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ORY

[음식과 사람 2018-7 P.64 Food & Story]

 

▲ 이미지 = PIXABAY

샐러드, 볶음, 회요리 등 다양한 음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식재료, 계절에 관계없이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한 요리 재료로도 사용되는 팔방미인 ‘상추’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editor. 강재희 백석문화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쌈 중의 쌈, 그중에 으뜸은 상추쌈이라~

우리 음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을 꼽자면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원기를 보호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시식(時食)문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철 채소를 많이 이용했는데, 채소를 이용한 독특하고 우수한 음식문화 중 으뜸은 ‘쌈’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쌈이라 하면 ‘상추쌈’을 으뜸으로 꼽는데, 상추는 본연의 맛이 강하지 않아 어떤 재료와도 어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맛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이 없어 남녀노소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호도가 좋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를 먹을 때 상추를 곁들이는 이유는 육류에 부족한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섬유질을 보충해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해주기 때문이다.

상추는 봄에 먹으면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고, 땀을 많이 흘리는 더운 여름에는 부족해지기 쉬운 몸속 수분과 영양분을 보충해 기운을 차리게 해준다. 또한 추운 겨울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는 등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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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을 줘야 얻을 수 있던 귀하신 몸

상추는 국화과의 경엽채로 전에는 ‘상치’라고 불렸으며, 한자로는 ‘와거(萵苣)’라 한다. 또한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라 하여 ‘생채(生菜)’라 불린 것이 상추로 변했다 한다. 중국의 고서인 <천록식여(天祿識餘)>에 “고려의 상추는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 씨앗은 천금을 줘야만 얻을 수 있다 하여 천금채(千金菜)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고려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해동역사>에 “고려 사람들은 날채소에 밥을 싸서 먹는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상추가 고려시대부터 일반인들이 즐기는 음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품질이 우수했음을 알 수 있다.

상추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전해진다.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에는 상추쌈을 먹을 때의 예절이 기록돼 있는데, 쌈을 먹으려 입을 크게 벌리다 보니 단연 눈을 부릅뜨게 되어 어른 앞에서 먹을 때는 고개를 돌려 먹으라고 했다.

또한 옛날에는 앞마당에 상추를 대놓고 많이 심거나 밥상에 상추를 수북이 올리는 것은 그 집 부인의 음욕(淫慾)을 나타낸다 하여 금기시됐다고 한다. 상추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유액(乳液)이 남성의 정액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상추를 먹으면 졸리기 때문이라 한다. 원나라에 끌려간 공녀(貢女)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궁의 담장 안 뜰에 상추를 심고, 고향이 그리워질 때면 서로 모여 상추쌈을 싸서 먹으며 마음을 달랬다고 하여 고려 여인의 한이 서린 음식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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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를 통하게 하는 건강한 식재료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와 천금을 주고 바꿀 정도의 가치를 가졌던 상추가 오늘날에는 다양한 기능성 채소와 이름도 낯선 서양 채소들에 떠밀리는 듯하다. 나른하고 따스한 점심엔 상추 먹기를 꺼린다. 상추를 먹고 나면 으레 졸음이 쏟아져 업무나 공부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과 마주 앉아 상추쌈을 먹으려면 보기 민망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추를 먹고 졸린 것은 그만큼 상추 맛이 좋다 보니 평상시보다 과식을 해서 그런 것이다. 졸음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상춧잎 줄기의 우윳빛 액즙(락투카리움) 성분은 요즘 상추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하우스 재배를 하는 데다 성장하기 전의 어린잎을 주로 쌈으로 먹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추는 수분과 영양을 보충해줘 기운을 차리게 하고 칼로리가 낮아 현대인에게 좋은 식재료다. <동의보감>에 상추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막힌 기를 통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해독 작용까지 있다고 했다. 또한 수분이 많고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좋게 하며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성질이 차서 몸이 냉한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좋지 않다고 한다.

상추를 쌈으로 즐기려면 손으로 상추를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직장인들이 조금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오늘날에는 한입쌈이나 쌈밥 또는 비빔밥, 샐러드 등에 상추를 넣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가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Tip 상추, 이런 것도 궁금해요!]

상추에 아편 성분이 있다는데?

청상추에는 클로로필, 적상추에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함유돼 항산화 작용을 한다. 칼륨이 많아 염분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줄기의 흰 즙액 성분인 ‘락투카리움’은 두통이나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있어 상추 아편(Lettuce Opium)이라 불린다.

상추를 싱싱하게 보관하는 방법

상추가 남았거나 대량으로 구입한 경우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충분히 뺀 다음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눠 키친타월로 감싼 뒤 지퍼 팩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상추는 호냉성 채소로, 냉기가 약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상추는 쌈으로만 즐기는 채소라는 편견은 버려! 상추 요리

상추는 크게 잎 색깔에 따라 청상추와 적상추로 나뉘며, 형태에 따라 포기상추와 잎상추로 구분된다. 흔히들 상추는 쌈이나 겉절이 정도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부터 상추는 떡과 김치로도 만들어 즐겼으며, 최근에는 샐러드나 음료 등 그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한잎상추쌈밥] 밥에 소금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고루 양념해 동그랗게 한입 크기로 빚는다. 상추는 줄기를 자르고 밥을 둥글게 감싸 그릇에 담는다. 쌈장을 올리고 참깨를 뿌려 낸다.

[상추떡] 상추는 씻어서 물기를 빼고 먹기 좋게 잘라 멥쌀가루와 고루 섞은 다음 설탕을 넣고 섞는다. 대나무 시루에 껍질을 벗긴 팥고물을 깔고 상추를 섞은 멥쌀가루를 넣어 편편하게 고른 다음 다시 위에 거피팥고물을 고루 덮어 20분 정도 찐다.

[상추전] 상추는 크고 두꺼운 것을 골라 씻어서 물기를 뺀 다음 손으로 뜯고, 부침가루를 대강 뿌려놓는다. 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달걀에 물을 넣고 고루 섞어 달걀물을 만든 다음 부침가루에 넣고 섞어서 반죽을 만든다. 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부침 반죽을 떠서 놓고 익으면 뒤집어 익힌다.

*배추전과 같이 한 장 한 장 부치기도 한다.

[상추불뚝김치(상추꽃대김치)] 상추 꽃대를 씻어서 밑동은 칼등이나 방망이로 두드린다. 고춧가루에 찹쌀풀, 다진 마늘과 파, 깨, 액젓을 넣고 김치 양념을 만든 다음 상추 꽃대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상추된장국]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보리새우를 넣어 끓인 다음 두부, 청양고추, 상추, 대파를 넣고 더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바지락이나 홍합을 넣고 끓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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