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7월 31일부터 밴 수수료 정률제로 변경
[음식과 사람 2018-8 P.28 Cover Story]
신용카드 사용 시 건당 100원씩 부과되던 밴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정률제로 바뀌면 결제금액이 큰 업종엔 부담이 커지지만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은 오히려 이득이다. 그간 카드수수료 관련 제도 개선에 기울여온 한국외식업중앙회의 노력을 소개한다.
editor. 김지은
제도 자체가 말 안 되는 기존 밴 수수료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결제금액과 상관없이 100원씩 정액제로 부과되던 밴 수수료가 정률제로 변경된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수수료 산정 시 밴 수수료 항목에 정액제 대신 정률제를 적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오는 7월 31일부터는 건당 결제금액의 평균 0.28%를 카드사가 밴사에 주고 이를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하게 된다. 금융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세부적으로는 최고 수수료율을 기존 2.5%에서 0.2%포인트 낮춘 2.3%로 인하하고, 특히 중소상인 업종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조치를 대하는 관련 업계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우선 자동차·가전업체, 대형마트, 백화점, 골프장 등에선 급작스럽게 높아진 수수료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제도는 바뀌었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들과 협상조차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초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에도 갑(甲) 중의 갑으로 통한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가맹점 측에서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까지도 카드수수료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카드사는 이들의 눈치를 엄청나게 봐오던 상황이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위약금을 물게 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소액결제가 많은 외식업계를 비롯해 편의점, 슈퍼마켓, 약국 등은 바뀐 밴 수수료 산정 방식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1000원짜리 하나를 팔아도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외에 밴 수수료로 무조건 100원을 내야 하는 기존 제도하에서는 아무리 팔아도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밴 수수료는 애초에 카드사에서 밴사에 지급해야 하는 것을 영세한 중소 가맹점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더욱이 영세 가맹점의 경우 매출액 자체가 소액이어서 건당 카드수수료가 100원이 안 되는 아이러니한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죠.”
한국외식업중앙회(이하 중앙회) 정책경영국 김승일 대리의 지적이다.
밴(VAN) 수수료란?
밴 수수료(거래승인조회 수수료)란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통신망인 밴(VAN)을 가진 결제 대행업체에 지불하는 일종의 서비스 이용료를 말한다. 즉, 카드사 회원이 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에서 카드 번호와 금액 등의 정보를 카드사에 승인 요청하는 대가로 카드사가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밴사에 건당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돼 있다.
연매출 5억~10억 원 미만 일반 가맹점, 여전히 2%대 수수료 적용
카드수수료에 대한 외식업계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식업계의 평균 이익률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이에 대한 카드사들의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카드수수료 산정 방식부터가 문제였다. 현행 카드수수료 제도는 가맹점 매출, 즉 상품 금액에 부가세까지 합산된 금액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결국 부가세 차액까지 업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외식업체 수는 2015년 말 기준 65만7086개. 이 중 종업원 4인 이하의 영세업체가 86.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는 대형 가맹점들처럼 카드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조정을 요구하긴 힘들었다. 중앙회가 회원업체들의 고충을 대변하기 위해 정부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7월 말부터 ‘국정과제 및 일자리 100일 계획’이 시행됨에 따라 영세 가맹점은 0.8%, 중소 가맹점은 1.3%로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영세 가맹점의 범위도 연매출 2억 원 이하에서 연매출 3억 원 이하로, 중소 가맹점은 연매출 2억~3억 원에서 3억~5억 원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매출 5억~10억 원 미만 일반 가맹점은 여전히 2%대의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어 외식업계의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매출 기준으로 가맹점을 구분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대형 가맹점보다 매출이 적은 연매출 5억 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이 2%대의 가장 높은 카드수수료를 물게 된다. 반면 대형 가맹점의 경우 코스트코는 불과 0.7%, 20대 기업 평균 수수료율은 1.38%로 오히려 역차별의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부당하게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취지와도 정면 배치된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과당경쟁과 인건비·식재료비 상승,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외식비용 지출 감소 등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청탁금지법 시행 등 제도적으로 외식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정책적 변화들이 외식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간편결제 ‘페이’ 결제 방식, 수수료 2배 부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각종 페이(삼성, 네이버, 페이코, 카카오 등)도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 간편결제 시스템은 카드가맹점 평균 수수료(2.1%) 대비 최대 2배까지 수수료(2.5~4%, 평균 3.4%)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온라인 판매 소상공인 대부분이 PG(결제대행)사 하위 가맹점이어서 우대수수료는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 따르면 우대수수료는 카드사와 직접 계약한 업체에 한해서만 적용이 가능토록 돼 있다.
온라인 쇼핑 결제액 규모는 2015년 54조 원, 2016년 66조 원, 2017년 78조 원으로 연평균 19%씩 증가하는 추세다. 밴 수수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해도 가시적으로 늘고 있는 페이 결제 시스템의 수수료 문제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중앙회는 “현행 카드수수료 시스템은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카드수수료가 없는 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 실적 위주로 운영되던 카드수수료 책정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앙회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카드수수료 적정 심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문제로 지적되는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율 부담을 비롯해 급증하고 있는 페이 결제 방식의 과다한 수수료율 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경기불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영세·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대금 지급주기를 하루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기존 ‘결제일+2일’이던 대금 지급주기가 ‘결제일+1일’로 앞당겨져 가맹점의 자금 순환 속도가 어느 정도 빨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한 의무수납제도 폐지될 전망이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카드 결제 가능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협상력을 강화시켜 카드수수료 인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무수납제 폐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액결제에 한해서만 의무수납제를 폐지한다거나 1.5% 이내의 단일 수수료율을 도입하는 방안, 소비자의 결제금액 중 일부 혹은 정부 예산으로 가맹점 부담금을 분담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제안해온 외식업계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1. 수수료 산정 시 부가세 제외
가맹점 매출의 110분의 10은 부가세 형태로 소비자가 부담하고,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인 매출의 110분의 100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2. 전 가맹점 동일 수수료 적용
연매출 기준으로 가맹점을 구분할 경우 연매출 5억 원 이상 일반 가맹점에 2%대의 높은 수수료가 부과돼 오히려 수수료 인하 소외구간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 가맹점의 수수료를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영세 가맹점의 범위를 10억 원 미만으로 조정하고, 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10억~400억 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3. 간편결제·전자결제대행 수수료 재산정
간편결제 시스템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상 당연한 결과이며, 소비자의 결제 선택권 또한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행 간편결제(페이) 수수료와 전자결제대행(PG) 수수료는 영세 가맹점 카드수수료율(0.8%) 대비 최대 5배(2.5~4%)나 많아 영세·중소 상공인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간편결제와 전자결제대행 수수료와 관련해서도 원가 분석에 따른 적정 수수료 산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중앙회는 간편결제·전자결제대행 수수료를 카드가맹점 평균 수수료 이하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4. 업종별 대표사업자 단체에 협상권 부여
지금까지의 카드수수료율 산정은 이해 당사자인 소비자와 가맹점의 입장은 배제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요구와 카드사 간 협의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이러한 과정이 불공정 거래를 초래하는 원인이 돼온 만큼 카드수수료율 산정 시 업종별 대표사업자 단체에도 협상권을 부여해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