 반대 의견이 떠올라 바로 연락을 했다. 근처에 프랜차이즈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 들어와 한동안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 점도 민 대표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암초였다.

   

 

[Solution]

돈가스에 청국장 빼고 소바 붙여, 꾸준한 매체 홍보 병행

   

민 대표의 연락을 받은 김 기획자는 ‘돈가스+한식’의 기존 콘셉트를 버리고 돈가스에 소바, 그리고 민 대표 최고의 강점인 우동 구현 능력을 접목할 것을 조언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귀띔을 해줬다. 단일 메뉴보다 세트 메뉴로 가야 매출이 오른다는 것. 그러면서 음식의 양을 푸짐하게 제공해 ‘세트 메뉴는 양이 적다’는 손님들의 일반적 상식을 깰 것을 주문했다. 이 모든 전략에 전제 조건이 있었다. 음식의 질을 최대치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기획자는 민 대표에게 ‘울산에서 가장 맛있는 돈가스와 소바’를 지향할 것을 권했다. 그렇지 않으면 싸구려 음식을 잔뜩 줬다는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이에 부응했다. 신선함이 우월한 국내산 한돈 생등심을 돈가스 재료로 사용했다. 육즙과 육질이 손님들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돈가스를 튀겨냈다. 튀김 기름도 당일 사용으로 제한했다. 워낙 출중한 조리 실력과 우량 식재료가 만나 양질의 음식이 나왔다.

2016년 4월, 아키라 2호점은 김 기획자의 네이밍에 따라 ‘섬섬옥수’로 환골탈태했다. 일본식 소바와는 다른 한국식 소바라는 차별성을 부여하고 ‘고운 손’이라는 의미를 부각시켜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이름이다. 옥호에서 ‘수제’ 이미지까지 은근히 강조했다. 점포 동선도 개선했다.

메뉴 구성을 바꾸고 2개월이 지나자 확실히 고객 반응이 달라졌다. 울산은 소바를 비롯한 메밀면이 낯선 지역이어서 김 기획자도 내심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점보 세트’가 손님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평일에는 직장인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왔다. 예상대로 여성 고객이 60% 정도 차지했다. 백반 콘셉트로 운영했을 때보다 매출액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일매출 편차가 줄어들어 안정됐다.

2017년에 잠시 매출이 주춤했을 때 김 기획자의 제안으로 일본 도쿄 키치조지에 있는 ‘사토우’에 멘치가스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울산에는 없는 메뉴였던 멘치가스로 이슈거리를 만들고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다. 소바 비수기의 매출 공백을 멘치가스가 거뜬히 메웠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여서 요즘에는 하루에 40~60개의 한정 수량만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쌀국숫집 출현에 대해서는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때를 기다리면서 민 대표의 숨은 실력을 여러 매체에 알리는 홍보 전략을 채택했다. 김 기획자는 “유행을 타고 재구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베트남 쌀국수 같은 업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꾸준히 홍보 활동을 벌이자 각종 매체의 음식 콘텐츠 제작 담당자들까지도 민 대표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여러 일간지와 TV 방송국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와 대부분 수락했다. 출연할 때마다 민 대표는 자신의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동시에 우동 달인 출신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소바집이라는 걸 외부에 충분히 알렸다. 역시 예상대로 베트남 쌀국숫집에 뺏겼던 손님들이 다시 돌아왔다. 매출이 서서히 회복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 '섬섬옥수' 민현택 대표

 

[After]

30평 소규모에서 주말 400만~600만 원 매출 올려

분석과 전략은 김 기획자가 맡고, 민 대표는 음식 구현 능력을 극대화했다.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역량을 집중한 것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민 대표는 식당이 어려울 때 믿을 만한 전문가의 진단과 조언을 꼭 받아볼 것을 권했다.

“근처에 장사 안되는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업주가 성실하고 무척 부지런합니다. 그 집 해장국 맛도 특별히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손님들이 굳이 그 집을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맹점입니다. 장사 안되니까 업주가 동네 다른 식당들을 기웃거립니다. 다른 집들도 장사 안되는 걸 보면서 정신 승리법으로 넘어가는 거지요. 식당 경영도 안목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자질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지요.”

초여름으로 접어든 요즘 ‘섬섬옥수’는 하루 15회전으로 상당히 높은 회전율을 보이고 있다. 주말에는 대기 손님이 줄을 선다. 매출액이 평일에는 300만 원 정도, 주말에는 400만~600만 원 정도 오른다. 99㎡ 규모의 작은 점포치고 적지 않은 성과다. 최근 아버지의 외식업을 발전적으로 이어받고자 민 대표의 장남이 현장 수업을 받고 있다.

민 대표는 창업 희망 연수생을 직원으로 받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창업하기 전 일본으로 건너가 힘들게 배웠던 시절을 겪었기에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급여나 모든 조건은 일반 직원과 동일하다. 다만 창업에 필요한 노하우나 경영 마인드를 수시로 조언해준다. 학력이나 성별의 제한은 없으며, 성실하고 주인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면 좋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우동 전문점 ‘잇쇼우’ 대표가 연수생 과정을 거쳐 창업해 현재 성업 중이다. 연수생 출신자가 창업을 하면 민 대표가 메뉴나 점포 운영 자문도 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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